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세 어르신 손끝에서 작품이 된 학교 화단

이한영 어르신,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초등학교 화단 가꾸기 참여

2026-09-20     한진수 기자

[고양신문] 밋밋했던 초등학교 등굣길이 아이들의 눈길을 붙잡는 특별한 길로 바뀌고 있다. 평범하던 나무들이 거북이가 되고, 하트가 되고, 웃는 얼굴이 됐다. 가지를 다듬고 모양을 잡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낸 이는 이한영(82세) 어르신이다.

이씨는 고양시덕양노인종합복지관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고양시의 한 초등학교 화단을 가꾸고 있다. 그는 무성하게 뻗은 나뭇가지를 정리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모양을 구상하고 나무 가지를 하나씩 다듬었다. 거북이, 하트, 웃는 얼굴로 변신한 나무들을 아이들은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고 시작했다. 교직원과 학부모들도 달라진 화단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한영 어르신이 한 초등학교에서 화단을 가꾸고 있다.

그의 정성은 한 학부모가 감사 편지를 전하면서 주변에도 알려졌다. 학부모는 “예쁘게 꾸며진 길을 보니 너무 아름답다. 새소리를 들으며 걸으면 마음도 편안해진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이한영 어르신이 가꾼 학교 화단.

이씨는 “노인일자리는 사회가 노인을 일방적으로 돕는 일이 아니라 노인의 경험을 살려 사회를 함께 가꾸는 상생의 사업이다. 아침마다 갈 곳이 있고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외로움과 우울함이 줄어드는 것을 느낀다. 내가 좋은 모습을 보여야 다른 동년배들에게도 기회가 더 많이 돌아갈 수 있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 힘이 닿는 동안 아이들을 위한 예쁜 길을 정성껏 가꾸고 싶다”고 말했다.

이한영 어르신이 가꾼 화단.

 

이한영 어르신이 가꾼 학교 화단.

덕양노인종합복지관은 2026년 현재 1000명의 어르신과 다양한 노인일자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소득 보완의 역할과 함께 어르신이 가진 경험과 능력을 지역사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활동 영역을 넓히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한영 어르신의 손끝에서 달라진 작은 학교 화단은 노인일자리가 지역사회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어르신에게는 자신의 경험을 다시 펼칠 자리가 되고, 아이들과 주민들에게는 세대의 손길이 머무는 따뜻한 공간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