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고이지선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

지난 13일 일산서구청에서 진행된 고양시 탄소중립기본계획 시민공청회 모습
지난 13일 일산서구청에서 진행된 고양시 탄소중립기본계획 시민공청회 모습

[고양신문] ‘똑같은 행동을 하고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기후위기 상황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다. 2019년부터 국내에서는 기후위기가 비상하다, 긴급하다는 여론이 커졌고, 고양시도 2020년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선포한 바 있다. 작년 가을 전 국민이 추석폭염을 경험했다. 30도가 넘는 기온, 열대야까지 발생해 차례음식이 상하고 에어컨을 틀어야 했다. 이미 기후위기는 곁에 왔는데, 우리의 행동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것 아닌가. 

틴소중립기본계획은 각 지역별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2030년까지 얼마나 어떻게 온실가스를 줄일지 결정하는 계획이다. 장기계획인만큼 상황에 맞춰 수정은 되겠지만, 처음으로 세워지는 탄소중립기본계획(이하 탄기본)이므로 지역의 탄소중립 의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지난 13일, 일산서구청에서 열린 고양시 탄소중립기본계획 시민 토론회에서 처음으로 고양시의 계획이 공개됐다. 

정책 방향 알 수 없는 고양시 계획
기초 지자체의 계획은 중앙정부와 경기도의 탄소중립기본계획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예산과 권한도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각 기초 지자체가 계획을 수립하도록 한 것은 지역 특성을 반영한 활동이 돼야 실효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계획에는 고양시가 태양의 도시가 되겠다, 자전거 친화도시가 되겠다는 정도의 큰 비전이 뚜렷하게 담겨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탄소중립기본계획에는 방향성이 전혀 담겨있지 않았다. 이는 지금까지 이동환 시장이 보여온 시정 방향 때문이다. 이동환 시장은 2028년에 열리는 제33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 유치 노력을 기울이면서 “고양시는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기후위기 대응 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해 탄소중립 모범도시로 나아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실제 고양시에서는 고양탄소지움카드가 운영 중단되고, 공공자전거 사업은 폐지됐고 환경 관련 예산은 삭감됐다. 세계적인 모범 도시가 되려면 기존 패러다임을 벗어나고 기존 사업을 나열하는 식에서 벗어나야 가능하다. 파리협약으로 유명한 파리시는 15분 도시로 거듭나면서 무서운 속도로 자전거 도로를 늘리고 있고, 올림픽 경기장을 새로 짓지 않고 기존 건물을 이용하면서 대중교통 중심으로 올림픽을 운영하는 정도까지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고양시는 건물, 수송 분야에서 90%가 배출되는 도시다.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의 40%를 줄이겠다고 한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한 중간 비전인데, 결코 과도한 목표가 아니고, 최소한의 목표이기도 하다. 만약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변화가 먼저라고 주장하거나 지금 당장은 시기상조라고 다음 시장 임기로 미루다보면 미래에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이번 공개된 고양시 탄소중립기본계획에는 시민햇빛발전소 확대, 친환경 교통수단 확대, 대중교통 서비스 개선 등이 제시됐지만 구체적인 이행방안은 도통 알 수 없었다. 고양시 전체에서 수송 분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가 가장 많고, 1인당 승용차 등록대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를 통제하지 않고서는 수송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은 사실상 어렵다. 정책은 예산으로 반영돼야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시장은 본인의 역점 사업인 경제자유구역을 언급하면서 서울로의 이동량을 줄이면 온실가스를 대폭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기존 건물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 없이는 현재 고양시 온실가스 배출의 60%를 차지하는 건물 분야의 감축은 요원할 것이다. 

시민과 함께 패러다임 전환 모색을 
‘시민과 함께 미래를 바꾸는 고양’이 고양시 탄소중립기본계획의 비전이었다. 그러나 당일 시민 토론회에 참여한 인원은 10여 명에 머문다. 담당 공무원들은 애써서 준비했지만, 고양시정에 의견을 이야기하면 들어줄 것이라는 신뢰가 없기 때문에 시민들의 참여가 부족했을 것이다. 평소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탓이다. 올해 4월까지 전국 기초지자체 모두에서 탄소중립기본계획을 만들고 있다. 어떤 지역에서는 100명씩 모이는 시민 공론장을 열고, 시민들이 제안한 정책을 계획에 반영시키겠다고 약속하기도 한다. 그런 과정도 없이 탄소중립기본계획은 시민의 참여가 없이는 어렵다는 얘기를 한다면, 마치 탄소중립의 책임을 시민들에게 떠넘기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시민의 삶은 정책과 따로 떨어진 게 아니다. 자전거를 타고 싶어도 저렴한 공공자전거가 사라지고, 안전한 자전거 도로가 없다면 시민의 의지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탄소중립에서 시민은 교육이나 정책의 대상이 아니다. 삶과 도시의 변화를 만들어갈 주체로서 시민들이 자리잡게 하기 위해서는 탄소중립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부터 시민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기본계획을 확정하기 전에 시민들과 지혜를 모으고, 40% 감축 목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민 공론장을 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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