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조례, 의회, 그리고 시장
[높빛시론]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 소장
[고양신문]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고양시민들은 민주당 우세의 고양시의회와 민주당 시장을 선택했다. 이전 국민의힘 이동환 시장의 무소통 행정이 낳은 결과였다. 민주당 민경선 시장과 민주당 우세의 고양시의회는 대전환을 시민들에게 약속했다.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다짐했고, 지역화폐, 지역순환경제, 산황산 골프장 증설 반대, 식사동 데이터센터 취소, 원당 신청사 추진 등 국민의힘 이동환 시장 시기에 멈춰 있거나 후퇴했던 불통과 반주민적 시정이 해소되고 새로운 전환이 이루어지기를 나도, 시민 상당수도 기대했다.
그러나 4개월이 지난 11월 2일 현재, 시정이 변했다는 것을 느끼기 어렵다. 여전히 산황산 대책위는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골프장 증설을 주장하는 사업자와 토지주들의 목소리는 더 커져 민민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이는 30년 전 백석동 출판단지에 요진 고층 아파트를 지으려던 개발추진위원회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들은 끝내 출판단지의 자족기능을 무산시키고 용도변경 특혜를 해소해 주고, 소각장 옆에 대단위 아파트를 만드는 데 앞장섰다. 2026년도 예산서에 따르면, 요진 아파트 단지 일대 시설 유지·지원비로 약 23억원이 편성됐으며, 이 가운데 85%를 요진 측이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 부담은 고양시민의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30년 전 요진 아파트 개발 찬성자들은 아파트 건설도 개발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관철했다. 30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산황산 골프장 증설에도 앞장서고 있다. 산을 허물어 골프장을 건설하는 것이 지역 발전이고 녹지 보전이라는, 30년 전과 다르지 않은 논리로 여론전을 이끈다. 당시 요진 아파트 찬성자들이 사업자 요진이 제공하는 자료와 논리로 무장했다면, 지금의 산황산 찬성자는 골프장 사업자와 만나 그들의 필요와 이익, 사업자의 입장까지 대변하고 있다. 고양시와 백석동의 경제 심장이 돼야 할 자족부지를 아파트 부지로 용도 변경해 요진 단지는 사적 공간을 만들었던 것처럼, 산황산 역시 골프장이 들어서면 사적 공간으로 전락할 것이다. 주민과 시민의 공간인 산황산을 한양컨트리클럽처럼 골프를 치는 사람들과 외지인들의 놀이 공간으로 내줄 뿐이다.
그럼에도 대표자들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시민과의 약속, 빛의 연대와의 약속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설명(account)하지 않는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시장과 시의원들은 주권자가 아니라 ‘대표’이다. 대표는 시민의 의사를 대신하는 임기제 공무원들, 시민의 종(civil servant)이다.
대한민국은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대의민주정치에서 중요한 원칙은 직무 책임(responsibility)과 설명 책임(accountability)이다. 직무 책임은 시민의 뜻을 시정에 반영하려는 시장으로서의 책임 의식, 시의원으로서의 책임 의식이다. 시장이 공무원 인사권과 예산 편성권을 행사하는 목적은 시민 주권을 실현하는 데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2026년 6월 3일 자신을 뽑아준 시민 유권자에 대한 직무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시의원도 마찬가지로 조례 제정·개정이라는 입법권을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에 대해 책임 있게 행사해야 한다.
그런데 시민들의 의사도 다양하고, 시장과 시의원 개별 대표자들의 의사도 다양하다. 이때 대의 민주정치에서 중요한 개념이 설명 책임이다. 시장은 인사권과 예산권, 행정권이라는 권한을 행사하기 전에 시민들의 의사를 듣고, 자신의 판단과 결정을 시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즉 회계에서 기원한 account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시의회도 조례를 의결하기 전에 공청회나 토론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대표자로서 자신들의 정책적 입장을 설명해야 한다. 시민들의 의견 수렴이 필요한 사안에서 공청회라는 제도적 장치를 활용하지 않았다는 점은 정치적으로 충분히 비판받아야 한다. 직무 책임과 설명 책임을 다하지 않는 시장과 시의원, 시민들과 적극적인 소통없이 인사권, 예산권, 행정권, 입법권을 행사하는 대표자들에게 돌아갈 결과는 ‘낙선’이다. 그래서 직무 ‘책임’이고 설명 ‘책임’이다.
고양시의회가 가결한 도시계획조례에서는 공청회와 토론회가 배제됐고, 고양시의원들은 의원 발의-상임위 심사-본회의 통과라는 그들만의 절차를 진행하며 결정권을 행사했다. 의회의 기능에는 대표 기능, 입법 기능, 감시 기능과 함께 ‘공론화 기능’이 있다. 왜 고양시의회는 의견이 분분한 도시계획조례를 공청회 없이 가결하였는가? 국회법과 지방자치법에 규정된 대의기구인 의회의 ‘공청회’ 제도를 왜 사실상 사문화시켰는가? 이는 시의원들의 설명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자 의회정치의 공론화 기능을 약화시키는 일이다. 시민의 의견을 듣고 설명해야 할 책임을 의회가 다하지 않은 것으로 대의 민주정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고양시장이 지난 4개월간 산황산 골프장 증설 문제에 대해 어떤 일을 어떻게 했는지, 건축위원회에서 조건부 가결된 식사동 데이터센터 문제에 대해 민경선 시장은 어떤 입장인지 설명하지 않는 사이 행정의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6월 3일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들에게 설명하지 않는 대표자는 대의 민주정치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그 결과가 이동환 시장의 4년, 그 이전 30년간 실패한 고양시, 재정력 없는 고양시, 일자리 없는 고양시라는 사실을 우리는 보았다. 민주당 시장과 시의원들도 불과 4개월 전 후보자 시절에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시장과 시의원들이 자신을 뽑아준 시민들과 소통하고 설명하는 일 없이 권한을 행사하는 동안, 이동환 시장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또다시 논란이 되는 주장들을 펼친다. 2000년대 자족기능 부지에 요진 아파트를 지었던 사람들이 아파트 개발이 고양시의 발전이라고 주장했던 것처럼, 2026년 현재 골프장이 경제 활성화이고 습지 보전이라는 논리로 득세하고 있다. 골프장 직원이 시민토론회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고양시민보다 골프 사업장 직원의 목소리가 더 컸다.
직무 책임과 설명 책임이 없는 대표자들이 만든 결과는 멈춰 선 고양시일 뿐이다. 아니, 자족 부지를 아파트 용도로 변경하고 소각장 옆에 대단위 요진 주거단지를 지어놓고도 이것이 개발이었다고 주장하는 고양시, 산황산을 허물어 골프장으로 만들면서 이것이 ‘지역경제 활성화’이고 ‘숲 보전’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리는 고양시이다.
리더가 입장을 정하지 않으면 사익을 추구하는 사업자가 리더가 된다. 이를 통제하기 위해 ‘대의 정부’가 있는 것인데, 민주당 시장과 시의원들은 대의기관의 공론화, 설명 책임 기능을 왜 다하지 않는가? 공론화가 중단되면 사유화가 진행된다. 이제라도 고양시의회는 공청회를 마련해야 한다. 고양시장은 현안에 대한 설명의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자신을 뽑아준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시민과 소통하는 것, 그것이 대의 민주주의이다.
1960년대 유명한 미국의 민주주의 정치학자 샤츠 슈나이더의 글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민주정치는 갈등을 공론장에서 다루는 사회화의 과정이고, 공론화가 중단되면 이해관계자의 사유화가 진행되어 공공의 의사결정을 왜곡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