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에서 二로, 二에서 人으로…둘이 있어 세계는 비상한다

이갑수의 예술한자(3) -二(두 이)/亠 (돼지해머리 두)/人(사람 인)에 관한 명상 하나(一)에 하나를 더하는(二) 순간 세계는 평면에서 벗어나 입체감 독립 글자 아니고 뜻도 없는 두(亠) 뚜껑 안에 중요한 글자들 감춰놔 단 2획으로 만나는 사람 인(人) 세상의 모든 질문 이 한 글자로 수렴

2026-09-07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사람 인(人)은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을 옆에서 본뜬 글자다. 단 2획으로 만나게 되는 인간. 세상의 모든 질문은 다 이것으로 수렴된다.

[고양신문] 이제는 고인이 된 코미디언 자니윤이 언젠가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에서 한 싱거운 농담 한마디. 혼자서 악수하듯 두 손을 마주 잡고 비비면서. 복권, 그거 당첨되기 힘드시죠, 확률을 두 배로 올리는 어마어마한 비법이 있어요. 두 장을 사세요, 두 장. (ㅎㅎㅎ) 왼손과 오른손, 두 개로 충분하다. 하나 더 있었더라면 인간의 뇌가 그 복잡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 발은 둘이 아니면 어쩔 뻔했나. 둘이라서 거뜬하게 등산하고 내려와 오늘 걸었던 능선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눈도 두 개다. 그렇다고 시력이 좋아져 세상이 더 잘 보이는 것도 아니겠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윙크해 보라. 빛과 그늘이 빚어내는 입체감은 두 눈이 아니면 인지하기가 불가능하다. 흔히 찌푸리기도 하는 양미간(兩眉間) 그러니까 두 눈썹 사이에서 세상의 깊이가 나온다. ‘一에서 二’로의 변화, ‘二에서 人’으로의 변신에 대해 궁리해 본다.

7. 二(두 이) : 둘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나. 국어사전은 둘을 ‘하나에 하나를 더한 수’라고 풀이한다. 하나로 만족할 수 있다면 그건 욕망이 아닐 것이다. 하나에 더해 뭔가 더 꿈틀거리는 이것을 달리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나. 모두 짧지만 단호한 평행선(平行線)이 들어 있어 이 세상을 그 어디로 옮겨가는 들것 같은 둘. 이 부수의 주요 글자는 二(두이) /五(다섯 오)/云(이를 운)/井(우물 정) /于(어조사 우).
*二(두 이) : 아라비아 숫자 ‘1과 2’를 나란히 놓고 아무리 뚫어지게 보아도 그것을 그것으로 보자는 약속일 뿐이다. ‘一과 二’처럼 그 어떤 친연성을 발견할 수 없다. 세계가 하나로만 이루어졌다면 단순한 평면에 머물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차원은 그런 게 아니다. 점(0차원)이 모여 선(1차원)이 되고 선분이 이어져 면(이차원)이 되고, 면이 쌓여 공간(삼차원)이 된다. 二는 나뭇가지를 나란히 나열하여 둘을 표시한다. 一에서 二. 그건 고작 나뭇가지 하나를 더 얹은 것에 그치지 않는다. 세상은 둘 덕분에 하나에서 뛰어올라 공중으로 도약하고 하늘로 비상한다. 
*五(다섯 오) : 수를 셀 때, 다섯 번째의 새끼손가락에서 교차함으로 숫자 5를 나타냄. 대문 밖이 저승이라는 섬뜩한 말도 있지만,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오리무중(五里霧中)의 인생길이다. 그래도 다음의 다섯으로 중심을 잡으며 그 머나먼 길을 운행해 나간다. 오감(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오곡( 쌀, 보리, 콩, 조, 기장)-오복(장수, 부자, 건강, 적선, 편한 죽음)-오우(松, 竹, 梅, 蘭, 菊)-오행(金, 水, 木, 火, 土). 이를 바탕으로 틈틈이 오경(시경, 서경, 주역, 예기, 춘추)을 읽고 공부하면서.
*云(이를 운) : 본래 구름을 뜻하는 한자. ‘비 雨’를 덧붙인 雲(운)에게 구름을 맡기고 '이르다/말하다'라는 뜻으로만 쓰인다. ‘云’을 자세히 보라. 이런 과감한 생각이 구름같이 일어나지 않겠는가. ‘두 이마와 눈썹 그리고 그 아래 날카로운 코’를 형상한 모습. 말이란 무서운 것. 한번 내뱉으면 엎질러진 물처럼 주워담을 수도 없다. 그렇게 말의 엄정함, 함부로 할 수 없음을 저렇게 입 없이 표현한 건 아닐까.
*井(우물 정) : 네모진 틀을 짜서 판 우물 속에 맑은 샘물이 괴어 있는 모양을 본뜸. 우물에 모여 살았고, 우물에서 맹자의 철학이 태어나고, 앵두나무 우물가에서 노래와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어린왕자)인 것처럼 사람 사이에 우물이 없다면 문화나 문명이 가능할까.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여도 사람은 절대 자신의 등을 바로 볼 수가 없다. 보이지 않는 등은 우묵한 우물 같은 것. 현대인은 저마다 이 우물 속에 개구리처럼 앉아서 거실까지 길게 들어온 수돗물을 마시며 살아가는 중이다.
*于(어조사 우) : 어조사란 실질적인 뜻이 없이 다른 글자를 보조하여 주는 글자다. 한문에서 于는 다양하게 쓰이지만 여기선 『논어』에 나오는 이 하나만 기억하자. 배움(學)에(于) 뜻을 두다(志)는 의미의 ‘志于學(지우학)’. 이후 바닥에서 서서(而立), 확고한 공부로 10년 단위로 차츰차츰 상승하여 귀에 들리는 게 모두 순해진다는 耳順(이순)을 지나 마음 가는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 不踰矩(불유구)의 경지로 나아간 게 공자의 일생. 

