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페이 '도내 최고' 확대한다더니…내년에도 ‘먹구름’

인수위, ‘도내 최고 400억’ 로드맵 제시 1인당 예산 2997원, 도내 31곳 중 ‘꼴찌’ 3차 추경 24억 반영에도 최하위 탈출 역부족 세출 조정·도비 축소 암초, 내년 예산 비상

2026-09-29     남동진 기자

[고양신문] 민선9기 고양시가 ‘지역화폐(고양페이) 도내 최고 수준 확대’를 핵심 민생 공약으로 내걸고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수립했으나, 현실은 여전히 ‘경기도 꼴찌’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시가 제3회 추경에 24억원을 뒤늦게 반영해 10월부터 충전 한도를 늘리기로 했지만 최하위권 탈출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더욱이 눈앞으로 다가온 2027년도 본예산 편성 작업마저 3650억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과 경기도의 도비 분담률 축소 통보라는 암초를 만나, 첫 본예산부터 공약 실현에 난항이 예상된다.

인수위 ‘도내 최고 400억’ 로드맵, ‘지역순환경제 1조원’ 핵심 축
앞서 지난달 고양시가 발표한 ‘민선9기 고양대전환준비위원회 활동 백서’에 따르면, 인수위 미래산업·자족도시 특별분과는 고양페이 활성화를 민선9기 경제 대전환의 핵심 전략으로 확정했다.

인수위 백서는 취약한 관내 산업 기반을 보완하고 자금의 역외 유출을 막을 최우선 수단으로 지역화폐 확대를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2026년 하반기 시범 확대를 거쳐 2027년 본예산에 총 250억원(인센티브 10%, 충전 한도 30만원)을 반영하고, 2028년 300억원, 2029년 350억원, 임기 내인 2030년까지 총 400억원(인센티브 10%, 충전 한도 50만~100만원 탄력 운영)으로 단계적 증액하겠다는 연차별 로드맵을 명시했다.

이는 민선9기 핵심 공약인 ‘지역 내 매출 순환 1조원 달성’을 위한 행정적 지렛대로 고양페이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민경선 시장 역시 취임 직후부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역화폐 확대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히며 상인과 시민들의 기대를 모았다.

인센티브 지원 ‘1인당 2997원’, 도내 꼴찌
그러나 화려한 청사진과 달리 고양시 지역화폐의 현주소는 여전히 도내 최하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와 경기도 31개 시·군 세출예산을 전수 분석한 결과, 올해 8월 기준 고양시의 1인당 연간 지역화폐 인센티브 예산은 단 2997원에 그쳤다. 이는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로, 도내 평균(3만5954원)의 8.3%(12분의 1), 중위값(3만999원)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1위인 가평군(11만6043원)과는 38.7배 차이가 나며, 바로 앞 순위인 30위 의정부시(5154원)와 비교해도 절반 수준(58.1%)에 머물렀다.

인근 지자체나 타 특례시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 극명하다. 인접한 파주시의 경우 인구가 50만 명으로 고양시의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1인당 예산은 6만2835원(총예산 314억원)으로 고양시의 21배에 달했다. 같은 특례시인 화성시(5만3975원)와 비교해도 18배 차이가 벌어지며, 성남시(3만6119원)와 수원시(3만3272원) 역시 고양시보다 11~12배 많은 예산을 편성했다. 반면 고양시의 올해 인센티브 총예산(32억2000만원)은 인구 6만여 명인 가평군(72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포천시(91억8000만 원)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는 고양페이를 축소했던 민선8기 이동환 시정의 정책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당시 시는 '시비 미편성'과 '경기도비 매칭 거부'를 강행한 데 이어, 도내에서 유일하게 '인센티브 전면 중단' 사태를 빚으며 도내 31개 시·군 중 가장 소극적인 지역화폐 정책을 이어왔다.

민선9기 들어 시는 지역화폐 정상화 조치의 일환으로 최근 제3회 추경에서 24억원을 뒤늦게 편성해 10월부터 월 충전 한도를 기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했다. 하지만 해당 추경액을 모두 집행하더라도 고양시의 올해 1인당 예산은 약 5200원에 불과해 29위인 양주시(1만1425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재정난 속에서도 9월 추경을 통해 월 구매 한도를 30만원으로 늘리고 할인율을 10%로 전격 인상한 의정부시의 행보와 비교할 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3650억 세출 조정에 ‘도비 10% 축소’ 통보, 내년도 암초
더 큰 문제는 다가오는 2027년도 본예산이다. 인수위가 제시한 ‘내년 본예산 250억원 편성’ 목표가 무색하게 시 내부에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취재 결과, 내년도 지역화폐 국·도비 매칭 구조 자체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통상 지역화폐 인센티브는 국비 37.5%, 도비 25%, 시비 37.5% 비율로 분담해 왔으나, 최근 경기도가 도비 분담률을 기존 25% 선에서 '10%만 부담하겠다'고 각 지자체에 공식 통보했기 때문이다. 도비가 15%p 축소되면 그만큼 시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시 소상공인지원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내년도 사업예산 책정과 관련해 경기도 담당 부서에서 도비 분담률을 10%로 낮추겠다고 통보한 상태"라며 "도가 분담하지 못하는 몫은 고스란히 시 부담으로 돌아오는데, 예산부서 역시 재원 부족으로 난색을 보여 내년 예산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고양시는 세입 감소 상황에 직면함에 따라 내년도 본예산 편성을 앞두고 3650억원 규모의 고강도 세출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여기에 경기도의 '도비 매칭 사업 시비 분담 상한선(30%)' 방침까지 맞물리면서 각 부서의 예산 감축이 불가피해졌다. 이처럼 열악한 재정 여건 속에서 민선9기의 핵심 공약인 ‘지역화폐 도내 최고 수준 확대’ 역시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산서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한 상인은 "선거 때는 골목상권을 살린다며 도내 최고 확대를 약속하더니, 시장이 바뀌고도 파주시민 혜택의 20분의 1 수준에 묶여 있다"며 "내년 본예산마저 예산 부족을 핑계로 후순위로 밀린다면 시민들의 실망감이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