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까지 땄는데…유소년 테니스 훈련장 잃나

12년 훈련장 대관 종료에 선수들 막막 협회 “공유재산 내 사설 영리 강습 불가” 학부모 “12년 성과 외면한 일방적 통보” 고양시는 법률검토 중…대책 마련 촉구

2026-09-18     남동진 기자
대관 종료를 앞둔 성사시립테니스장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고양TA 소속 유소년 선수 학부모들.

[고양신문] 전국소년체육대회 금메달과 은메달, 국제테니스연맹(ITF) 18세 이하 국제대회 우승. 고양시 유소년 테니스 선수들이 올해 거둔 주요 성적이다. 그러나 고양테니스아카데미(고양TA)가 사용해 온 코트의 대관이 종료되면서 소속 초·중등부 선수 15명의 훈련 공간 확보가 불투명해졌다. 대관 종료 시점은 다음 달 1일로, 별도의 훈련 공간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선수들은 기존 코트에서 훈련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7일 고양시와 테니스협회, 학부모 등에 따르면 성사시립테니스장에서 12년간 유소년 선수를 육성해 온 고양TA는 오는 9월 30일 자로 대관 종료를 통보받았다. 지난해 6월 시로부터 성사테니스장 운영을 넘겨받은 수탁기관 고양시테니스협회가 ‘공공체육시설 내 영리 강습 및 특정 단체 독점 불가’를 이유로 대관 연장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고양TA는 2014년 고양시와 테니스협회의 주니어 육성 취지에 발맞춰 출범했다. 고양시 체육시설 관리 조례에 따라 체육 꿈나무 육성 대상으로 인정받아 시설 사용료를 50% 감면받아 왔고, 나머지 비용은 학부모들이 부담했다. 전용 훈련장이나 실내 코트가 없는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일반 동호인 이용이 적은 평일 낮 2시부터 6시까지 유휴 시간대 코트 3면을 활용해 훈련을 이어왔다.
그러나 협회는 올해 4월부터 “사설 아카데미가 공공체육시설에서 수강료를 받으며 영리 활동을 하는 것은 공유재산법 위반”이라며 퇴거를 요구했다. 지난 12년간 시가 합법적 조례 감면 대상자로 지정해 육성해 온 유소년 팀을 하루아침에 ‘불법 사설 영리 단체’로 규정한 셈이다.
학부모 측은 반발하고 있다. 학부모 대표 측은 “행정안전부 유권해석 결과, 지자체 조례에 근거해 유소년 체육 육성을 목적으로 시설을 배정하거나 사용료를 감면하는 것은 공유재산및물품관리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상위법 위반이 아닌 지자체의 자치 사무이자 재량 영역임에도 협회가 무리한 법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양시테니스협회 측은 이번 조치가 법과 규정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서현욱 회장은 “공유재산관리법상 공공시설에서 개인이 영리 강습을 하는 것은 불가하며, 시 체육정책과의 지도점검 결과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서 회장은 “협회 역시 유소년 피해를 막기 위해 해당 아카데미를 협회 산하 조직으로 흡수해 시도비 지원을 받는 G-스포츠클럽과 단계적 통합을 추진하고, 현 지도자에게 2~3년간 유예 기간을 주는 대안을 4월에 제시했다”며 “하지만 8월 말까지 이에 대한 아무런 공식 답변 없이 민원만 제기하고 있어 더는 대관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 측은 “지난 6월 시와 협회가 모인 자리에서 향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했으나 이후 석 달 가까이 협회로부터 어떠한 공식 제안이나 연락도 받지 못했다. 7월 공문에서는 12월 말까지 사용을 약속해 놓고 돌연 일방적 퇴출을 통보하고 오히려 ‘대안 제시나 성의가 없다’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도·감독 권한이 있는 고양시 체육정책과는 법률검토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만 밝혔다. 시 체육정책과 담당 팀장은 “국민권익위원회 자료 제출 요구 등 민원이 접수돼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법률 자문을 구하는 단계”라며 “선수 육성이나 청소년 체육 활동 자체를 막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공공체육시설은 모든 시민에게 개방된 공공재”라며 “비영리든 사설이든 특정 단체가 평일 코트 3면을 12년 동안 장기간·반복적·독점적으로 사용해온 방식이 현행법과 조례, 위수탁 계약 취지에 부합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12년 동안 이용해왔다고 해서 민간위탁 이후인 지금도 당연히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의 이러한 태도를 두고 ‘행정 편의주의적 태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12년 동안 조례에 근거해 고양TA를 사실상 지역의 공적 유소년 선수 육성 창구로 활용해왔음에도 이제 와서 ‘적법성 검토’를 이유로 뚜렷한 대책 없이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반기 코트 배정일인 오는 25일까지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고양TA 소속 유소년 선수들은 훈련 공간을 잃어버리게 된다. 
현재 학부모들은 온라인 서명운동과 함께 권익위 제소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 학부모는 “우리가 바라는 것은 새로운 특혜나 전용 구장이 아니라, 지금까지처럼 아이들이 계속 라켓을 잡게 해달라는 것뿐”이라며 “어른들의 행정 편의와 밥그릇 싸움에 10년 넘게 일궈온 아이들의 땀방울이 한순간에 지워져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