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장현 칼럼] 브런슨 주한 미군사령관의 오만방자한 행태
[고양신문] 브런슨(Xavier T. Brunson) 주한미군사령관의 오만방자한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 브런슨은 지난 13일 기존에 한·미가 합의했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조건의 변경을 주장하는가 하면, 다음 날에는 “유엔사의 관점에서 볼 때 대한민국은 DMZ 남쪽 철책선에서 시작된다”는 발언을 쏟아냈다. 브런슨의 주장에 의하면 정전협정에 의해 군사분계선(MDL) 남쪽의 2㎞ DMZ 구역은 대한민국의 영토가 아니라 유엔사 관할 영토란 것이다. 동서를 가로지르는 띠 모양의 군사분계선 남쪽 248㎞×2㎞=456㎢ 는 대한민국의 영토가 아니란 주장으로 우리의 영토 주권을 부정하고 있다.
브런슨은 유엔사령관을 겸임하고 있는데, 유엔사령부는 이 같은 인식하에 한국인들의 DMZ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고성~파주 임진각의 ‘평화의길’ 구간 중 DMZ를 경유하는 파주, 철원, 고성 지역의 3개 테마 노선은 2024년 5월부터 유엔사의 협조 거부로 운영이 중단된 상태이다. 민간인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의 활동도 제한되고 있다. 2020년 시작된 정부의 DMZ 내부 조사가 2024년 5월 중단돼 현재까지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유엔사는 안보 상황을 이유로 각 부처 인력의 출입을 불허해 기후환경에너지부의 DMZ 생태계 조사, 통일부의 사라진 마을 조사, 국가유산청의 유네스코 세계 유산 잠정 목록 조사, 산림청의 산림자원 조사 등이 현재 중단된 상태이다.
정전협정은 6·25 전쟁을 끝내기 위해 유엔사, 북한, 중국 등 3자가 맺은 휴전 협정이다. 전쟁을 완전히 끝내기 위해 전쟁 당사국들이 모여 국경선 등을 명확히 정한 평화협정이 아니다. 유엔사는 임시 협정에 불과한 정전협정을 근거로 한국의 영토 주권을 짓밟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유엔사는 허울뿐인 이름만 존재할 뿐, DMZ 구역의 방어와 관리는 현재 한국군이 도맡아 하고 있다.
한국군 작전통제권 놓지 않겠다는 몽니
브런슨은 주한미군사령관 부임 이후 “한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떠 있는 섬이나 고정된 항공모함 같다”, “한국은 중국을 억제하는 단검 역할을 한다” 등의 발언으로 한국을 미국의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전략의 도구로 여기는 인식을 드러냈다. 지난 14일 워싱턴DC에서 했던 전시작전통제권 관련 주장은 어떻게 해서든 한국 군대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미국이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보인다. 미국 전쟁부가 올해 1월 발표한 ‘2026 국방전략’(NDS)의 “한국이 한국 방어에 대한 1차적 책임을 지고, 미국은 제한적 지원만 한다”는 방침과도 배치된다. 미국의 ‘국방전략’에 의하면 미국은 핵우산이라 불리는 ‘확장억제’만을 제공하고, 재래식 전력의 운용은 한국군이 책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군의 작전통제권 행사가 필수적 요소이다.
브런슨으로 대표되는 미국 군부는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놓지 않겠다고 몽니를 부리고 있다. 브런슨의 말대로라면 한국이 미국 수준의 군사력을 갖추는 동시에 미·중 대립도 해소되는 그런 안보 환경이 도래해야만 작전통제권을 한국에 이양하겠다는 것인데, 그런 날이 오겠는가? 오죽하면 친미파들의 소굴이라 비난받는 한국 국방부의 대변인이 “골대를 계속 옮긴다면 전작권 전환은 영원히 할 수 없다”고 논평했을까.
브런슨의 오만방자한 행태는 구한말 조선 조정을 농락했던 위안스카이(袁世凱)를 떠올리게 한다. 위안스카이는 청나라의 ‘조선 주재 총리교섭통상대신’으로 1882년~1894년 조선에 머물며 용산에 있던 중국군을 동원해 임오군란, 갑신정변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조선 내정과 외교를 농단했던 인물이다. 고종을 폐위하겠다고 협박하고, 내각 인사들에 대한 교체를 강요하는 등 위안스카이의 행태는 목불인견이었다.
전작권 환수를 위한 결단 필요
미국의 패권이 빠르게 몰락하고 있다. 패권을 뒷받침했던 경제력, 군사력, 소프트파워 등이 동시 쇠락하면서 나타난 결과이다. 미국 패권의 몰락은 UN 시스템 붕괴, WTO 질서 와해 등 기존의 규칙 기반 질서의 해체를 동반하고 있다. 바야흐로 기존 규범은 무너졌지만 새로운 규범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무질서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미국은 여전히 군사적, 경제적, 기술적으로 강대국이지만, 2차 대전 이후 수행해왔던 공공재 제공자, 세계 경찰과 자유무역의 수호자 역할은 더 이상 할 생각이 없으며 또 할 능력도 없다.
전 세계 각국들은 힘이 규범인 시대를 맞아 각자도생으로 생존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 의존도를 낮추는 일이 시급하다. 미국에 편승해 생존과 발전을 도모하는 전략은 이미 시효가 지났다. 일방적인 강대국 편승전략은 일본 다카이치 정부의 실패에서 확인되듯 무질서 시대에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작전통제권 환수가 최우선이다. 앞으로 숱한 사안에서 한미 간 이해 차이로 이견이 발생할텐데, 그 상황에서 한국민들의 생사를 좌우할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을 미국이 행사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미국 내 산업 투자에 490조원 이상을 내놓으라 윽박지르고, 자기네가 시작해 늪에 빠진 이란 전쟁에 한국군 파병을 압박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변덕스런 트럼프가 앞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일방적 요구를 얼마나 더 추가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박근혜 정부 때 했던 한미 합의에 의하면, 전작권 전환은 △연합방위를 주도할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능력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등 3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가능하다. 문제는 이 조건들이 매우 추상적이고 주관적이란 점이다. 브런슨처럼 미국 당국자들이 조건 충족이 안됐다고 주장하면 전작권 전환은 부지하세월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 군부는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계속 보유한 채, 동맹의 현대화란 이름으로 한국군을 자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 환수를 위해 대한민국 군대 최고사령관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대통령의 결단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 국민적 뒷받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