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아저씨도 내 동창”
고양실업高, 남녀노소 99명 유쾌한 졸업식
최고령 50세 여성 “대학가겠다”
지난 18일 얼었던 땅이 녹고 봄바람이 불기 시작한다는 우수. 봄비 머금은 대지 속, 세상을 향해 박차고 나올 것 같은 새싹들이 기세 등등한 겨울의 끝자락인 이날, 고양실업고등학교에서도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99명의 새싹(?)들이 있었다.
고양실업고등학교 졸업식이 있었던 것. 일산구 성석동 숲속 3천 300여평의 대지 위에 자리잡은 고양실업고등학교는 고양시내 학교에 다니다 중도 탈락한 아이들이 대부분이라 이날 졸업식은 더욱 뜻깊기만 했다.졸업생 중에는 연세대, 한국외국어대를 비롯해 4년제 종합대학교에 11명, 명지전문대, 서울보건대 등 전문대학에 45명이 진학해 높은 진학률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도지사 표창 및 경기도교육감 표창, 국회의원 표창 등을 시상하는 순으로 진행된 이날 졸업식은이학교 졸업생인 김보연 벽제농협조합장, 권경택 문화일보 제작국장, 오정규 시민회장 등이 참석하고 200여명의 가족 등이 모인 가운데 오전 11시부터 1시간 가량 이어졌다.
설립자인 정종득 교장(65)은 1962년 가난과 무지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오로지 배우는 길밖에 없다고 판단, 고양중학원 일산재건학교 중등부를 세웠다.천막학교나 다름없는 학교로 시작해 73년부터 고등교육을 시켜오던중 1985년 고양실업고등학교로 인가를 받고 1987년 교육부장관의 학력인정을 받아 제도권의 고등교육기관으로서 면모를 갖추게 됐다.
"농부들이 농사짓다 흘려버린 낟알을 주워다 다시 심고 정성스럽게 키우는 심정으로 아이들을 돌봅니다"고 말하는 정교장은 정부보조는 하나도 받지 않은채 사비를 털어 학교운영을 하고 있다며 연령이나 남녀노소 관계없이 입학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고양시 유일한 평생교육시설인 고양실고가 재정난에 허덕일때는 국가적 지원이 아쉽다고 털어놓는다.
학년별로 주·야간반 6학급에 300여명의 재학생이 있는 고양실고는 수업시간이 8시40분부터 2시까지다. 보충수업 등이 있는 일반학교보다 수업시간이 짧은 이유는 방과후 미용이나 조리, 간호사 등의 자격증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학교측의 배려이다.
올해는 자체적으로 미용과 조리기술을 가르치기 위해 시설을 완비, 3층을 증축할 계획이다.
최고령으로 졸업하는 권은자(50.가명)씨는 친엄마같이 잘 따라주고 커피도 타주면서 시험공부도 함께 해준 학생들이 자식처럼 사랑스러웠다며 헤어지는 아쉬움에 울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장학생으로 선발됐으나 거리가 너무 멀어 입학을 포기할 생각이에요. 그렇지만 올해 재수를 해서라도 대학은 꼭 들어갈 생각입니다."
작년에 63세라는 나이에 졸업한 분은 명지전문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을 했다며 올해 대학을 못간 것이 끝내 서운한 표정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양어문학부 입학을 앞두고 있는 정민호(20)군은 “저를 이끌어 주고 원하는 대학까지 진학하게 해준 선생님들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정종득 교장은 고양시 고등학교 중퇴생이 1년에 800여명이나 되는데 이들을 선도할 사회적 장치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고양실고는 중도에 학업을 포기한 청소년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학교이다.
주저하지 말고 문을 두드리면 반갑게 맞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실고는 신입생은 주간 50명, 야간 50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하며 편입생도 받는다.
<유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