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 조례 ‘표고 규제 전면 삭제’ 파장, 본회의 통과될까

시 ‘부동의’ 의견에도 건교위 원안 가결 법정동별 해발 50~179m 제한 폐지 골자 “재산권 침해 해소” vs “최후 저지선 붕괴” 26일 본회의 표결 촉각, 환경단체 반발

2026-10-21     남동진 기자
고양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회의 모습

[고양신문] 고양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가 산지 난개발을 막기 위해 도입했던 ‘개발행위허가 표고(해발고도) 기준’을 전면 삭제하는 조례 개정안을 표결 끝에 통과시켜 파장이 일고 있다. 시 집행부의 공식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상임위 문턱을 넘은 해당 조례안은 오는 26일 열리는 제308회 임시회(제1차 정례회) 제2차 본회의 최종 표결을 앞두고 있다.

이번 논란이 된 ‘고양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지난 2일 고덕희 의원(국민의힘)이 대표발의하고 이홍규 의원(국민의힘)이 공동발의한 안건이다. 핵심은 조례 별표29(산지지역 개발행위허가기준)에 규정된 법정동별 표고 기준을 전면 삭제하는 것이다. 현행 조례는 지난 2021년 경기도 지침을 반영해 지형 여건에 따라 탄현·식사·풍동·대화동 등 대부분 지역은 해발 50m 이하, 내유동 72m, 고양동 96m, 대자동 102m, 벽제동 179m 이하 등으로 세분화해 산지 개발을 제한하고 있다.

고덕희 의원은 2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 2021년 법정동별로 표고 기준을 묶을 당시 전문적인 연구용역도 없이 행정 편의적으로 기준을 설정해 지난 5년간 주민들의 재산권만 과도하게 침해해 왔다”며 “실제 지형이 유사함에도 법정동 경계에 따라 개발 가능 여부가 갈리는 현재의 불합리한 규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난개발 우려에 대해서는 “임야는 도로 개설과 평수 제한 등이 엄격해 산 중턱부터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현행 경사도 15도 미만 기준과 산지관리법,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 제도적 장치가 있어 난개발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고 의원은 “시 집행부가 뒤늦게 용역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1년 이상 걸리는 용역 기간 동안 시민들의 피해는 방치된다”며 “일단 표고 기준을 삭제한 뒤 향후 실제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 제대로 용역을 거쳐 다시 기준을 마련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시 집행부는 난개발 우려와 행정의 일관성 훼손을 이유로 ‘부동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 도시개발과 김교철 과장은 “표고 기준은 고지대 및 능선부 난개발을 막아온 사실상 ‘최후의 개발 저지선’ 역할을 해왔다”며 “지형의 기울기를 보는 경사도 기준과 관리 목적이 달라 대체가 불가능하며, 기준이 한꺼번에 풀릴 경우 개발행위 허가 신청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특히 시는 표고 규제가 일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객관적 근거 없이 민원만을 이유로 전면 폐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불과 한 달 전인 지난 9월 22일에 사방이 개발지나 도로로 둘러싸여 단절된 임야의 개발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완화 조례(이해림 의원 대표발의)가 이미 공포됐고, 이번 개정안은 한 달 만에 해당 조항까지 통째로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더구나 시는 지난 8월 고양연구원에 내년 상반기 연구과제를 의뢰하는 한편, 내년도 본예산에 기초 현황조사를 위한 용역비 2200만원을 별도 편성해 표고 기준 유지·완화 및 지반고 전환 여부 등을 종합 검토할 계획이었다. 김교철 과장은 “사전에 상임위 의원들을 만나 용역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설득했으나 상임위에서 원안 가결돼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고양시 도시계획 조례 '표고기준 삭제' 논란 타임라인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도 조례 개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두고 진통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학영 건설교통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공포된 지 한 달도 안 된 조례를 다시 손대는 것은 법적 완결성과 행정의 일관성에 어긋나며, 시의 실태조사 용역 결과를 보고 합리적인 안을 도출하자는 의견이 심사 과정에서 제기됐다”며 “그러나 무조건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맞서면서 결국 무기명 표결 끝에 가결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상임위 안팎에는 개발 제한 해제를 요구하는 이해관계자들이 대거 몰려와 방청 및 면담을 요구하며 의원들을 압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표고 규제 삭제안’을 두고 지역 시민사회와 환경단체의 반발 기류도 거세지고 있다. 박평수 기후위기고양비상행동 대표는 “도시계획 조례 내 표고 기준 삭제는 기후위기 시대 핵심 탄소흡수원이자 주요 녹지축인 고봉산과 심학산, 황룡산 등의 난개발 빗장을 풀어주는 심각한 개악”이라며 “해당 조례가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과거 시가 예산을 투입해 진행했던 도시생태현황지도(비오톱) 구축 및 바람길 숲 조성, 경관 생태계 보전 등 그동안의 노력이 전면 무력화될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게다가 보존·생산관리지역 내 대규모 필지를 중심으로 빌라 단지 등 연쇄 개발이 이뤄질 경우, 향후 도로·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확충 비용을 고스란히 시 재정으로 떠안게 되는 구조적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국 지역 사회의 이목은 오는 26일 열리는 본회의 최종 표결 향방에 쏠리고 있다. 상임위에서는 여야 자율투표 속에 무기명 표결로 통과됐으나, 본회의를 앞두고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제동을 걸지 여부가 1차 관건이다. 현재까지 민주당 내부에서 공식적인 당론 채택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시 집행부는 조례안이 원안 가결될 경우 행정 일관성 확보를 위한 시장의 '재의요구(거부권)’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태여서 본회의 표결 결과와 시장의 최종 결단에 따라 시의회와 집행부 간의 대치 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