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 무너뜨린 기세로...9·19 평화 자전거행진 성료
[북유럽특파원 생생통신] 제5회 베를린 한반도 평화 자전거 행진 평화의소녀상~브란덴부르크 문 9.19㎞ 남북평양공동선언, 9·19 군사합의 이행 촉구
[고양신문] 북유럽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9월, 동(東)-서(西) 냉전과 분단의 상징에서 화해와 평화의 장소로 거듭난 독일 통일의 상징, 베를린 도심 한복판에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힘찬 자전거 페달 소리가 울려 퍼졌다.
12일(현지시각) 오후 4시 독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시작해 브란덴부르크 문까지 9.19㎞ 코스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는 2018년 남북이 합의한 평양공동선언과 9·19 군사합의의 이행을 촉구하는 평화 자전거 행진으로 진행됐다. 당시 합의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줄여 평화의 길을 여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8년이 지난 현재까지 남북 간 대화와 교류는 장기간 중단된 상태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 북유럽협의회(회장 정선경) 주최로 진행된 이번 평화 자전거 행진은 재독 한인 동포와 유학생, 베를린 현지 시민 등이 참여해 한 마음으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담았다. 주최 측은 냉전과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뤄낸 도시 베를린에서 행사를 연 것은 한반도 남북 간 대화와 교류의 장기간 중단의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행사는 5세 아이부터 80대 파독간호사출신 할머니까지, 한인 1세대부터 3세대까지 온가족과 평화를 염원하는 현지인들이 함께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올해로 5번째 진행된 이번 행사 코스는 평화의 소녀상, 주독 대한민국대사관, 주독 북한대사관을 차례로 경유한 뒤 마지막으로 브란덴부르크 문(Brandenburg Gate)까지, 독일 분단 극복을 상징하는 곳과 한반도 관련 시설을 경유해 진행됐다.
각각의 행사 경유지에서는 한번도 평화의 염원이 담긴 외침이 이어졌다. 첫 번째 경유지인 주독 대한민국대사관 앞에서는 김예랑 민주평통 북유럽 협의회 간사가 마이크를 잡고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평화와 협력을 담은 9·19 평양공동선언의 정신은 지금도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으며, 오늘 우리가 달리는 9.19㎞에도 그 평화의 뜻을 담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함께 달리자, 평화공존을 향해", "이어가자, 9·19 평화정신"이라는 구호와 함께 독일어로 "Für ein friedliches Zusammenleben(평화로운 공존을 위하여)", "9·19 Kilometer, Für den Frieden(평화를 위하여)"를 외쳤다.
두 번째 경유지인 주독 북한대사관 앞에서는 "이곳에 서니 멈춰 서있는 남북 대화와 한반도의 긴장감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면서도 "분단을 극복한 베를린의 역사가 말해주듯 평화를 향한 우리의 열망과 행동은 결코 멈출 수 없다"는 발언이 이어졌다. 이어 "오늘 달린 9.19㎞는 9·19 군사합의의 평화 정신을 기억하고 북녘까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담대한 촉구"라며 "이 작은 페달질이 언젠가 막힌 길을 뚫고 평화의 물꼬를 터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종착지인 브란덴부르크 문까지 라이딩을 마친 후, 정선경 북유럽 협의회장은 "지금처럼 남북 대화가 끊기고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질수록 작은 실천이라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며 "뜻깊은 여정에 함께해 준 참가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이후 티어가르텐 공원으로 이동해 주최 측이 준비한 김밥을 나눠 먹으며 화기 애애한 분위기 속에 행사를 마무리했다.
한편 이번 행사에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벧엘교회, 재독한국여성모임, 한민족유럽연대, 베를린기독교한인교회, 코리아협의회, 베를린공과대학 한인학생회 등 여러 단체가 협력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민주평통 북유럽협의회(회장 정선경)는 그간 분단의 상징적 숫자인 38을 딴 '38 점프챌린지'(38번 줄넘기로 분단 극복을 기원하는 캠페인), 4·27 판문점 선언과 6·15 공동선언을 기리는 4.27㎞·6.15㎞ '원데이원런' 등 시민 참여형 평화 캠페인을 꾸준히 벌여왔다. 또한 9월 행사에 이어 10월 5일 한반도평화음악회, 10월 6일 평화예술실천포럼 등을 준비하고있다. 독일, 베네룩스, 스칸디나비아, 아이슬란드, 발트해 국가 등 중·북부 유럽 지역에서의 지속적인 한반도 평화통일 외교 활동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동서(東西) 냉전의 상징이었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만 36년이 지났다. 슬픈 역사를 잊지않기 위해 남겨놓은 전시용 베를린 장벽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곳곳에 뚫린 구멍이 점점 커지고있다.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베를린 장벽이 1989년 11월 9일 한순간에 무너져 동(東)과 서(西)가 하나를 이룬 것처럼, 베를린에서 힘차게 울려 퍼진 자전거 페달의 염원이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기세로 한반도 남(南)과 북(北)까지 이어지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