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돌봄·AI' 방점 찍었지만 '통합돌봄'은 후퇴

민선9기 고양시 조직개편안 입법예고안 살펴보니

2026-09-09     남동진 기자

안전건설·교육가족·주택건축 3국 신설
인수위 '통합돌봄국' 제안은 과 단위 축소
공무원 48명 증원…시의회 심의 통과 유력
컨트롤타워 실효성·칸막이 극복 과제로

 
[고양신문] 민선9기 고양시가 출범 후 첫 대규모 조직개편에 착수했지만, 시정 핵심 비전으로 내세운 ‘돌봄 혁신’은 출발부터 뒷걸음질 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난안전과 미래기술 분야는 국·담당관 단위로 대폭 격상된 반면, 시장직 인수위원회가 초고령사회 대응의 핵심으로 권고했던 ‘통합돌봄국’ 신설은 기존 복지국 내 1개 과 편제로 축소 조정되면서 당초 구상했던 컨트롤타워 위상이 크게 흔들리게 됐다.

시는 지난 4일 ‘고양시 행정기구 및 정원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오는 14일까지 시민과 관계기관의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이번 개정안은 시의회 심의를 거쳐 내년 1월 4일 정기인사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시 본청은 3개 국을 신설하고 공무원 정원을 48명 증원하는 등 외형적인 확장을 꾀했다. 그러나 인수위 백서에서 거듭 강조했던 ‘부서 칸막이 타파’와 ‘현장 중심 전달체계 혁신’이라는 본질적 과제보다는, 기존 관료조직의 정원 배분과 행정 편의에 맞춰 현실과 타협한 절충안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공직 안팎에서 나온다.


3국 신설·1국 1사업소 폐지, 간판 바꾸는 6개 국
시 본청 조직은 기존 ‘1실 8국 3담당관’ 체제에서 기능별 재조정이 이뤄진다. 국 단위에서는 ‘교육가족국’, ‘안전건설국’, ‘주택건축국’ 등 3개 국이 신설되고, ‘도시혁신국’과 외청 형태인 ‘도로건설사업소’는 폐지된다.

명칭 변경도 대대적으로 단행된다. △일자리재정국은 ‘재정국’ △사회복지국은 ‘시민복지국’ △기후환경국은 ‘기후에너지국’ △도시주택정책실은 ‘도시정책실’ △자족도시실현국은 ‘경제산업국’으로 간판을 바꿔 달며, 기존 도서관센터는 ‘도서관사업소’로 재편된다.

과 단위에서는 총 8개 부서가 신설된다. 대외협력담당관, 통합돌봄과, 청년청소년과, 에너지정책과, 녹색도시과, 문화산업과, 공공건축과 등이 새롭게 둥지를 튼다. 반면 기존 미래산업과는 전략산업과로 흡수·통폐합된다.

공무원 총정원은 현행 3528명에서 3576명으로 48명 늘어난다. 직급별로는 4급 1명, 5급 8명, 6급 이하 39명 증원된다.
 

'안전' 일원화 성공, '돌봄'은 분국 무산
이번 개편안을 인수위 백서의 제안과 비교하면 부서별 ‘온도 차’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안전건설국’ 신설이다. 앞서 인수위는 백서를 통해 “전문임기제 6급 보좌관 중심의 재난안전 체계로는 부서 간 지휘·통제에 한계가 있다”며 분산된 안전총괄·자연재난·사회재난·중대재해 기능을 정규 국 단위로 묶을 것을 주문한 바 있다. 개편안은 이를 수용해 제2부시장 산하에 안전건설국을 신설하고, 기존 시민안전담당관과 재난대응담당관을 안전정책과와 재난대응과로 재배치했다. 여기에 폐지되는 도로건설사업소의 도로·공사 기능을 건설과와 시설물관리과로 흡수해 방재와 기반시설 관리를 한 바구니에 담았다.

미래전략과 첨단기술 분야도 위상이 강화됐다. 기존 도시주택정책실 산하 스마트시티과는 제2부시장 직속 ‘AI전략담당관’으로 격상 신설됐다. AI·자율주행·모빌리티 연계 컨트롤타워를 주문한 인수위 제안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결과다. 시장 직속 부서로는 경제자유구역추진과를 개편한 ‘미래전략담당관’이 배치돼 투자유치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전담한다.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한 ‘문화산업과’ 신설 역시 인수위의 제언과 궤를 같이한다.

반면 돌봄 분야는 인수위 원안에서 상당 부분 후퇴했다는 평가다. 인수위는 초고령사회 진입에 맞춰 보건·복지·요양·주거를 통합 지원하는 ‘통합돌봄국’을 신설하고 일반 복지 중심의 ‘복지국’과 분리하는 2개 국 편제를 제안했다. 그러나 시는 통합돌봄국을 신설하는 대신 시민복지국 산하에 ‘통합돌봄과’ 1개 과를 두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여성가족과와 아동보육과를 신설 교육가족국으로 넘겨 기존 부서의 과밀은 덜어냈으나, 복지와 보건, 주거가 결합하는 다부처 통합돌봄 체계 구축이라는 본래 취지에는 턱없이 모자란다는 지적이다.
 
"과 신설은 의미 있지만 당초 제안에서 크게 후퇴"
인수위 당시 통합돌봄 정책 설계에 참여했던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시의 이번 조직개편안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밝혔다.

오건호 대표는 “이번 개편안에서 통합돌봄 전담 부서가 과 단위로 신설된 것 자체는 긍정적인 첫걸음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인수위가 제안했던 국 단위 편제가 무산된 점은 향후 정책 실효성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평가했다.

오 대표는 “통합돌봄은 단순한 복지 서비스 전달을 넘어 보건소의 방문의료, 주택 부서의 고령자 주거지원, 민간 요양체계 등을 하나로 묶어내는 다부처 간 협업이 핵심”이라며 “일반 복지국 산하 1개 과의 행정적 위상으로는 타 부서나 보건소, 도시정비 부서와의 실질적인 정책 조율과 지휘권을 행사하기에 구조적인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개편안은 입법예고를 거쳐 10월 12일 개회하는 제308회 고양시의회 정례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시의회 의석 과반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점하고 있고, 소관 상임위인 기획행정위원회 역시 여대야소 구도인 만큼 원안 가결 가능성이 유력할 전망이다.

다만 시의회 심의 과정에서 쟁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48명 증원에 따른 인건비와 기준인건비 한도 초과 부담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요구된다. 또한 재건축·재개발·공공건축을 한데 묶은 ‘주택건축국’과 도시계획을 총괄하는 ‘도시정책실’ 간의 업무 분장 문제, 국 단위에서 과 단위로 축소된 ‘통합돌봄과’의 실질적 연계 권한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등이 집중 검증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