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고등어, 현지에서도 귀한 몸

[북유럽 특파원 생생통신] '토마토 케첩 고등어 통조림'에 고등어 함량 줄이겠다고 발표 고등어 어획 쿼터 제한, 수산물 자원 위기 현실화 경고 한국으로 수출되는 노르웨이 고등어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해양 환경과 생태계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수산 자원 관리 정책 필요

2026-09-07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고양신문] 한국인들의 식탁에서 생선 구이나 조림으로 사랑받는 대표 수산물 ‘노르웨이산 고등어’ 가 노르웨이 현지에서도 어획량 감소로 귀한 대접을 받고있다.

노르웨이 오슬로 인근 한 마트에 케첩으로 버무린 다양한 식료품 회사 제품의 고등어 통조림이 진열돼 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최근 고등어의 본고장인 노르웨이 현지에서는 북대서양 고등어 어획 할당량을 지난해 대비 70% 가까이 줄여야 한다는 국제해양탐사위원회(ICES, ICES, International Council for the Exploration of the Sea)의 발표 이후 고등어가 더 귀한 대접을 받고있다. 

한국에서 고등어를 생각하면 짭조름한 소금구이나 매콤한 조림, 술안주로 불리던 '고갈비', 고등어 구이 등을 먼저 떠올리지만, 노르웨이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고등어를 먹는다. 바로 ‘토마토소스 통조림 고등어(Makrell i tomat)’다.

노르웨이 고등어에 토마토 케첩으로 버무린 통조림,  ‘토마토소스 통조림 고등어(Makrell i tomat)’ 내용물 사진 - 노르웨이 국민 간식 토마토 케첩 통조림에 고등어 양을 줄인다는 발표 후 소비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노르웨이 사람들은 노란색 캔에 담긴 토마토소스 고등어를 통밀빵이나 크래커 위에 넓게 펴 바르고, 마요네즈나 오이 슬라이스를 얹어 아침 식사나 도시락(Matpakke) 반찬으로 즐겨 먹는다.

하지만 최근 노르웨이 국민 간식 '케첩 소스 고등어 통조림' 대표 제조 회사 오르클라(Orkla)가 통조림의 고등어 포함량을 줄인다고 발표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보통 함량은 그대로 유지하고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사례와 달리 이번처럼 고등어 함량을 줄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노르웨이 오슬로 인근 식료품 마트 전경.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영업한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는 최근 노르웨이 종합식품기업 오르클라가 자사의 대표 제품인 고등어 통조림 ‘스탑부르 마크렐’에 들어가는 고등어 함량을 줄이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고등어 통조림 170g 필렛 제품의 경우 기존 고등어 함량을 71% 에서 60%로 줄이고, 110g 필렛과 다진 고등어 통조림 제품은  기존 60%에서  55%로 감축한다고 발표해 소비자들이 가격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르웨이 종합식품기업 오르클라(Orkla)가 대표 고등어 통조림 브랜드의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회사 측은 고등어 함량이 줄어든 대신 토마토소스를 늘려 맛과 풍미를 유지하도록 레시피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몇 년간 고등어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고 자원 수급이 급격히 악화됨에 따라 고등어 어획량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제품 성분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지만 소비자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오슬로 어시장 수산코너 - 왼쪽의 새우 아래 훈제고등어, 중앙 원형모양의 노르웨이 전통 피스케카케(Fisk cake), 훈제연어, 브라운 치즈 등 다양한 수산물과 치즈가 있다. 이철규 북유럽 특파원

한편 NRK 보도 자료에 따르면, 이번 고등어 통조림에 고등어 포함량 감소 원인은 북대서양 고등어 산란개체수 감소로 인한 어족 자원의 감소와 국제 어획 쿼터 축소로 인한 고등어 가격 상승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북대서양 해수온 변화와 과도한 어획으로 인해 고등어 산란 자원은 2014년 약 1300만 톤 수준에서 최근 200만 톤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에 해양학자와 전문기관들은 “수년 전부터 예견됐던 고등어 자원 위기가 이제 현실화된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르웨이 항구도시 베르겐 어시장 내부에서 현지인이 다양한 생선을 이용해 생선 초밥을 만들고 있다. 이철규 북유럽 특파원

이에 따라 노르웨이 정부와 국제해양탐사위원회(ICES) 등 관련 기관들은 지속 가능한 수산 자원 관리를 위해 연간 어획 쿼터를 대폭 축소하고 관리 감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쿼터 제한으로 어획량이 줄어들자 현지 고등어 원물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이는 결국 통조림 속 고등어 함량 감축이라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 '줄어들다'라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제품의 판매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크기, 중량, 수량 등을 줄여 사실상 가격을 올리는 효과가 나타난다. 

노르웨이 오슬로 인근 식료품 마트 앞에 피오르드 피쉬(Fjord Fish)라고 적힌 생선 탑차가 주차돼 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한편 노르웨이는 한국으로 수입되는 고등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최대 공급국이다.

노르웨이 현지에서 고등어 자원 감소와 쿼터 축소로 인해 국민 통조림의 고등어 비율마저 줄어드는 상황은, 향후 한국에 수입되는 노르웨이산 고등어 단가 상승과 수입 물량 확보 난항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노르웨이 3대 피오르드 중 하나인 송네피오르드에서 현지인이 낚시를 하고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노르웨이인들의 아침 식탁을 책임지던 토마토소스 고등어 캔의 고등로 용량 감소는, 단순한 제품 레시피 변경을 넘어 세계기후 변화와 수산 자원 고갈이 지구촌 식탁 풍경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씁쓸한 단면이기도 하다. 

한편 노르웨이 등 20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국제해양탐사위원회(ICES, ICES, International Council for the Exploration of the Sea)는 해수온도 상승과 먹이 감소로 인해 북대서양 고등어 자원이 급감할 수 있다고 추가 경고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해양 환경과 생태계를 생각하는 수산 자원 관리 정책이 고등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국민 생선 '노르웨이 고등어'의 자리가 더 좁아질 전망이다. 북극항로 시대에 지속가능한 해양 수산자원의 보호와 국제적인 협력이 더욱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