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수당 개편의 정석

[높빛시론]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경북행복재단 대표

2026-09-11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경북행복재단 대표

[고양신문] 정부가 아동수당 체계를 개편한다. 기존의 첫만남이용권, 출생 직후 '부모급여'라는 별도의 명칭으로 100만원을 주고 그 다음에는 50만원, 그리고 10만원을 8세까지 주던 아동수당 등 현금성 지원을 '아이맞이지원금'과 '아동기본수당'으로 재편하고, 12세까지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웬만한 현금급여는 ‘기본’을 붙이는 대통령 기분맞추기 관련 논의는 여기에서 필요없을 듯하다. 어쨌든 아동기본수당을 아동수당으로 이해하면 된다. 명칭은 그리 신경 쓸 일은 아닌 듯하고, 영아기에 집중된 지원을 아동의 성장기 전반으로 넓힌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움직임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려면 영유아기뿐 아니라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더 많은 많은 비용이 든다. 교육비와 기본적인 돌봄비용은 물론이고 식비, 의료비, 교통비도 늘어난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지원은 출생 직후에 집중되어 있었다. 아이가 자랄수록 가계 부담은 커지지만 지원은 오히려 줄어드는 구조였다. 부모급여를 아동수당 체계 안으로 통합해 제도를 단순화하고,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12세까지 확대하는 것은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제도의 변화 흐름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반면, 적용 대상 기준에서는 논쟁거리가 있다. 정부안대로 2027년 7월 1일을 기준으로 개편 제도를 적용하면 6월 30일에 태어난 아이와 7월 1일에 태어난 아이가 하루 차이로 수년 동안 서로 다른 지원을 받게 된다. 어떤 기준을 정하더라도 경계선 밖에 놓이는 사람은 생긴다. 그렇다고 기준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기준은 정해야 하지만,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 선택은 중요하다.

출생일 하루를 기준으로 장기간 받을 현금급여의 수급 여부를 나누는 시도는 적절하지 않다. 아이들은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같은 학년에 편성된다. 같은 반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태어난 날 하루 차이로 더 받고 덜 받는 상황이 생긴다. 학부모들은 이를 계속 비교하게 될 것이다. 대통령 임기가 끝나도 이재명 정부가 그어 놓은 기준선에 대한 이야기는 지속적으로 부모들의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다. 아동수당을 개편하면서 좀 줄여보고자 했던 예산 부담은 지속적인 형평성 논쟁이 이어지면서 부모들 간 박탈감과 갈등의 씨앗이 된다.

예산 부담이 더 되더라도 ‘2027년 7월 1일 이후 출생아’가 아니라 ‘2027년 출생아’로 개편 아동수당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2027년 1월생부터 12월생까지 모두 같은 제도의 적용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출생연도 기준은 국민이 이해하기 쉽고, 학교생활과도 연결되며, 행정적으로도 명확하다. 시행 시점 때문에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면 예산 규모를 계산하고 단계적인 지급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 필요하면 내년에 추경 예산안에 편성해도 된다.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이와 부모가 납득하기 어려운 금을 그어서는 안 된다.

조세를 재원으로 하는 아동수당은 출산에 대한 보상금도, 부모에게 주는 용돈도 아니다.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우리가 연대해 전달하는 축의금이다. 다만 돌잔치에 갈 때 한번 전달하는 축의금과 달리, 아동수당은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해 주는 우리 아이들은 잘 키워달라는 지원과 부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지급 확대와 함께 수당의 목적도 분명히 알려야 한다. 부모는 수당을 책과 학습, 건강과 영양, 체험과 여가, 미래 준비 등 아이의 성장에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 국가도 부모를 잠재적인 부정수급자로 감시하기보다 아동수당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보와 상담,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더 많이 준다고 좋은 제도는 아니다. 원칙과 목적이 중요하다. 같은 해에 태어난 아이들의 성장을 동등하게 지원하면서 건강하고 행복한 성장에 대한 아동의 권리를 중심에 두는 것. 이것이 아동수당 개편의 정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