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기저귀도 분리수거한다
[북유럽특파원 생생통신] 기저귀 포함 분리수거함만 11개로 늘려 지구 환경을 위해 vs 기저귀까지? 머스크 "쓰레기 위한 방탈출 게임 같다" 덴마크식 분리수거 성과와 한계 드러나
[고양신문]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분류해야 하는 종류가 하나씩 늘어난다면 어떨까? 덴마크 코펜하겐시가 쓰레기 분리수거함을 기존 10개에서 11개로 늘리려는 계획을 발표하자 소셜미디어에서 찬반 여론이 뜨겁다.
10월 중순,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추진하고 있는 기저귀 분리수거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고 엄격한 쓰레기 분리수거 정책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진 북유럽 국가 덴마크가 2026년 10월 말부터 기저귀 전용 쓰레기 분류수거함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음식물 쓰레기, 플라스틱, 유리, 종이, 금속, 잔여 쓰레기, 하드 보드지, 직물·의류, 유해폐기물 등 10개의 분리수거함에 이어 이제는 사용한 기저귀까지 따로 모아야하는 상황이라 시민들 반응은 냉랭하다.
덴마크 공영방송 TV2는 지난 15일 보도자료에서 "코펜하겐 시민들은 올해부터 사용한 기저귀는 일반 쓰레기가 아닌 별도의 분리수거 쓰레기통에 버려야 합니다"라고 전했다.
또한 관련 조치로 코펜하겐시 기술환경청은 최근 영유아 가구가 많은 공동주택 단지를 대상으로 '사용한 아기 기저귀 전용 쓰레기통'을 새롭게 배포한다는 통지서를 주민들에게 발송했다고 보도했다.
코펜하겐 지자체의 기후·환경·기술 관리 부서가 보낸 서한에 따르면 '기저귀 쓰레기통'은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 많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에 10월 19일부터 11월 29일 사이에 보급될 예정이다.
코펜하겐시가 이번엔 '11번째 분리수거 쓰레기통'을 도입하겠다는 발표에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기저귀 쓰레기통 공급 소식이 전해지자 코펜하겐의 한 시민은 시청으로부터 받은 안내문 사진을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공유하며 "거짓말 안 하고, 코펜하겐 시청이 10개의 쓰레기통으로는 부족하다고 결정했다"며 허탈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한 세계 최고 부자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는 관련 게시물에 "쓰레기 버리기가 무슨 쓰레기 방탈출 게임 같네요 (It's like an escape room for trash)"라며 과도한 분리수거 정책에 조롱 섞인 댓글을 달아 눈길을 끌었다.
친환경을 위한 자원 재활용 정책이 과연 어디까지 세분화돼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시민들에게 주는 피로감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논쟁이 온라인상에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TV2 뉴스 게시판에서는 코펜하겐시의 새로운 쓰레기 분리배출 계획과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과 함께 찬반 의견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기저귀를 분리수거해야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질문 첫날 약 1만6000 여 명이 설문에 참여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투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말 좋은 생각이다(21%), 필요하다면 하겠지만 번거롭다고 생각한다(24%), 반대한다(44%), 잘 모르겠다(12%)로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부정적이 평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논쟁이 단순히 쓰레기통이 많아지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덴마크 통계청이 하루 앞선 10월 14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덴마크 가정에서 분리수거하는 음식물 쓰레기와 플라스틱의 양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증가하고있다.
덴마크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폐기물 통계’에 따르면 가정에서 수거한 음식물 쓰레기는 2016년 약 5만9000톤에서 2024년 약 30만9000톤으로 증가했다. 8년 만에 5배 이상 늘어났다.
또한 플라스틱 폐기물 수거량도 같은 기간 약 3배로 증가했다. 유리·종이·판지 등을 포함한 기타 포장재 수거량 역시 46% 늘었다. 반대로 일반 생활폐기물 수거량은 2016년 약 127만9000톤에서 2024년 약 79만4000톤으로 줄었다. 감소 폭은 38%다.
이러한 덴마크 쓰레기량의 변화는 가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총량이 크게 줄어서라기보다, 기존에 일반 쓰레기로 배출하던 폐기물을 여러 종류로 나누어 분리수거하는 방식이 확대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통계청은 분석하고 있다.
한편 이웃나라 노르웨이도 일반 가정용 분리수거함을 기존 일반쓰레기, 종이류에서 음식물 쓰레기와 캔, 유리류 등 가정에 공급하는 쓰레기 분류함 개수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덴마크는 2021년 도입된 가정 폐기물 10종류 분류수거 제도 등 새로운 폐기물 관리 정책을 꾸준히 진행하며 분리배출 세분화를 통한 환경 효과에 기대하고 있다.
기저귀는 여러 소재가 섞여 있고 오염도 심해 재활용하기 까다로운 폐기물이다. 하지만 처리 기술과 수거 체계가 갖춰진다면 일부 소재를 회수해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지구 환경을 위해 기저귀를 포함해 더 세밀하게 분리수거 해야한다는 친환경 정책 방향과, 쓰레기 분리 수거 종류가 늘어나면서 시민들이 감당해야 하는 불편 사이에서 덴마크식 분리수거의 성과와 한계가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기저귀 전용 분리수거함'을 공급해 기저귀를 단순히 버려야 할 대상으로 보는 대신, 다시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취급하려는 덴마크식 분리수거 계획이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환경 정책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다음편에 계속....
1. 덴마크, 기저귀도 분리수거한다
2. 덴마크식 기저귀 분리수거, 2029년 연간 5000톤 재활용 목표
3. 쓰레기 봉투 색깔만 맞추세요... 노르웨이 재활용 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