자개 빛에 담긴 시간과 기억
유진민속박물관 ‘은하수 다방’ 순회전

십장생과 자개 공예 현대적으로 재해석 보은에서 고양으로 옮겨온 전통문화 이야기

2026-08-29     한진수 기자

[고양신문] 빛의 방향에 따라 오묘한 색을 드러내는 자개와 장수·영속의 염원을 품은 십장생이 한자리에서 만났다. 전통 공예의 아름다움에 1970~80년대 다방의 정서를 더한 이색 전시가 고양에서 관람객을 맞고 있다.

유진민속박물관은 지난 20일 덕양구 원흥동 박물관에서 순회전 <웰컴 투 은하수 다방 : 고양의 빛을 품다>를 개막했다. 충북 보은에서 출발한 전시를 고양으로 옮겨와 지역과 세대를 잇는 문화 교류의 장으로 꾸몄다.

전시 중심에는 한국 전통 공예를 대표하는 자개와 장수·영속을 상징하는 십장생 문양이 자리한다. 자개 명장의 작품과 십장생 문양을 담은 생활 유물 등을 선보이며 전통 공예가 지닌 조형미와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문화,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을 함께 소개한다.

전시 제목의 ‘은하수’는 자개의 독특한 빛깔에서 출발했다. 작은 자개 조각은 바라보는 위치와 빛의 방향에 따라 여러 색으로 반짝인다. 수많은 조각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은 밤하늘에 흩어진 별과 은하수를 떠올리게 한다.

‘다방’에는 또 다른 시대의 기억이 담겼다. 1970~80년대 다방은 사람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문화를 공유하던 공간이었다. 당시 널리 사용됐던 자개 가구와 소품은 그 시대의 주거문화와 미적 취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물건이기도 했다.

박물관은 이러한 다방의 기억을 현대적인 전시 공간에 옮겨 놓았다. 중장년층에게는 지난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는 장소가 되고, 자개 가구와 다방 문화를 직접 접하지 못했던 젊은 세대에게는 한국 근현대 생활문화를 새롭게 만나는 공간이 된다.

십장생에 담긴 의미도 주요 볼거리다. 해와 산, 물, 소나무, 구름, 학, 사슴, 거북 등 오랜 생명과 변함없는 자연을 상징하는 소재에는 건강하고 오래 살기를 바랐던 선조들의 염원이 담겨 있다. 동시에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자 했던 가치관도 읽을 수 있다.

관람객은 자개 작품과 생활 유물을 살펴보면서 화려한 빛과 문양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그 안에 스며 있는 삶의 방식과 문화적 의미까지 만날 수 있다. 과거의 공예품을 현재의 감각으로 바라보도록 구성한 점도 전시의 특징이다.

보은에서 출발한 전시가 고양에 자리하면서 지역 간 문화 교류라는 의미도 더해졌다. 한 지역에 머물던 전통문화 콘텐츠를 다른 지역 관람객과 공유하고, 지역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입혀 전통 공예의 가치를 넓게 알리는 순회 프로젝트다.

유진민속박물관 관계자는 “자개가 빛을 받아 만들어내는 오묘한 색과 십장생에 담긴 생명과 공존의 의미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만날 수 있도록 전시를 구성했다. 보은에서 출발해 고양에 도착한 전시가 세대와 지역을 잇고 우리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웰컴 투 은하수 다방 : 고양의 빛을 품다>는 고양시 덕양구 원흥동 유진민속박물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