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청년들은 어디에 있을까

[신정현WHAT수다]

2026-09-17     신정현 전 경기도의원

[고양신문] 10년 전 여름, 고양의 청년들과 실태조사를 시작하며 던진 질문이다. 당시 고양의 20·30대는 27만 명이 넘었지만 지역에서 청년을 만나기는 어려웠다. 카페와 대학, 아르바이트 현장을 찾아가서야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인터뷰에서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나가고, 하루 대부분을 고양 밖에서 보낸 뒤 잠만 자러 돌아온다고 했다. 고양에는 일거리도, 놀거리도, 볼거리도 부족하다고 했다. 설문 응답자의 84.6%는 예전보다 계층 이동이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2017년 고양시 첫 청년기본조례는 이런 절망적인 현실을 바꾸려는 청년 당사자 운동의 결과였다. 이후 청년정책 부서와 청년공간, 청년정책조정위원회와 협의체가 생겼고 청년의 이름을 단 사업도 많이 늘었다.

2016년 2월, 고양시 청년들이 모여 ‘청년기본조례’에 대한 구상을 이야기하는 첫 모임을 가졌던 모습. 고양신문DB

그로부터 10년, 고양의 청년생태계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2026년 기준 고양의 18~39세 청년은 28만 명 남짓이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에만 3877명이 줄었다.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7593명 늘었다. 청년정책도 1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아졌고 관련 예산도 1164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청년의 삶도 그만큼 나아졌을까?

지난해 고양시 청년(15~29세) 고용률은 38.3%로 1년 새 4.6%포인트 떨어졌다. 일자리만 볼 일도 아니다. 고양시가 따로 진행한 은둔 당사자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6.4%가 학업·취업·창업 참여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고, 우울 유병률은 28.3%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청년실태조사에서 나타난 청년 우울 유병률 6.1%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청년의 어려움은 일자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관계와 마음 건강, 주거와 돌봄까지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청년정책의 출발점은 사업이 아니라 진단이다. 청년기본조례가 5년마다 기본계획을 세우게 하고, 청년정책 연구와 실태조사의 근거를 둔 것도 그래서다. 그런데 첫 기본계획(2019~2023)이 끝난 뒤 3년 동안, 고양시는 특정 집단 조사 말고는 청년 전체를 대상으로 한 종합적인 실태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청년이 몇 명 사는지는 알아도, 어떻게 사는지는 묻지 않은 셈이다. 누가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지, 누가 주거 문제로 힘든지, 누가 고립되어 있는지, 무엇이 있어야 이 도시에 머물 수 있는지 알아야 정책도 설계할 수 있다.

조사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청년을 조사 대상으로만 두지 말고 직접 조사에 참여하게 하자. 자기 문제를 연구하고 정의하며, 해법이 될 정책을 숙의하고 제안하게 하자. 청년 관련 조례의 제·개정에 참여하고, 시행된 정책을 평가하는 역할을 맡기자. 위원회에 청년 몇 명 앉혀 두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청년에게 실제 권한을 나누고, 정책을 함께 만드는 주체로 세워야 한다.

청년정책 추진 체계도 돌아봐야 한다. 현재 고양시 청년정책은 일자리정책과 소속 청년정책팀이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청년의 삶에서 일자리와 주거, 교육과 교통, 문화와 돌봄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청년정책은 한 세대의 문제를 넘어 도시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러 정책과 관련 부서를 연결하고 청년의 목소리를 시정 전반에 반영할 시장 직속의 청년 전담부서가 필요하다. 10년 전에는 청년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일이 급했다면 지금은 청년과 함께 도시의 방향을 다시 그릴 때다.

왜 하필 청년이냐고 묻는 분도 있을 것이다. 청년이 떠나면 일자리도, 동네 상권도, 돌봄도 지탱하기 어려워진다. 30여 년 전 일산에 처음 이삿짐을 푼 우리 부모 세대도 그때는 청년이었다. 그 도시가 이제 자녀 세대에게도 같은 기회를 줄 수 있어야 공평하다. 청년이 살고 싶은 도시가 결국 우리가 살고 싶은 도시다. 청년이 살 만한 도시를 만드는 일은 복지의 차원을 넘어 고양의 미래전략이자 생존전략이다.

신정현 경기도의원

9월 19일은 청년의 날이다. 민선 9기 시정이 막 출발한 지금이 적기다. 고양은 청년을 위해 정책을 만드는 도시를 넘어 청년과 함께 정책을 만드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젊음이 머물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도시가 될 수 있다. 10년 전 우리가 던졌던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많은 청년들은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