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 개명산 자연활동 “돌 들추니 생명이 보여요”
들머리 풀숲의 메뚜기·잠자리부터 수녀골 계곡의 도롱뇽·버들치까지 다정한 이웃의 특별한 생태탐방
[고양신문] “숲속 계곡에 이렇게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는 줄 몰랐어요. 할아버지를 따라 생물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너무 재미있고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지난 12일 덕양구 개명산 수녀골. 계곡의 돌멩이를 하나씩 들춰보던 랑서애(저동초 3)양의 눈이 반짝였다. 돌 아래 숨어 있던 작은 생물을 발견할 때마다 “와!” 하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이날 개명산에서는 다문화가족과 함께하는 특별한 생태탐방이 펼쳐졌다. ‘다정한 이웃과 함께하는 더 많은 자연활동’ 세 번째 탐방에 참여한 다문화가족들은 개명산의 숲과 계곡을 찾아 곤충과 양서·파충류, 수서생물과 물고기를 관찰했다.
이번 탐방은 기후위기시대 탄소흡수원으로서 중요한 고양시의 마을숲과 습지를 찾아 그 가치를 알리고, 시민들이 자연의 소중함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사)에코코리아와 고양신문이 주최하고, 한국수자원공사 경기서북권지사가 후원했다.
탐방에는 고양시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족 12명을 비롯해 에코코리아 생태강사, 한국수자원공사 경기서북권지사 직원, 고양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직원 등 20여 명이 함께했다.
가을 풀밭에서 만난 작은 생명들
오전 8시30분. 2개 조로 나뉜 탐사단은 ‘샬롬의 집’ 요양원을 지나 개명산 들머리 풀숲으로 향했다. 본격적인 계곡 탐사에 앞서 잠자리채를 들고 가을 곤충을 찾아 나섰다.
“찌르르, 찌르르….” 풀숲에서는 곤충들의 울음소리가 이어졌다. 아이들이 휘두른 잠자리채에는 날개띠좀잠자리 여러 마리가 걸려들었다. 날개에 붉은빛 띠무늬가 선명한 날개띠좀잠자리는 여름부터 가을까지 풀밭에서 관찰할 수 있는 잠자리다.
좁다란 잠자리채에는 메뚜기와 매부리, 귀뚜라미, 사마귀, 광대노린재 약충 등도 잇따라 들어왔다. 노린재는 알-약충-성충의 과정을 거치는데, 약충은 성충이 되기 전의 어린 단계를 말한다. 생태강사 김지선·김윤선씨의 흥미진진한 설명에 아이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곤충의 생김새와 움직임을 주의깊게 살폈다. 메뚜기가 벼의 꽃가루 이동에 도움을 준다는 등 곤충의 생태적 역할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면서 작은 풀밭은 자연학습장이 됐다.
계곡으로 이동하는 길에는 긴장되는 순간도 있었다. 햇볕이 잘 드는 바위 위에서 느긋하게 쉬고 있던 살모사 한 마리가 탐사단의 인기척을 느끼고 숲속으로 슬그머니 몸을 숨겼다.
이은정 에코코리아 사무처장은 아이들에게 뱀을 발견했을 때의 행동요령을 다시 한 번 당부했다.
“9월은 뱀이 겨울을 앞두고 먹이를 찾거나 햇볕을 쬐는 등 움직임이 눈에 띄는 시기입니다. 풀숲이나 바위 주변에서 뱀을 발견하더라도 놀라서 가까이 다가가지 말고, 충분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뱀이 스스로 이동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세요.”
뱀이 사라진 숲을 바라본 아이들은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뱀이 자연속에서 다른 생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생태계의 한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뱀이 발견된 주변에서는 올해 태어난 것으로 보이는 큰산개구리 새끼도 모습을 드러냈다. 큰산개구리는 산지의 계곡이나 습한 환경에서 살아가며 곤충 등을 먹고, 뱀이나 새, 포유류 등 큰 동물에게 먹이가 되는 양서류다.
