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하던 아파트 옥탑층, 왜 제일 먼저 팔릴까

인문학 모임 '귀가 쫑긋' 10월 강좌 '가치는 어떻게 가격이 되는가' 강문환 감정평가사가 본 부동산

2026-10-11     이로운 기자

수변 조망권과 로열층의 반전
"사람과 도시의 가치도 같다"

[고양신문] 과거 결로와 단열 문제로 기피 대상이던 아파트 옥탑층(최상층)이 이제는 분양 시장에서 가장 먼저 완판되는 최고 로열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 7일, 강문환 감정평가사가 '가치는 어떻게 가격이 되는가'를 주제로 다양한 아파트 가격 결정 요인과 감정평가의 본질에 대해 강연을 펼치고 있다.

고양시 인문학 모임인 '귀가쫑긋'(회장 송도현)은 지난 7일 한양문고 주엽점 한강홀에서 제182회 10월 정기 월례강좌를 열었다. 이날 연사로 나선 강문환 감정평가사(단국대 부동산건설대학원 겸임교수·도시 및 지역계획학 박사)는 '가치는 어떻게 가격이 되는가'를 주제로, 복잡한 부동산 시장의 메커니즘과 일상의 체감 가치를 풀어냈다.

이날 강연에서 청중의 귀를 가장 솔깃하게 한 대목은 아파트 로열층 공식의 반전이었다. 강 평가사는 "과거에는 7층부터 꼭대기 바로 밑층까지를 로열층이라 불렀지만, 지금은 미분양 수의계약을 시작하면 맨 꼭대기 층부터 완판된다"고 설명했다. 건축 기술의 발달로 고질적인 누수와 단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데다, 극심한 층간소음에서 해방되고 일반 층보다 더 높은 층고를 확보할 수 있는 최상층만의 매력이 시장 판도를 완전히 바꿨다는 분석이다.

가격 형성을 가르는 또 다른 핵심 변수로는 '수변 조망권'을 꼽았다. 고층 도시 전망과 저층 녹지 전망 간의 실거래가 차이는 미미하지만, 한강이나 호수가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가격은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40%까지 뛴다는 것이다. 잠실 한강변과 일산호수공원 등을 예로 든 강 평가사는 "호수공원이 보이는 주엽역 앞 부지처럼 대체 불가능한 입지의 절대적 희소성과 함께, 한국인은 유독 물을 조망하는 공간을 선호해 신도시 설계에서도 호수나 수로 배치가 시세를 좌우하는 필수 요건이 됐다"고 짚었다.

재건축 시장을 둘러싼 제도적 모순도 지적했다. 강 평가사는 "철근 콘크리트 건물은 100년, 200년이 지나면 물리적으로 더 단단해져 안전진단 통과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인데, 이를 재건축 요건으로 묶어둔 것은 사실상 공급을 원천 차단한 것과 같았다"고 꼬집었다. 물리적 수명과 30년 안팎인 경제적 수명 사이의 괴리가 장기 공급 절벽을 낳았고, 결국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이라는 기형적 광풍과 시세 폭등을 불렀다는 진단이다.

도시개발의 올바른 철학도 강조했다. 도쿄 롯폰기힐스와 아자부다이힐스를 언급한 강 평가사는 "단순히 용적률만 채운 직사각형 성냥갑 건물은 장기적으로 가치가 떨어지는 '건부 감가'를 겪지만, 녹지와 문화가 어우러져 사람을 머물게 하는 복합개발은 지역 전체의 가치를 끌어올린다"고 조언했다.

강연이 끝난 후, 고양시 인문학 모임 '귀가쫑긋' 회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강 평가사는 "북한산 백운대는 그 자리에 멈춰 있어도 주변에 지하철역이 생길 때마다 가치가 변하듯, 부동산은 우리가 잠든 시간에도 끊임없이 움직인다"며 "혼자 가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주변과의 관계 속에서 객관적으로 인정받아야 비로소 진짜 가격이 된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