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판에 그린 자연풍경, 누군가에게 위로 됐으면

고양사람들 이정임 그림그리다 작가

2026-10-15     박영선 기자
이정임 작가가 고양경찰서 인근 가로수길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고양신문] 이정임 작가는 나무판에 자연풍경을 담는다. “나무를 좋아해서 도화지나 캔버스가 아닌 나무판에 유화와 아크릴 물감을 혼합해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그림과의 인연은 초등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길가에 핀 코스모스를 바라보며 여리디 여린 아름다움을 직접 그려보고 싶다고 생각한 게 시작이었다. 이후에도 종종 취미 삼아 그림을 그렸지만,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림과 멀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딸아이가 “아파트 바자회에서 엄마가 그린 그림을 팔아볼까?”라고 제안했다. 20점 정도의 그림을 들고 바자회에 나갔는데 ‘자연 풍경과 똑같다’는 반응과 함께 놀랍게도 한 점도 남김없이 모두 판매됐다.
이 작가는 “그림을 통해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와 치유를 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그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려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였다. 당시 사람들은 코로나19로 저마다 좌절과 혼란을 겪고 있었고, 그의 가족들 역시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가족들은 이 작가의 그림을 바라보며 “평안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그림을 통해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후 고양시 곳곳에서 소형 작품들을 전시했고, 판매로도 이어졌다.
그림을 구매하는 이들의 사연도 저마다 달랐다. 병원에 입원 중인 친구를 위해, 생일을 맞은 어머니를 위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딸을 위해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에 담고 싶은 자연풍경을 골랐다. 어느 날은 노부부가 두 손을 꼭 잡고 찾아와 “내년에도 생일을 함께할 수 있을까”라며 할머니에게 줄 생일 선물을 미리 구입한 적도 있었다.
이 작가는 “지금까지 판매된 그림은 모두 445점이다. 445명의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었다는 보람이 지금도 매일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하는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 작가의 그림은 명도와 채도를 낮추고 실제 자연 풍경에 가까운 색감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파트 화단에 화사하게 핀 꽃잔디와 울타리를 따라 피어난 개나리, 함박눈이 내리는 거리, 여행지에서 만난 자작나무 숲, 흐드러지게 핀 망초꽃 군락 등이 그의 그림 소재가 된다.
나무판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팔에 통증이 생겨 힘겨울 때도 있고 치료를 받기도 했지만,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과 나누는 소통과 공감이 커서 작업을 멈출 수 없다고 한다.
‘그림그리다’란 이름의 공방 작가로, 올해 봄 작품집 『기억을 걷는 시간』을 출간한 그는 “그동안 그려온 작품들로 개인전도 열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연 풍경을 나무판에 담는 이정임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