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을 위협하는 재선충

[높빛시론]

2026-10-08     오충현 동국대 융합환경과학과 교수
오충현 동국대 융합환경과학과 교수

[고양신문] 기후변화가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각처의 숲들이 가뭄과 산불, 산사태, 재선충과 같은 병충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중 소나무재선충은 1988년 최초 발생지였던 부산과 경남지역을 넘어 경기지역까지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나무재선충의 본래 고향은 북미 지역이다. 북미에 자생하는 소나무들은 오랜 세월 재선충과 함께 공진화하여 내성을 갖추고 있어 감염되어도 죽지 않는다. 하지만 면역력이 전혀 없는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와 유럽의 소나무류에는 100%의 치사율을 보일 정도로 치명적이다. 1905년 일본 나가사키현 일대에서 소나무들이 원인 모르게 집단으로 말라 죽는 현상이 세계 최초로 보고되었다. 당시에는 좀벌레나 하늘소 같은 해충들이 원인인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1971년 하늘소와 같은 해충이 직접 원인이 아니라 고사목 안에서 발견된 미세한 선충이 소나무를 죽이는 실제 병원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소나무재선충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크기 약 1mm 내외의 실 모양 선충인 소나무재선충이다. 소나무재선충 스스로는 다른 나무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따라서 특정 곤충의 몸에 기생하여 다른 소나무로 이동한다. 하늘소와 같은 매개 곤충을 통해 나무 내부로 침투한 재선충은 송진이 이동하는 통로와 헛물관 등 수분 이동 통로에 자리 잡는다. 이곳에서 선충은 폭발적으로 증식하여 수분과 양분의 이동을 완전히 가로막아 나무를 빠른 속도로 말라 죽게 한다. 

일본은 1900년대 초반 처음 피해가 보고된 이후 약 100년 넘게 방제에 매달렸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일본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대대적인 항공 방제와 감염목 벌채 등 총력전을 펼쳤다. 1979년에는 연간 240만㎥의 소나무가 고사하는 등 피해가 정점에 달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노력에도 기후변화와 매개충의 확산을 막을 수 없었고, 오히려 산림 생태계의 심각한 교란만 초래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결국 1990년대 전후로 일본은 전국 단위의 박멸 정책을 공식적으로 포기했다. 이에 따라 전국적인 완전 방제가 아니라 ‘선택적 보전’과 ‘자연 천이(Natural Succession)’라는 생태적 접근으로 정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했다.

우리나라 상황도 심각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솔수염하늘소가 남부지방의 해송과 적송을 감염시키고, 중북부지방에서는 북방수염하늘소가 잣나무 등을 감염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6년 9월 기준 전국 170개 시·군·구로 감염이 확대되었으며, 특히 경북 지역이 피해목의 4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타격이 크다. 충남 공주 무령왕릉 주변의 소나무와 태안 바닷가 해송 군락 등 문화유산 주변이나 보존 가치가 높은 숲마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또한 경기와 강원지역은 잣나무 피해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국 잣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가평군은 재선충 피해로 인해 산업기반이 흔들릴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기후변화와 함께 소나무재선충병과 소나무허리노린재라는 치명적인 병해충이 겹치면서 잣 생산량이 10년 전의 10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수확량 급감은 잣 농가와 가공 업계에 연쇄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이번 추석 대목에도 수매할 잣이 없어 잣 가공 공장들이 가동을 멈췄다. 수년간 수확량이 바닥을 치면서 적자가 누적되자 아예 잣 농사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임가도 늘고 있다. 잣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감소하면서 소비자 가격이 2배 이상으로 폭등하였다. 재선충이 이제는 우리 밥상까지 공격을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산림청은 금년 9월 '국가재선충병방제단'을 출범시키고 국가방제벨트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30여 년간 이어진 방제 정책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획일적인 벌목과 강력한 농약 살포 중심의 박멸을 위한 방제가 숲 생태계를 훼손하여 오히려 소나무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병의 창궐을 부추겼다고 지적한다. 방제를 위해 벌목한 나무들이 제대로 수거되지 않고 방치되어 산불의 위험을 증폭시킨다는 비판도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일본의 선례를 교훈 삼아 안타깝지만 재선충병의 완전한 박멸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산림 관리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후 온난화로 침엽수의 생육 여건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소나무 중심의 단순림 구조에서 벗어나 재선충병과 산불에 강한 활엽수 중심의 혼합림으로 산림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맹독성 농약 사용을 줄이고, 숲 자체의 자연 회복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생태 친화적 관리 시스템의 도입도 필요하다.

재선충에 내성을 가지는 침엽수를 육종하여 보급하는 것도 필요하다. 솔수염하늘소 등 매개곤충의 자체 비행거리는 최대 2km에 불과하므로 원거리 확산의 주범은 인간이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와 감염 목재의 무단 반출입에 대한 통제 및 인식증진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전체 숲을 대상으로 하는 방제 작업이 아니라 꼭 지켜야하는 지역을 중심으로하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재선충 방제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