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와 대본, 관객이 무섭지 않은 순간이 가장 무섭다"

개교 20주년 고양예고 연기과 학생들 배우 윤시윤 초청 특별강연 경기북부 유일 예술고의 ‘현장 연계 교육’ 연기 기술부터 배우의 자세까지 공유

2026-09-08     한진수 기자

[고양신문] “무대와 대본, 관객이 무섭지 않은 순간이 가장 무섭습니다. 실수할까봐, 부족할까봐 느끼는 그 두려움이 우리를 더 멋있고 빛나게 만듭니다.” 배우 윤시윤이 배우를 꿈꾸는 고양예술고등학교 연기과 학생들에게 건넨 말이다.

경기북부 유일의 예술고등학교인 고양예고는 개교 20주년을 맞아 지난 4일 오후 1시 교내 기봉관 소극장에서 연기과 1·2·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윤시윤 배우 초청 특별강연을 열었다.

윤시윤 배우가 고양예고 학생들에게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꿈을 연기하다 : 배우로 살아가는 힘’을 주제로 마련된 강연은 약 2시간 동안 펼쳐졌다. 대본 분석과 감정 표현, 오디션 준비 같은 연기 실무부터 배우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태도와 자기관리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고양예고 연기과는 강연에 앞서 학생들이 평소 배우와 촬영·공연 현장의 궁금했던 내용을 질문으로 받았다. 윤시윤은 이를 바탕으로 강연 자료와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준비했고, 자신의 경험을 곁들여 학생들의 질문에 답했다.

학생들의 관심은 무대 연기와 카메라 연기의 차이, 대본 암기, 독백과 서브텍스트 분석, 감정 조절, 오디션 준비, 캐릭터 구축, 배우의 자기관리, 공연 전 루틴 등으로 폭넓게 이어졌다. 현장에서도 질문이 계속 나오면서 연기를 배우는 학생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배우는 작품 속 하나의 크레파스”
윤시윤은 자신을 학생들에게 정답을 알려주는 선생님이 아닌, 조금 먼저 같은 길을 걸어본 ‘가이드’라고 소개했다. 자신의 경험 가운데 하나라도 학생들의 배우 생활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뜻도 전했다.

그는 연습생 시절 오전부터 밤까지 여러 연기 수업을 들으며 훈련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배우에 대해서는 “작품이라는 그림 안에 들어가는 하나의 크레파스”라고 표현했다. 작품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역할과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대본을 익히는 방법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을 내놨다. 글자를 기계적으로 기억하기보다는 대본 안에 담긴 감정의 흐름을 자신의 기억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사를 충분히 익힌 뒤 일정 시간이 지나 다시 되짚어보는 훈련도 강조했다.

상대 배우의 연기를 듣는 자세도 중요하게 꼽았다. 자신이 준비한 표현만 고집하면 상대의 감정과 현장의 호흡에 제대로 반응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고양예고 학생들이 배우 윤시윤의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배우는 공을 받는 포수
좋은 연기는 상대가 보내는 감정과 호흡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한다는 그는 무대와 대본, 관객에 대한 ‘두려움’도 배우에게 필요한 자세로 제시했다. 여기서 두려움은 공포가 아니라 작품과 관객을 존중하는 경외심에 가깝다. 익숙해졌다는 이유로 긴장을 놓는 순간 표현이 무뎌질 수 있기 때문에 작품을 대할 때마다 처음처럼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윤시윤은 자신의 연기 철학을 “연기는 가장 친절한 예술”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어렵고 화려한 표현보다 관객이 인물의 마음과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세심하고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좋은 연기라는 의미다.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문화예술 작품을 접하는 습관도 권했다. 영화와 소설, 음악, 미술, 애니메이션 등을 꾸준히 접하면서 머릿속에 자신만의 ‘영감의 도서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력의 방식도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열심히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머무르기보다 실제 연습한 시간과 내용을 기록하고 스스로 점검하는 습관이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고양예고 학생들과 단체 사진을 촬영하는 윤시윤 배우.

공연장에서 느낀 궁금증, 교실에서 배우에게 묻다
고양예고 연기과 학생들은 강연에 앞서 윤시윤이 출연한 뮤지컬 <그날들>을 단체 관람했다. 전문 배우의 무대를 직접 본 학생들은 공연에서 느낀 궁금증을 이번 자리에서 윤시윤에게 묻고, 무대 위 표현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배우의 자세를 구체적으로 들었다.

연기·움직임·뮤지컬·무대 표현과 작품 분석 등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교내 수업과 공연에서 익힌 내용을 현직 배우의 경험과 연결해 살펴보는 시간이 됐다.

학생들은 연기 기술뿐 아니라 작품을 대하는 성실함, 상대 배우를 존중하는 협업의 자세,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의 이야기도 들었다. 윤시윤은 정해진 시간을 지나서도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며 대화를 나눴다.

연기과 한 학생은 “수많은 작품을 이끌어온 배우가 화려한 성과보다 그 뒤에 있었던 치열한 노력과 흔들렸던 순간까지 솔직하게 들려준 점이 깊이 와닿았다. 지금도 무대와 관객을 경외하고 자신을 계속 단련한다는 말에서 배우로서의 깊이와 품격을 느꼈다. 학교에서 배운 이론과 훈련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어 의미가 컸다. 배우라는 꿈을 한층 선명하고 진지하게 그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윤시윤은 강연을 마친 뒤 학생들의 질문에 담긴 고민과 진지함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는 자리였지만, 오히려 배우를 처음 꿈꾸던 시기를 돌아보게 됐고, 학생들과 나눈 시간이 자신에게도 오래 남을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김희년 고양예고 교장은 “학교는 연기과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전문 교육과 공연·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학생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배우면서 깊은 공감 능력과 인성을 갖춘 배우로 성장하기 바란다. 학생들의 꿈과 성장을 위해 학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개교 20주년 고양예고, 현장형 예술교육 강화
올해 개교 20주년을 맞은 고양예고는 경기북부 유일의 예술고등학교다. 분야별 전문교육과 공연·창작 활동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예술적 역량을 키우고 있다. 연기과에서는 작품과 인물을 깊이 이해하고 무대와 카메라 등 서로 다른 환경에서도 자신만의 표현을 펼칠 수 있도록 연기와 움직임, 뮤지컬, 작품 분석 등 다양한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배우 윤시윤은 2009년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으로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마녀보감’, ‘친애하는 판사님께’, ‘녹두꽃’,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트레인’, ‘현재는 아름다워’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동했다. 영화 ‘백프로’,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 ‘탄생’ 등에 출연했고 예능 ‘1박 2일 시즌3’ 등에서도 대중과 만났다. 최근에는 뮤지컬 ‘그날들’에서 무영 역을 맡아 활동 영역을 무대로 넓혔다.

특히 영화 ‘탄생’에서는 한국 최초의 천주교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역을 맡아 한 청년의 신념과 성장 과정을 연기했다. 영화에서 미처 담지 못한 역사적 맥락과 인물의 서사는 tvN 3부작 드라마 ‘청년 김대건’에서도 다뤄졌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WYD)를 앞두고 영화와 드라마 속 김대건의 삶이 다시 주목받는 가운데, 윤시윤은 새로운 길을 개척한 청년 김대건의 도전과 신념을 작품 속 연기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