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마이크로소프트)가 새는 수돗물에 관심 갖는 이유
조창현의 물따라가보는 고양(16) 데이터센터 대량 물 소비 빅테크 기업 수돗물 누수 줄여 지역사회에 물 보충 친환경 실천 기업 ‘워터 포지티브’ 눈길
[고양신문] 바야흐로 AI가 세상을 움직이는 시대를 살고 있다. AI를 구현하기 위해 필수적인 반도체 제조와 데이터센터 운영에는 전기뿐만 아니라 막대한 양의 물이 필요하다. 반도체 생산과정에서 필요한 초순수 등 산업용수가 필요하고 많은 열이 발생하는 데이터센터를 식히기 위해서도 물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반도체 수요 급증에 따라 국내에서 추진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도 용인의 경우 2035년 기준 최대 하루 76만톤, 광주의 경우 최대 65만톤이 필요할 전망이다. 다 합치면 인구 백만인 고양시 규모의 도시 네 곳에 공급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물이다. 정부는 팔당댐에서 용인까지 용수 관로를 설치하는 사업을 이미 착수하였고 향후 댐 용량 증가와 하수처리수 재이용 등을 통해 필요한 물을 확보할 계획이다.
고양시의 경우에도 2022년 이후 인허가를 받은 데이터센터가 모두 7개이며 필요 전력량은 총 487㎿에 달한다.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생활안전에 관한 우려와 반대 의견은 별개로, 이 시설들이 모두 운영되면 하루 약 5000톤 이상의 용수가 필요하게 되며 새로 계획 중인 데이터센터까지 고려하면 용수 수요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AI 시대에 늘어난 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 새로운 수원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새는 수돗물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10월, 마이크로소프트가 한국의 수돗물 누수를 줄이는 프로젝트에 지원하는 협약을 수자원공사와 체결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가 한국의 수돗물, 그것도 새는 수돗물에 관심을 갖는다고 하니 생뚱맞기도 하고 의아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것은 바로 ‘워터 포지티브(Water Positive)’라고 하는 기업의 친환경 선언을 실천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이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서 구글, 아마존, 메타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또는 제조 공장에서 대량의 물을 소비하고 있는데, 각 기업이 소비하는 물의 양보다 더 많은 양의 깨끗한 물을 지역사회와 자연 생태계에 보충하겠다는 것이 워터 포지티브 선언의 핵심이다. 앞서 말한 수돗물 누수 지원 관련 협약도 새는 수돗물을 줄임으로써 한국의 물 공급을 실효적으로 늘려준다는 것인데 향후 10년간 마이크로소프트가 경기도 내 지자체의 수돗물 누수 저감에 들어가는 비용 중 총 72억원을 부담하여 매년 60만톤 이상의 누수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새는 수돗물을 줄이는 사업을 전문용어로 ‘유수율 제고 사업’이라고 한다. 누수되는 것을 줄이면 실질적으로 수요자에게 유효하게 도달한 물의 비율(유수율)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누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정이 필요한데 먼저, 각 급수구역을 블록(Bloc)별로 구분하여 유량과 수압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사람들이 수돗물을 거의 쓰지 않는 심야에 각 블록별 유량을 감시한다. 심야에도 유량이 많다면 누수가 발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구역이다. 누수가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진 블록에서는 물이 흐르는 소리를 장비를 이용해 듣고 분석하여 누수 지점을 찾아내는 누수탐사를 실시한다. 누수 지점을 찾은 후에는 물이 새는 지점을 막거나 상수관을 교체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발표한 상수도통계(2024년 말 기준)에 따르면 전국에서 일 년간 새는 수돗물량은 약 7억톤이고 누수율은 10%가 살짝 넘는다. 한마디로 생산된 수돗물의 10%, 약 600만 명의 인구가 쓸 수 있는 물이 새어 땅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전국 지자체별로 누수율은 차이가 나는데, 당연히 도시화가 많이 이루어진 서울을 비롯한 광역시는 누수율이 대부분 5% 미만으로 낮으며 강원도를 비롯해서 산지와 농촌 비율이 높은 지자체는 20%가 넘는 수돗물이 새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누수율이 40%로 가장 높은 곳이 제주도라는 것이다. 이는 제주도가 구멍이 많은 현무암 지형이라는 것과 관련이 있다. 상수도관에서 누수가 발생하여 땅 위로 물이 솟아오르면 누수를 발견하기 좋은데 제주도에서는 새는 물이 현무암 지형을 통해 땅속으로 들어가버리기 때문에 육안으로 발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이유 중 하나이다.
상수도를 공급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누수를 줄이는 일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고 기본이다. 하지만 최첨단 AI시대일수록 기본이 중요하다. 이것은 마치 물이 더 필요해진 마을에 새로운 우물을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집집마다 새는 바가지를 먼저 손보는 노력이 필요한 것과 같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이를 알기에 한국의 새는 수돗물까지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