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 가락에 담긴 고양의 삶과 이별
고양상여·회다지소리 제19회 정기공연 선조들의 효와 공동체 정신도 되새겨 지역 전통 상례문화의 깊은 울림 전해
[고양신문] 고양의 옛 장례문화와 선조들의 삶이 담긴 ‘고양상여·회다지소리’가 시민들 앞에 다시 선보였다. 고양문화원이 주최하고 고양상여·회다지소리보존회가 주관한 제19회 정기공연이 지난 25일 고양문화원 야외공연장에서 열렸다. 경기도 무형문화유산 제27-4호인 고양상여·회다지소리의 전통을 재현하고, 고인을 떠나보내며 슬픔을 함께 나눴던 선조들의 공동체 정신을 되새기는 자리였다.
공연에는 김이식 고양상여·회다지소리보존회장과 이봉운 고양문화원장과 임원, 손동숙·김보래 고양시의원, 관객 등 500여 명이 참석해 고양의 전통 상례문화를 함께 살펴봤다.
고양상여·회다지소리는 김녕김씨 24세손으로 정3품 중추원 의관과 선공감 감역을 지낸 김성권 (1867~1937)의 장례 의식을 재현한 전통 상례문화다. 당시 사용된 상여는 일반 상여보다 3배가량 컸고, 만장도 250여 개에 달했다고 전해진다. 장례 행렬은 약 5리(2㎞)에 걸쳐 이어졌으며, 조문객을 대접하는 데 쌀 12가마로도 부족했을 만큼 규모가 컸다.
상여소리는 선소리꾼이 앞에서 가락을 이끌면 상여꾼들이 후렴을 받아 부르는 형식이다. 발인소리와 하직소리, 염불소리 등으로 구성되며 고인을 떠나보내는 슬픔과 유족의 애틋한 마음을 노래한다. 회다지소리는 하관을 마친 뒤 흙과 회를 다져 무덤을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불렀다. 여러 사람이 발과 호흡을 맞추는 힘찬 장단에는 고된 노동을 함께 견뎌냈던 공동체의 모습이 녹아 있다.
공연은 경기민요와 승무, 전통춤 등 다채로운 특별무대로 시작됐다. 김혜란 국가무형유산 경기민요 보유자를 비롯한 국악인들과 류일훈의 승무, 정유진 단장이 이끄는 춤다락, 송경숙 단장의 고양전통무용단, 김효슬·박도을·이은수의 소리패 재잘 등이 무대에 올라 우리 전통 소리와 춤의 아름다움을 선보였다. 고양상여·회다지소리 이수자와 전수자들은 애절한 가락과 힘찬 장단으로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에 담긴 선조들의 정서를 풀어내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본 공연인 고양상여·회다지소리 이수자와 전수자, 보존회원들이 옛 장례 절차를 웅장하게 재현했다. 선소리꾼의 구성진 가락에 맞춰 상여꾼들이 상여를 메고 움직였고, 후렴을 주고받는 소리가 공연장에 울려 퍼졌다. 고인을 향한 마지막 예의를 담은 최장규 고양상여·회다지소리 보유자(경기도 무형 문화유산 제27-4호)의 애절한 상여소리와 힘찬 회다지소리는 전통 상례문화가 지닌 독특한 예술성을 보여줬다.
경기민요와 승무, 전통춤 등 특별공연도 무대에 올랐다. 김혜란 국가중요무형유산 경기민요 보유자를 비롯한 국악인들과 류일훈의 승무, 정유진 단장이 이끄는 춤다락, 송경숙 단장의 고양전통무용단, 김효슬 박도을 이은수의 소리패재잘 등이 우리 소리와 춤의 아름다움에 깊이를 더했다.
김이식 고양상여·회다지소리보존회장은 “문화유산에는 우리 민족의 삶과 희로애락이 담겨 있어 사라져가는 상례문화를 보존하고 전승하는 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정기공연이 고양의 소중한 무형문화유산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과거 마을의 장례는 한 가족만의 일이 아니었다. 이웃들이 상여를 메고 장례 절차를 도우면서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 배웅했다. 고양상여·회다지소리는 이러한 상부상조의 풍습을 소리와 몸짓으로 전해온 고양의 대표적인 향토문화유산이다. 특히 고양지역은 회다지 과정에서 광중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흙을 다지는 등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상례 풍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봉운 고양문화원장은 “고양상여·회다지소리에는 슬픔을 함께 나누고 서로를 위로했던 선조들의 공동체 정신이 담겨 있다. 구슬픈 가락과 웅장한 소리는 고양의 역사와 삶을 간직한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고양문화원은 이 전통이 온전히 보존되고 더 많은 시민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 지역의 전통문화를 지키고 재현하는 고양상여·회다지소리 보존회에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