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목 긴장 풀어주는 이침의 비밀
유용우 한의사의 건강칼럼
[고양신문] 목이 뻣뻣해서 고개를 돌리기 어렵거나 조금만 움직여도 통증이 심해 한의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 흔히 ‘목에 담이 결렸다’고 하는 증상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항강(項強)이라고 한다. 이런 환자들에게 귀에 침 몇 개를 놓고 “치료가 끝났습니다”라고 하면 뜻밖의 반응이 돌아온다. 한참 기다려 진료를 받았는데 정작 아픈 목에는 침 한 대 놓지 않았으니 서운하고 허탈한 것이다. 목에 침도 맞고 물리치료도 받으리라 기대했는데, 귀에만 침을 놓고 끝내자니 한의사가 너무 쉽게 치료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요즘은 귀에 침을 놓은 다음 심호흡을 세 번 하도록 하고, 천천히 목을 돌려보게 한다. 그러면 환자의 입에서 대개 세 가지 말 중 하나가 나온다. “어? 목이 부드러워졌어요. 통증이 많이 줄었네요. 아까는 안 돌아갔는데 이제 돌아가요.”
이렇게 환자가 직접 변화를 확인하면 치료를 마친다. 여전히 아프거나 움직임이 불편하다면 손발에 침을 더 놓아 목과 척추가 소통을 이뤄 몸의 긴장과 움직임을 조절하도록 돕는다. 물론 목이 한결 편해졌는데도 귀에만 침을 맞은 것이 못내 아쉬워 침대에 누워 치료를 더 받고 싶다는 분도 있다.
그렇다면 목이 아픈데 왜 귀에 침을 놓는 것일까? 먼저 목에 담이 결리는 이유부터 생각해 보자. 우리 머리는 생각보다 무겁다. 대략 4~6kg이나 되는 머리를 목이 온종일 받치고 있다.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보고,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운전할 때도 목의 근육들은 쉬지 않고 머리의 위치를 조절한다.
건강한 몸은 이렇게 활동하면서 생기는 피로를 휴식과 수면을 통해 회복한다. 문제는 충분히 쉬지 못할 때다. 잠이 부족하거나 깊이 자지 못하면 피로가 남고 통증을 견디고 조절하는 능력도 떨어질 수 있다. 여기에 장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거나 무리한 활동이 겹치면 평소에는 견딜 만했던 부담도 통증으로 나타나기 쉽다.
목을 지탱하는 근육들은 좌우에서 서로 균형을 이루며 움직인다. 그런데 어느 한쪽 근육이 지나치게 긴장하거나 아파지면 그 균형이 흐트러질 수 있다. 목을 움직일 때 통증이 생기고, 몸은 아픈 부위를 보호하려고 움직임을 줄인다. 때로는 고개가 한쪽으로 기울거나 특정 방향으로 잘 돌아가지 않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담이 걸렸다’고 표현하는 순간이다.
이때 단순하게 통증만 있는 때도 있고, 목의 회전과 운동이 제한되기도 한다. 몸의 느낌상 목의 뼈가 제자리를 벗어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대부분은 근육의 긴장과 통증 때문에 목의 움직임이 일시적으로 제한되는 경우도 많다. 중요한 것은 목이 뻣뻣해지는 데 근육뿐 아니라 근육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신경계도 관여한다는 사실이다.
바로 여기에 귀에 놓는 침의 실마리가 있다. 귀는 소리를 듣는 기관이지만, 피부에는 목에서 올라오는 신경과 얼굴의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 몸의 여러 기능을 조절하는 미주신경의 가지가 분포한다. 귀에 침을 놓으면 이러한 감각신경을 통해 자극이 뇌와 척수로 전달된다. 그 과정에서 통증을 느끼는 정도나 근육을 움직이는 방식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침은 귓바퀴를 거꾸로 웅크린 태아의 모습에 비유해 귀의 각 부위가 신체 여러 부분과 대응하는 이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쉽게 말하면 굳어 있는 목 근육을 직접 주무르거나 찌르지 않고도 그 근육의 긴장과 움직임을 조절하는 신경계에 자극을 주는 것이다. 실제로 이침을 놓은 직후 목 주변 근육의 활동이 달라지는 현상을 관찰한 연구도 있다. 다만 이침이 모든 환자에게 똑같이 작용하거나 다른 침 치료보다 언제나 빠르다고 밝혀진 것은 아니다. 나 역시 귀에 놓은 침이 왜 이렇게 빠르게 작용하는지 그 원리를 모두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진료실에서는 환자가 침을 맞는 동안 목이 부드러워지는 변화를 거듭 경험하고 있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있다. 목이 풀렸다고 해서 그동안 쌓인 피로까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나는 항상 환자들에게 치료 못지않게 잠을 잘 자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낮 동안 목이 감당했던 부담을 덜어주고, 예민해진 통증 반응을 가라앉히며, 몸이 회복할 시간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침으로 목의 움직임을 편하게 만드는 것이 회복의 시작이라면, 충분한 수면은 그 회복을 이어가는 데 중요한 바탕이 된다.
물론 잠만 잘 잔다고 모든 목 통증이 낫는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일하는 습관을 바꾸고, 틈틈이 목과 어깨를 움직이며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근육을 단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귀에 놓는 작은 침 몇 개가 목의 움직임을 바꾸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인체의 신비로움을 새삼 느낀다. 아픈 곳과 치료하는 곳이 반드시 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환자가 “이제 목이 돌아가네요”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치료의 중요한 목적 하나가 이루어졌음을 확인한다. 치료는 얼마나 많은 침을 놓았느냐가 아니라, 몸이 얼마나 편안해졌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유용우 유용우한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