돌 하나 들추자 나타난 ‘계곡의 보물’
수녀골 계곡에 도착한 탐사단은 신발을 갈아신고 본격적인 생태탐사를 시작했다.
고양시에서 드물게 사철 물이 흐르는 자연형 계곡인 수녀골은 숲과 계곡이 맞닿아 있어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참가자들은 작은 뜰채와 붓, 어항을 들고 계곡 곳곳으로 흩어졌다.
“여기 뭐가 있어요!” 아이들의 목소리가 신나게 울려 퍼졌다.
조심스럽게 돌을 들어 올리고 바위틈을 살피자 작은 생물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생물들이 낙엽과 돌의 색깔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15분 동안 진행된 채집활동에서 한국꼬리치레도롱뇽, 강도래, 날도래, 다슬기, 가재 등이 깨끗한 물에서 사는 다양한 생물종이 관찰됐다. 수서곤충과 버들치와 같은 물고기들이 잇따라 발견되자 참가자들의 열기도 높아만갔다. 몸이 납작한 버들치는 산간 계곡이나 하천의 빠른 물살에서도 헤엄치며 살아가는 민물고기다. 작은 수서곤충을 잡아먹어 물속 생태계의 포식자로 꼽히는 장수잠자리 유충도 바위틈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나뭇가지로 지은 집을 지고 다니는 날도래 유충도 눈길을 끌었다.
아이들이 특히 신기해한 것은 꼬리치레도롱뇽과 가늘고 길다란 대륙유혈목이였다.
도롱뇽은 차고 깨끗한 물과 육지를 오가며 생활하는 양서류다. 물속과 주변의 습한 숲을 오가며 살아가는 도롱뇽은 작은 수서생물을 먹고, 더 큰 동물의 먹이가 되면서 계곡의 먹이망을 연결한다. 물속과 낙엽, 돌과 흙 위를 기어다니는 도롱뇽의 발에는 작고 섬세한 4개의 앞발가락과 5개의 뒷발가락이 있다. 발가락 끝은 마치 매니큐어를 바른 듯 특이한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대륙유혈목이는 계곡 주변에서 도롱뇽과 개구리 등 양서류를 먹이로 삼는 뱀으로, 계곡 생태계에서 포식자 역할을 한다.
이처럼 계곡의 생물들은 각자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위에 붙은 조류와 유기물을 먹는 작은 생물에서부터 수서곤충과 물고기, 도롱뇽, 뱀에 이르기까지 서로 먹고 먹히며 연결돼 있었다.
이은정 사무처장은 채집한 생물들을 종류별로 어항에 담아 참가자들에게 보여주며 개명산 계곡의 생물다양성과 각 생물종의 특징을 설명했다.
“15분 동안 생물채집을 했는데 청정한 계곡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생물들이 확인됐습니다. 다슬기와 수서곤충, 도롱뇽과 버들치, 그리고 뱀까지 각각의 생물이 먹이 관계로 연결되면서 숲속 계곡은 하나의 작은 생태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작은 계곡이 자연을 배우는 교실로
물속 생물을 관찰하는 계곡 탐방을 마치고 하산길에는 ‘도롱뇽이 사는 개명산, 더불어 함께 사는 우리’라는 글자 잇기 놀이가 진행됐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온 아이들이 보물찾기 하듯 숲에서 글자를 찾아 문장을 이으며 자연과 공존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이어 계곡에서 돌멩이를 주워 쌓은 작은 돌탑 앞에서 각자의 소원을 빌며 3시간에 걸친 개명산 자연활동이 마무리됐다.
유미진 고양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사무국장은 “다문화가족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촘촘하게 마련해줘 감사하다. 가족들이 자연 속에서 함께 배우고 교류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족의 지역사회 정착을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고양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다음 달 17일 일산호수공원 야외공연장에서 다문화가족과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다문화 어울마당’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