8.亠 (돼지해머리 두) : 그저 이 형태를 가지는 한자를 분류하기 위해 만든 부수이다. 독립적인 글자가 아니다. 뜻은 없고, 글자가 亥(돼지 해)의 머리라고 해서 ‘머리 두’로 읽는 것이다. 뚜껑처럼 열면 이 부수에 중요한 글자들이 있다. 亡(잃을 망/없을 무)/交(사귈/엇갈릴 교)/亦(또 역)/亥(돼지 해)/京(서울 경)/亭(정자 정)/亨(형통할 형)/享(누릴 향).
*亡(잃을 망/없을 무) : 물건을 아래에 넣고 뚜껑을 닫아 감춘 모양. 감춘다고 없어진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럴 리는 없다. 잃다, 망하다, 도망, 사망. 피한다고 피할 수 있다면 또한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인생의 행로난에 필수적인 단어들. 친구처럼 잘 데리고 다녀야 한다. 
*交(사귈 교) : 사람이 다리를 교차하여 꼰 모양. 交際(교제), 交叉(교차), 交流(교류), 外交(외교)의 예에서 보듯 交는 그 무대를 차츰차츰 넓혀나간다. 사귀다-엇갈리다-주고받다-섞다로 상승하고 발전하는 것. 사귀다는 우리말은 ‘서로 얼굴을 익히고 친하게 지내다’는 뜻이다. 친구뿐만 아니라 사물에게로 그 범위를 넓히는 게 문명의 발달과정과 어쩌면 그리 닮았는가.
*亦(또 역) : 양손을 펼치고 서 있는 사람의 양쪽 겨드랑이에 점을 찍어서 그 아래를 나타냄.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없다 했으니, 영원회귀의 사상도 그렇고 자연 만물은 어쩌면 동일한 것의 반복이다. 사람이란 아는 것이나 익숙한 것에 마음이 쏠리기 마련이다. 그 마음을 표현하는 게 말이니 ‘亦’은 한문에서 수시로 출몰할 수밖에 없다. 부사라서 많은 단어를 거느리지는 않고 亦是(역시)와 亦然(역연)이 있다. 이 단어를 쓰면 그 뜻이 매우 분명해지고 확고해진다.
*亥(돼지 해) : 돼지는 지저분하고 더럽고 미련하다고 흔히 말한다. 이는 그렇게 보는 인간의 짐작일 뿐 돼지는 제 천성대로 잘 산다. 뭐라 해도 인간의 식생활에 매우 고마운 동물이 아닐 수 없다. 동물로서의 돼지를 뜻하는 한자는 豚(돈)이다. 養豚(양돈), 豚肉(돈육)처럼 돼지고기를 뜻하는 글자이다. ‘돼지 亥’는 열두 地支(지지)의 마지막을 담당하는 한자. 
*京(서울 경) : 높은 토대 위에 우뚝 솟은 건물이 있는 것. 신라 시대의 ‘서라벌’이 오랜 세월을 거쳐 셔ᄫᅳᆯ > 셔울 > 서울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서울이 특별하다는 건 上京(상경)이란 말에 들어있다. 서울이 무슨 고원지대도 아닌데 무조건 서울로 올라온다고 표현하는 것. 그렇다고 서울에서 부산이나 목포로 갈 때 하부, 하목이라고 했을까. 그건 또 아니라서 여기에도 서울을 넣었다. 그저 下京(하경)이라 했다. 서울 중심이란 고질병은 이런 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亭(정자 정)/亨(형통할 형)/享(누릴 향) : 삼형제처럼 매우 닮은 세 문자가 있으니, 사람이란 세상에 정자(亭)처럼 가냘프게 서서 형통(亨通)하게 한 생을 누리려(享) 하지만 그게 참 어려운 것. 모든 부고(訃告)에는 마지막에 한 단어가 딸려있다. 享年 00세. 어떤 이는 세상을 떠나기엔 너무 이른 나이라서 향년이란 말이 몹시 야속하기도 하다.

