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UN 글로벌 AI 허브, 왜 고양이어야 하는가
세계의 AI를 고양으로, 고양의 AI를 세계로
[고양신문] 대한민국이 UN 글로벌 AI 허브(UN Global AI Hub) 유치에 나섰다. 유엔(UN) 산하 주요 기구들의 AI 역량을 한곳에 모아 글로벌 AI 표준을 만들고, 개발도상국 등 소외 지역이 AI를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을 우리나라에 모아 함께 연구하고 협력하자고 국제사회에 제안한 것이다.
UN 글로벌 AI 허브 유치는 올해 3월 10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유치지원 TF 회의에서 국가 공식 과제로 채택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이후 중앙정부는 빠르게 움직였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6개 UN 기구와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고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글로벌 AI 허브 비전‘ 선포식을 열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제시한 비전은 ’모두를 위한 AI, 글로벌 과제 해결을 위한 AI‘다. 이후 참여 기구가 늘어 현재는 9개 기구와 5개 개발은행이 이 LOI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여러 지방자치단체도 앞다투어 유치 의사를 밝히고 있고 고양시 역시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UN 체계는 주요기관(6개), 전문기구(15개), 기금·계획(6개), 관련 기구(8개)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각 주요기관 아래에는 수십 개에 이르는 위원회와 부속기구가 딸려 있어 전체 규모는 매우 방대하다(출처: The United Nations System). WHO처럼 잘 알려진 전문기구 외에도 기금·프로그램·산하 기구 등을 합치면 UN 체계의 규모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방대한 체계 속에서 AI는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2023년 46개 UN 기구·기관이 참여해 408건의 AI 사례·프로젝트를 정리한 연례 보고서를 살펴봤다.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UN 관련 기구·기관의 AI 활동을 5개 유형으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 글로벌 표준·규범 설계 (Standards & Norm-Setting)
AI의 기술표준, 윤리원칙, 규제 프레임워크를 국제적으로 통일·제정하는 활동으로, 구속력이 있거나(코드·협약) 사실상 전 세계가 참조하는 규범(권고·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 연구·과학적 근거 생성 (Research & Evidence)
AI의 경제·사회적 영향을 분석하고 근거 기반 보고서·데이터를 생산하는 활동으로, 정책 결정의 팩트 베이스를 만드는 역할이다.
● 역량 강화·훈련 (Capacity Building & Training)
회원국 공무원, UN 직원, 시민사회를 대상으로 AI 활용법·정책설계 역량을 교육하는 활동이다.
● 실증사업·현장 운영 도구 (Field Implementation & Operational Tools) 개발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 AI 도구·시스템을 개발·배포하는 활동으로, 가장 손에 잡히는 유형이다.
● 정책자문·다자간 플랫폼·연합체 (Policy Advisory & Multi-stakeholder Platforms)
정부·민간·학계를 잇는 협의체나 연합을 구성해 정책 대화·투자연계를 촉진하는 활동으로, 개별 프로젝트보다 판을 짜는 역할이다.
그럼 고양시가 이러한 UN 글로벌 AI 허브를 유치한다면 어떤 이점이 있는 걸까. 국제기구 유치로 인한 경제·사회적 효과를 예측하는 몇몇 연구가 있지만, 아마도 단기간 내에 뚜렷한 효과를 내는 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자리 잡는 데까지 당연히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다음의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
● 도시의 품격과 위상의 변화
국제기구가 상주하는 도시가 되면 고양시의 도시 이미지는 한 단계 도약하게 된다. 지금까지 고양시가 서울근교 도시로 인식됐다면, 앞으로는 국제협력의 거점 도시로 위상이 바뀌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국제학교, 컨퍼런스 인프라 등 국제기구 종사자와 그 가족들이 필요로 하는 고급 정주 여건도 함께 갖추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 교육 환경의 변화
국제학교가 설립되는 등 지역 학생들의 국제 진로 및 교육 기회가 커진다. 또한, 글로벌 AI와 연계된 교육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서 지역 인재가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 지역 경제 파급효과
세계적인 회의와 행사가 고양시에서 일상적으로 열리게 되고 이에 따라 상주 인력과 방문객의 유입이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늘어난 생활인구는 자연스레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AI 연구와 실증사업 진행
지역이 보유한 자원과 결합해 AI 연구와 실증사업이 진행된다. 국제기구와 연계한 AI 연구 협력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이를 통한 AI 실증사업으로 공공서비스의 품질도 함께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AI 연구와 실증 분야에서는 그 가능성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다. 고양시에는 국립암센터를 비롯한 7개 대형 의료기관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룩셈부르크 보건연구소 고양지사(LIH-G)까지 들어서면서 보건의료 분야 국제협력 기반이 더욱 탄탄해졌다.
이러한 고양의 의료기관들이 WHO를 비롯한 국제기구와 함께 AI를 연구하고 그 성과가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나라의 환자를 살리는 기술과 서비스로 이어지는 장면을 그려보자. 그것은 단순히 국제기구를 유치하는 일이 아니다. 고양에서 개발하고 실증한 AI가 국경을 넘어 인류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의 해법을 만드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내건 ‘모두를 위한 AI, 글로벌 과제 해결을 위한 AI’라는 비전은 결국 현장에서 증명돼야 한다. 고양의 AI가 WHO를 비롯한 국제기구의 네트워크를 타고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는 것. UN 글로벌 AI 허브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이런 연결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그리고 고양은 그 연결이 시작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도시다.
김현아 고양시 스마트시티과 AI 기획팀장(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