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미로·달리 오리지널 그래픽 310여 점, 아람미술관서 국내 첫선

스페인 미술 거장전, 내년 2월 21일까지 고양아람누리 고양시립 아람미술관

2026-10-24     박상준 기자

국내 최초 세 거장 원작 비교전
310여 점으로 만나는 예술적 교감
판화·아트북으로 확장한 예술세계

고양아람누리 고양시립 아람미술관 외벽이 '스페인 미술 거장전 - 피카소, 미로, 달리: 20세기 그래픽 아트를 열다' 이미지로 장식되어 있다.

[고양신문] 20세기 현대미술의 지형도를 바꾼 스페인 출신의 세 거장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호안 미로(Joan Miró),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í)의 오리지널 그래픽 아트를 국내 최초로 한자리에서 비교·조망하는 대형 기획전이 고양시에서 열리고 있다.

고양문화재단과 전시 기획사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대표 김대성)는 지난 10월 21일부터 내년 2월 21일까지 고양아람누리 고양시립 아람미술관에서 <스페인 미술 거장전 - 피카소, 미로, 달리: 20세기 그래픽 아트를 열다>를 공동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세 거장이 제작한 오리지널 판화와 일러스트 아트북, 포스터, 패션과 무대 디자인 작업 등 31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순수 회화의 경계를 넘어 판화, 문학, 음악, 발레, 건축, 정신분석학 등 다양한 영역을 자신만의 시각 언어로 확장해 나간 거장들의 예술적 실험과 성취를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고양시립 아람미술관 로비에 마련된 '스페인 미술 거장전' 메인 포토월 전경.

세계적 컬렉션과 전문 큐레이션 결합

고양시립 아람미술관은 지난해 <마르크 샤갈 : 색채와 환상을 노래하다>에 이어 올해는 피카소·미로·달리 세 거장을 한자리에서 조명하는 전시를 마련했다. 단일 작가의 작품 세계를 넘어 세 거장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20세기 현대미술의 흐름을 만들어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전시에는 호안 미로를 비롯한 카탈루냐 예술가들을 세계에 알린 마누엘 데 무가와 조안 데 무가 부자의 소장품을 비롯해 영국의 아트딜러 프레데릭 멀더의 소장품과 피카소 오리지널 판화 등이 출품됐다. 피카소의 고향인 스페인 말라가시 문화국장을 지낸 미술사학자 J. 오스카 카라스코사 박사가 총괄 큐레이터를 맡고, 독일의 미술사학자 콘스탄스 알엘리그가 아트 어드바이저로 참여했다.


서로 자극 주고받으며 현대미술 지평 넓혀

전시 초반부는 스페인과 카탈루냐의 문화적 토양에서 성장한 세 예술가가 20세기 초반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교류하며 현대미술의 근간을 완성해 나간 미술사적 배경을 짚어준다.

피카소는 입체주의(큐비즘)에 도달하기까지 아카데미풍의 예술적 유산과 투쟁하며,  가부장적 권위와 기존 미술 규범으로부터의 단절을 선언했다. 피카소보다 12살 아래인 미로는 1920년 파리 방문을 계기로 피카소와 실질적인 교감을 시작했다. 세 거장 중 가장 연소자인 달리는 22세였던 1926년 파리를 방문해 그라나다 출신 입체파 화가 마누엘 안헬레스 오르티스의 소개와 미로의 사전 호평 속에 피카소를 처음 만났다. 이후 세 거장은 1920~1930년대 초현실주의(Surrealism) 흐름 속에서 서로의 작업에 자극을 주고받으며 무의식과 꿈을 시각화하는 현대미술의 지평을 열었다.

또한 이들은 파리 화단에서 활동하면서도 카탈루냐 전통 모자인 ‘바레티나(barretina)’를 시각 기호로 도입하는 등 스페인의 전통문화를 작품에 적극 투영했다. 특히 1936년 발발한 스페인 내전은 세 거장에게 중대한 역사적 분기점이 됐다. 피카소는 '게르니카'로 파시즘의 참상을 고발했고, 미로는 '오래된 신발이 있는 정물'로 조국 분열의 고통을 표현했으며, 달리는 '삶은 강낭콩을 곁들인 부드러운 구성'으로 비극을 가시화했다. 전시는 이처럼 세 거장의 상호작용이 20세기 미술사를 진화시킨 ‘살아있는 역사’였음을 입증한다.

어두운 벽면과 집중 조명을 통해 판화의 색채와 물성을 강조한 ‘호안 미로의 판화 세계’ 전시 구역.

전시는 작가별 조형 언어와 기법적 특성을 비교할 수 있도록 세 개의 핵심 섹션으로 구성됐다.

피카소 섹션에서는 남프랑스 발로리스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리노컷 포스터 27점과 발레 '삼각모자' 관련 무대·패션 디자인 일러스트 64점이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한 장의 판을 반복해 깎고 색을 쌓는 ‘단판 다색 판화’ 기법을 비롯해 피카소의 다양한 판화 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이와 함께 2016년 스페인 국립 발레단이 재현한 '삼각모자' 공연 실황 영상과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작곡가 마누엘 데 파야 관련 재단의 헌정사, 그리고 피카소가 직접 시를 쓰고 에칭을 더한 희귀 아트북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이 함께 전시된다.

미로 섹션에서는 대표 판화집 '태양의 찬가' 31점 전작을 선보인다. 석판화와 에칭, 아쿠아틴트 등 다양한 기법으로 구현한 별과 새, 여인 등 미로 특유의 상징과 색채를 만날 수 있다. 카탈루냐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에게 경의를 표한 판화 연작 '가우디'도 함께 전시된다.

달리 섹션에서는 『신곡』,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모세와 일신교』, 『카산드라의 사랑』 등 주요 문학 일러스트 4개 전작을 공개한다. 은도금 입체 부조로 제작한 『모세와 일신교』의 화첩 커버와 '카스토르와 폴룩스의 불멸'(1973)도 선보이며, 평면 판화를 넘어 입체와 조형으로 확장한 달리의 실험정신을 보여준다.

“책에서 보던 명작을 실물 원작으로”

추은경 고양문화재단 전시사업팀 차장은 고양시민과 가족·학생 관람객을 위한 관람 포인트로 ‘아트북 전작 감상’과 ‘실물 비교 체험’을 꼽았다.

추 차장은 “고양시는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은 지역 특성을 지니고 있다”며 “이번 전시는 거장들이 순수 회화에 국한되지 않고 판화와 아트북, 문학, 발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했음을 보여주는 자리로, 특히 살바도르 달리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신곡』, 『카산드라의 사랑』 등 4대 아트북 전작이 모두 출품된 만큼 이를 중심으로 관람 포인트를 잡으면 한층 더 흥미로운 관람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 회화 전시에서는 보기 힘든 동화책·문학책 속 작품들로 구성돼 있어, 학생들이 인쇄물로만 봤던 이미지를 미술관에서 실제 원작 실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며 “학생들이 평소 그렸던 그림이나 책속 이미지와 미술관의 실물 작품을 직접 비교하며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