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석 칼럼] 안경을 벗고

내일은 방학

2026-11-05     송원석 일산양일중 교사

[고양신문] 수능 감독 교사에게 새로운 임무가 생겼다. 안경을 살피는 일이다. 눈이 나빠서 쓰는지, 외부에서 정답을 전달받으려고 쓰는지 구별해야 한다. 교직에 들어설 때 안경 감별까지 하게 되리라 예상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교육부는 지난 10월 29일 스마트 안경을 활용한 수능 부정행위 대응계획을 발표했다. 고발이나 수사의뢰로 대응하고, 시험장마다 전담 인력을 지정한다는 내용이다. 응시자격 정지 기간을 현행 1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법 개정도 추진한다.

취지는 타당하다. 누군가 안경으로 정답을 전달받으면 자기 힘으로 문제를 푸는 학생이 손해를 본다. 비싼 기기를 살 능력이 시험 성적을 좌우해서도 안 된다. 부정행위를 막는 일은 규칙을 지킨 학생의 권리를 보호하는 일이다.

그런데 정책의 취지가 옳다고 실행의 어려움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어려움은 시험장에 있는 사람이 감당한다. 수능 감독은 본래도 고된 일이다. 시간을 맞추고 절차를 지키면서 수험생의 행동을 살펴야 한다. 돌발 상황에도 대처해야 한다. 자신의 작은 실수가 누군가의 진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긴장을 늦추기 어렵다. 여기에 안경 감별이 추가됐다. 학생은 정답을 찾아야 하고, 교사는 정답을 찾아주는 안경을 찾아야 한다.

전담 인력을 두는 것은 필요한 조치다. 하지만 교실에서 처음 의심하고 확인을 요청하는 사람은 감독관이다. 무엇을 보고 의심해야 하는가. 학생이 항의하면 어떻게 확인해야 하는가. 판단을 기다리는 동안 시험은 어떻게 진행하는가. 정책은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명확한 식별 기준과 확인 절차, 신속한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성실하게 감독한 교사를 분쟁에서 보호할 장치도 있어야 한다. 공정한 시험을 원한다면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조건부터 마련해야 한다.

스마트 안경이 던지는 질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AI가 답을 제시하는 시대에 시험은 무엇을 평가해야 하는가.

플라톤의 『파이드로스』에는 문자에 대한 걱정이 나온다. 문자에 의존하면 기억을 소홀히 하고,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지혜로워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낯설지 않다. AI가 써 준 글을 읽고 자신이 그 내용을 안다고 여기는 일도 비슷하다. 정보를 손에 넣었다고 이해까지 손에 넣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문자를 없애지는 않았다. 글을 읽고 근거를 따지고 자기 생각을 쓰는 법을 가르쳤다. AI 앞에서도 해야 할 일이 있다. 어디까지 도움받을 수 있는지 정하고, 도움받은 부분을 밝히게 해야 한다. 출처를 확인하고 오류를 찾아내는 방법도 가르쳐야 한다.

준비가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던 사례도 있다. 유네스코가 2023년 세계 450곳이 넘는 학교와 대학을 조사했을 때, 생성형 AI에 관한 정책이나 공식 지침을 갖춘 곳은 조사 참여 기관의 10% 미만이었다. 지금의 상황을 보여 주는 수치는 아니다. 다만 기술이 먼저 들어오고 교육이 뒤따라 규칙을 고민했던 사정을 보여 준다.

이미지출처=아이클릭아트

학교 밖에서는 AI를 잘 쓰라고 하고, 시험장에서는 쓰지 말라고 한다. 모순처럼 보이지만 두 원칙은 함께 성립할 수 있다. 자기 힘으로 읽고 생각하는 기초 능력도 필요하고, 도구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육은 각각을 왜, 어떻게 평가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AI가 써 준 답을 제출한 학생과 그 답의 오류를 설명할 수 있는 학생은 다르다. 평가는 그 차이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보고서의 완성도와 함께 자료를 고른 이유, 생각을 수정한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짧은 구술 질문으로 이해를 확인할 수도 있다.

여기에도 조건이 따른다. 학생 수와 수업 시간은 그대로 두고 평가할 항목만 늘리면 교사의 일만 많아진다. 공통 기준과 적정한 시간, 인력이 필요하다. 평가를 바꾸겠다는 정책이라면 바꾸는 데 드는 비용도 책임져야 한다.

송원석 일산양일중 교사

당장 수능에서는 스마트 안경을 막아야 한다. 동시에 학생이 스스로 이해하고 판단하는 힘을 어떻게 기를지 고민해야 한다. 둘 다 교육이 맡아야 할 일이다. 스마트 안경은 시험장 문 앞에서 벗게 할 수 있다. 그 안경이 던진 질문까지 문밖에 세워 둘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