9. 人(사람 인) :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을 옆에서 본뜬 글자. 정면에서 본 모습은 ‘큰 大’에 가깝다. 글자의 왼쪽에 올 때는 '亻(사람인 변)', 아래에 올 때는 '儿(어진사람인 발)'로 바뀐다. 한문에서 人은 남(타인)을 뜻하며 나(본인)는 己로 표현한다. 부수로 살펴보면 의외로 빨리, 그것도 단 2획으로 인간을 만나게 된다. 아, 인간이란 무엇인가. 세상의 모든 질문은 다 이것으로 수렴되는 것. 이 부수에는 매우 중요한 글자들이 부지기수다. 몇몇을 골라본다.
*人(사람 인)= 사람의 옆모습. 둘이 기댄 정지한 모습과 어디로 부지런히 걸어가는 모습을 절묘하게 표현했다. *仁(어질 인)= 사람과 둘(二)이 합친 글자. 둘이 친구로서 사이좋게 지내는 것을 나타냄. *仙(신선 선)= 산과 사람이 합친 글자. 산속 깊숙한 곳이라면 누구든 저 경지에 오르지 않을까. *休(쉴 휴)= 사람과 나무. 사람에겐 나무 곁이 곧 기대고 쉬는 장소. 한편 휴지를 ‘쓸모없는 종이’라고 풀이한다. 아니, 가장 쓰임새 많은 종이가 휴지 아닌가 *伏(엎드릴 복)=사람과 개(犬). 주인 뒤에 바싹 붙은 개의 모습에서 엎드리다는 뜻. *他(다를 타)=사람(亻)과 어조사(也)의 합침. 한 글자 속에 ‘사람이다’라는 한 문장이 들어 있음. 人은 곧 남을 지칭하니 다른 사람, 타인을 뜻하게 됨. *信(믿을 신)=분명히 말하다(言)와 사람의 조합. 한번 말한 일을 끝까지 지켜나가는 인간의 행동을 나타냄. *便(똥오줌 변)=人과 更(고칠 경, 다시 갱)의 집합. 변의 전생이 사람이라 보면 될까. 똥과 오줌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전자가 세포벽을 뚫고 몸 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이라면 후자는 내내 양분만 다 빼앗기고 결국 바깥에만 있다가 억울하게 바깥으로 나오는 것. 이렇듯 입에서 항문까지의 九折羊腸(구절양장)은 엄격한 외부인 것이다. *來(올 래)= 보리 이삭을 본뜬 글자라 한다. 어쨌든 木(나무 목)의 좌우 겨드랑에 두 사람이 숨어 있구나. 한 사람은 이미 온 사람이고, 또 한 사람은 누구일까. 나를 데리러 곧 올 사람? *이상의 예에서 보듯 사람은 신출귀몰하듯 여러 국면에 등장하면서 여러 가지 뜻을 나타낸다. 어찌 보면 사람이 있어 이 세계는 살만한 장소와 자리가 되는 것. 이제 한자는 차원을 달리하면서 이 세계를 설명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