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막힐수록 운전자는 왜 서두르게 될까
이광수의 교통안전 칼럼
[고양신문] 도로가 막히기 시작하면 운전자의 마음도 함께 조급해진다.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기다릴 수 있는 몇 분이지만, 차량이 움직이지 않으면 조금이라도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앞차와의 거리가 조금만 벌어져도 답답하고, 옆 차로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차선을 바꾸고 싶어진다. 그렇게 차선을 옮기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앞차와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다른 차량의 끼어들기에도 평소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교통체증이 운전자의 행동을 바꾸는 이유는 단순히 도로에 차량이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운전자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 심리적으로 조급함을 느끼기 쉽다. 특히 같은 장소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으면 ‘조금이라도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문제는 이런 조급함이 실제 운전 행동으로 이어질 때다.
대표적인 것이 잦은 차선 변경이다. 정체된 도로에서는 옆 차로가 조금 더 빨리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면 그 차로로 옮기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어렵게 차선을 변경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 차로가 다시 빨라지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여러 차례 차선을 변경하더라도 실제 이동시간이 기대만큼 줄어들지 않을 수 있고, 차선을 바꾸는 과정에서 주변 차량과의 접촉 위험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정체 구간에서는 옆 차로의 속도에 따라 차선을 계속 바꾸기보다 현재 차로의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안전하다. 차선을 변경해야 한다면 주변 차량의 위치와 움직임을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 도로교통법도 다른 차량의 정상적인 통행에 장애를 줄 우려가 있는 경우 진로를 변경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진로를 변경할 때는 방향지시기 등으로 신호를 해야 한다.
차선 변경만큼 정체 구간에서 주의해야 할 것이 안전거리다. 앞차와 거리를 두면 뒤에서 다른 차량이 끼어드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운전자는 다른 차량이 들어올 공간을 만들지 않으려고 앞차에 바짝 붙는다. 하지만 안전거리는 다른 차에게 양보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앞차의 갑작스러운 정지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도로교통법 제19조는 앞차가 갑자기 정지하더라도 충돌을 피할 수 있을 필요한 거리를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정체 구간에서는 차량이 조금 움직였다가 다시 멈추는 상황이 반복된다. 앞차가 브레이크를 밟으면 뒤따르는 차량도 연이어 대응해야 한다. 이때 차간거리가 충분하지 않으면 작은 판단 착오가 추돌로 이어질 수 있다. 여러 차량이 촘촘하게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앞차의 제동에 대응할 여유를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정체 구간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차량 간 거리뿐만이 아니다. 다른 운전자에 대한 감정적인 반응도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정체된 도로에서 누군가 갑자기 끼어들면 ‘나만 손해를 봤다’는 생각이 들기 쉽다. 그 순간 경적을 울리거나 상대 차량을 따라가며 다시 앞질러 가려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도로 위에서 몇 초 먼저 가기 위해 감정적으로 대응하다 보면 주변 교통상황에 대한 주의가 분산될 수 있고, 불필요한 위험을 만들 수 있다.
다른 차량이 끼어들었을 때는 경쟁하거나 보복하려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안전운전 습관이다. 한 대의 차량이 앞으로 들어왔다고 해서 전체 이동시간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상대 차량의 움직임에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자신의 차로와 주행 상태에 집중하는 편이 안전하다.
정체 상황에서 운전자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도로의 흐름이 아니라 자신의 운전이다. 사고나 공사, 차량 통행량 증가 등으로 발생한 정체를 개인의 운전으로 해소할 수는 없다. 몇 분을 아끼려는 행동보다 사고 위험을 줄이는 선택이 중요한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는 세 가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첫째, 옆 차로가 빨라 보여도 불필요하게 차선을 자주 바꾸지 말아야 한다. 둘째, 앞차가 갑자기 멈출 상황에 대비해 충분한 차간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셋째, 다른 차량이 끼어들더라도 경쟁하거나 보복하려 하지 말고 자신의 주행에 집중해야 한다.
교통체증을 운전자가 없앨 수는 없지만, 정체 속에서 어떤 운전을 할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몇 분 먼저 도착하려는 조급함보다 사고를 피할 수 있는 여유를 선택하는 것, 그것이 막히는 도로에서 필요한 안전운전이다.
이광수 일산서부경찰서 경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