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의회, 산지 ‘표고 제한 폐지’ 조례안 강행 처리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 본회의 전 규탄 회견 찬성 측 토지주·업자 몰려와 한때 실랑이도 본회의장 입구 피켓 대치 속 ‘이견 없이’ 가결 “능선 따라 연쇄 난개발… 시장 재의요구해야”
[고양신문] 고양시 산지 지역 개발행위허가의 핵심 안전장치인 ‘표고(해발고도) 기준’을 완전히 삭제하는 「고양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26일 고양시의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했다.
이날 오전 본회의 개의를 앞둔 시의회 앞과 본회의장 입구는 조례안 철회를 촉구하는 시민단체와 원안 통과를 요구하는 토지주·개발사업자 등이 맞붙으며 긴장감이 고조됐다. 그러나 정작 본회의장 안에서는 단 한 명의 의원도 이견이나 반대 토론을 제기하지 않은 채 조례안이 원안 가결됐다.
시의회 앞 찬반 맞불…한때 고성·실랑이
26일 오전 9시30분,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는 고양시의회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덕희·이홍규 의원이 발의한 표고 기준 폐지 조례 개정안의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이바다 평화누리 상임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회견에는 지역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과 시민들이 참여해 산지 난개발과 기후재난 위험성을 강하게 경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장 바로 옆에는 표고 제한 삭제에 찬성하는 토지주와 측량사, 건축사회, 부동산협회 측 관계자 20여 명이 몰려와 대치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도중 찬성 측 관계자들이 반발하면서 양측 간에 고성이 오가고 일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시민단체 회원들과 토지주·개발사업자 등은 각각 본회의장 입구로 이동해 손피켓을 들고 도열했다. 양측은 본회의장에 입장하는 시의원들을 향해 각각 ‘조례안 부결’과 ‘조례안 통과’를 요구하며 팽팽한 대치를 이어갔다.
“입지 기준인 표고, 경사도로 대체 불가… 의회의 폭거”
이날 규탄 발언에 나선 박평수 고양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대표는 고양시가 그동안 추진해 온 생태·환경 정책의 무력화와 연쇄 난개발 우려를 조목조목 짚었다.
박 공동대표는 “고양시는 그동안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환경부 생태지도(비오톱) 제작과 도시 바람길 용역 등 생태환경 보전 대책을 정리해 왔다”며 “기록적 폭염과 집중호우가 일상화된 기후위기 시대에 도시숲과 표고 보전은 시민을 지키는 안전장치에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례 개정 찬성 측이 내세우는 ‘경사도(15도 미만) 규제로 안전 관리가 충분하다’는 논리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박 공동대표는 “표고는 어디까지 개발할 것인가를 정하는 ‘입지 기준’이고, 경사도는 지반이 안전한가를 따지는 ‘안정성 기준’으로 목적이 정확하게 다르다”며 “완만한 구릉지가 많은 고양시에서 마지막 완충지대인 표고 기준이 사라지면 능선을 따라 도로가 나고 건물이 들어서는 연쇄 막개발이 시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성석동, 문봉동, 식사동 등 대형 임야가 쪼개기 개발 위협에 노출되고, 한강과 북한산에서 도심으로 흐르던 바람길이 끊기면 미세먼지와 열섬현상 등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양시민이 뒤집어쓰게 된다”고 경고했다.
불합리한 일부 구간을 보완한 개정 조례가 공포된 지 불과 한 달만에 전면 폐지로 뒤집힌 절차적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박 공동대표는 “합리적이지 않은 부분을 조정하기 위해 일부 수정안이 처리된 상태에서, 정밀한 논의조차 거치지 않고 표고 제한을 일거에 전부 없애는 것은 의회의 폭거”라며 “공권력이 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는 정당한 근거는 공공복리와 안전인데, 지금 시의회는 시민의 생명과 미래 세대가 누릴 자연환경을 담보로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사회 “특혜성 입법… 고양시는 즉각 재의요구해야”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 관계자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번 조례 개정을 “일부 사적 이익만을 대변하며 108만 고양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뒷전으로 미룬 심각한 특혜성 입법이자 안일한 행태”라고 규정했다.
연대회의는 표고 규제 폐지가 가져올 치명적 문제점으로 △기후위기 시대 폭우 시 대규모 토사 유출과 산사태 등 대형 자연재해 위험 폭증 △고지대 난개발과 산림 생태계 파괴 및 자연경관 사유화 △진입도로·하수·배수 등 기반시설 부족으로 인한 행정·재정적 부담의 시민 혈세 전가 등을 꼽았다.
연대회의는 “도시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주민 안전은 결코 타협이나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면 핀셋 교정을 통해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지, 안전 기준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빈대를 잡으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 같은 시민사회의 호소와 시 집행부(도시개발과)의 ‘부동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날 열린 본회의에서 해당 조례안은 찬반 토론이나 이견 제시조차 없이 상임위 통과 원안 그대로 가결됐다.
시의회가 조례안 강행 처리를 택함에 따라 공은 시 집행부로 넘어갔다. 박평수 공동대표와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는 “산 정상까지 개발되고 산사태에 무방비인 도시로 전락할 책임은 오늘 본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내지 못한 시의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며 “민경선 고양시장은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시민 안전과 환경권을 위해 즉각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