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9기 고양시, 기후도시 전환의 방향을 묻다

133회 고양포럼 '기후도시 고양, 왜 절실한가?' '도넛 경제'로 지속가능한 도시 전환 제안 건물·수송 중심 탄소배출 구조 개선 시급 시민 체감하는 기후복지 정책 확대해야 장항습지 등 생태자산 활용한 전환 필요

2026-09-23     박상준 기자

[고양신문] 민선9기 고양시의 기후위기 대응 방향을 놓고 전문가와 행정,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댔다. 탄소중립 정책을 시설과 인프라 확충에 그치지 않고 시민의 일상과 도시 구조를 바꾸는 실질적인 전환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고양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제133회 고양포럼이 지난 21일 일산동구청 대강당에서 열렸다. '기후도시 고양, 왜 절실한가'를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녹색전환연구소, 고양포럼, 고양신문이 공동 주최·주관했다.

2030년 기후 대응 분기점, '도넛 경제 모델로 전환해야'

기조 발제 중인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녹색전환연구소 제공

기조 발제에 나선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장은 2030년이 파리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절반 감축과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의 중요한 분기점임을 강조하며 지방정부의 역할을 촉구했다.

김 소장은 네팔에서 대규모 빙하 붕괴로 홍수가 발생해 1400여 명의 사망자와 6000여 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사례를 언급하며 기후 재난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또한 고양시민 1인당 탄소배출량이 5.66톤으로 네팔 국민 0.63톤의 9배에 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데이터센터 건립 등 AI 산업 발전에 따른 전력 소비와 열섬 현상이 기후 위협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며, 시민의 사회적 안전망을 보장하면서도 생태적 한계선을 넘지 않는 '도넛 경제 모델' 도입을 제안했다.

이를 위한 5대 전환 과제로 △재생에너지 생산 도시 △탄소 배출 없는 이동권 보장 도시 △탈탄소 주거 도시 △기후 재난에 안전한 도시 △녹색 지역 경제 도시를 제시했다.

송진호 고양시 기후에너지과장이 민선9기 고양시의 기후에너지 정책 방향과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녹색전환연구소 제공

고양시 "공공 유휴부지 태양광 확대 및 수소 생태계 구축"

이어 송진호 고양시 기후에너지과장은 민선9기 기후에너지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송 과장은 고양시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90%가 건물과 수송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전력 소비량 대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8.7%에 불과해 가스 발전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건축물 제로에너지 기준 적용과 대화도서관 그린 리모델링(34억원)을 완료했으며, 농수산물 유통센터 등 7개 공공 유휴공간에 98억여원을 투입해 2.9MW 규모의 태양광 설비를 설치했다. 송 과장은 "2020년 1000만원 수준이던 발전 수익이 올해 약 7억8000만원으로 75배 증가했다"며 공공부문의 성과를 강조했다.

수송 분야에서는 2026년까지 353억원을 투입해 친환경차 3356대를 보급하고,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을 2021년 대비 92.9% 감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원당 버스 공영차고지의 '미니 수소도시' 조성(100억원)과 설문동·지영동 일대의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25.64MW, 민간투자 1540억원) 건립을 통해 미래 수소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덧붙였다.

고양포럼 사회를 맡은 김지영 고양포럼 기획위원. 녹색전환연구소 제공

행정 청사진에 쏟아진 비판
지정 토론에서는 현행 정책의 실효성과 구조적 한계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김효금 고양시의원(환경경제위)이 예산 편중과 행정 규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녹색전환연구소 제공

김효금 고양시의원(환경경제위)은 시의 정책이 공급자 중심으로 편중돼 시민 체감도가 낮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2030년까지 1조8900억원 투입 로드맵을 발표했으나, 2026년 예산은 전기차·수소차 보조금 등에 쏠려 있어 시민들이 교통비나 전기요금 절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환경 정책 예산 삭감 사례를 언급하며 "구호와 집행 사이의 간극이 크다"고 꼬집었다.

고이지선 녹색전환연구소 지역전환팀장이 고양시 탄소중립 계획의 부실함과 자전거 인프라의 후퇴를 비판하고 있다. 녹색전환연구소 제공

고이지선 녹색전환연구소 지역전환팀장은 고양시의 탄소중립 기본 계획을 'C등급'으로 평가했다. 고 팀장은 "온실가스 배출의 핵심인 수송 부문의 감축 목표가 10%에 불과하다"며 과거 공공자전거 '피프틴'이 사라진 이후 레저용에 머물고 있는 자전거 도로망을 실생활 출퇴근 교통망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4만 호에 달하는 노후 주택 규모에 비해 10년간 15억원 수준에 불과한 민간 건물 그린 리모델링 예산의 증액도 촉구했다.

박평수 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 고양시의 소극적인 재생에너지 감축 목표와 수소 발전의 경제성을 질타하고 있다. 녹색전환연구소 제공

박평수 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고양시의 국가 탄소 감축 목표 설정이 40%가 아닌 36%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가 추진 중인 수소 연료전지 발전 사업에 대해 "천연가스를 개질하는 '그레이 수소'는 화석 연료 사용과 다를 바 없어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경제성도 없다"며 "그린 수소가 담보되지 않는 수소 경제는 향후 시민 부담으로 전가될 좌초 자산"이라고 경고했다.

한동욱 한국PGA생태연구소 소장이 기후 정책에 자연기반해법(NbS)과 생태적 관점이 통합돼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녹색전환연구소 제공

한동욱 한국PGA생태연구소장은 '도넛 경제 모델' 적용 시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 관점이 누락됐음을 짚었다. 한 소장은 "기후 재난 안전 대책이 물리적 인프라에만 치중돼 있다"며 습지 복원, 투수성 녹지 확대 등 '자연기반해법(NbS)'의 도입을 촉구했다. 또한 장항습지와 한강하구 수변 생태계 등 고양시의 고유 자산을 탄소 흡수원 및 생태 복지 지표로 명시해 '생태도시' 비전과 통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발제와 지정 토론을 주의 깊게 경청하고 있는 패널들의 모습. 녹색전환연구소 제공

시민 체감형 대안 부재… "일상 바꾸는 정책 절실"

시민 질의응답 시간에 한기식 고양자전거학교 대표가 기후 정책과 관련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 녹색전환연구소 제공

지정 토론 이후 이어진 플로어 질의응답에서는 실생활과 밀접한 대안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황민수 시민은 "아파트 단지의 가스 난방 에너지가 탄소 배출의 주범인 만큼, 이를 어떻게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양자전거학교 한기식 대표는 "자전거를 실질적인 생활 교통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인프라 정비를 위한 전폭적인 예산 배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제133회 고양포럼은 민선 9기 고양시가 표방한 '지속 가능한 생태평화 도시' 비전과 실제 행정 지표 사이의 뚜렷한 간극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관 주도의 선언적 목표와 일부 인프라 실적을 넘어, 수송 부문의 근본적 전환, 실효성 있는 기후 복지 예산의 확대, 생태계 보전이 결합된 종합적 기후 정책 마련이 2030년을 앞둔 고양시의 시급한 과제로 남았다.

시민들이 포럼에 참석해 열띤 토론과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녹색전환연구소 제공
지난 21일 일산동구청에서 열린 제133회 고양포럼 참석자들이 행사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녹색전환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