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 9명 작은 교회지만, 잔치손님 북적
감동의 공연 즐기고, 맛있는 애찬 나눠
“평화의 사명 감당하는 교회 꿈꿉니다”
[고양신문] 나지막히 몸 낮추며 흐르는 임진강이 내려다보이는, 그 너머 북녘땅까지 훤히 건너다뵈는 파주시 통일동산 인근 한록산 언덕 위에 작은 교회가 있다. 서 있는 자리 그대로를 이름으로 가져온 ‘임진강언덕교회’다. 지난해 5월 첫 예배를 드린 교회가 어느덧 창립 1주년을 맞아 풍성한 잔치를 벌였다.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을 사모하며’ 드린 창립 기념예배에는 150여 명 손님들이 곳곳에서 찾아와 교회의 첫 돌을 시끌벅적하게 축하했다.
행사는 예배와 축하공연, 공동식사로 이어졌다. 예배에서는 복음주의를 기반으로 한국 교회의 개혁에 앞장서고 있는 박득훈 목사(사단법인 느헤미야 이사장)와 방인성 목사(하나누리 이사장)가 설교와 축사를 맡아 임진강언덕교회가 꿈꾸는 평화를 향한 소명을 격려했다.
이어진 축하공연은 더없이 풍성했다. 고양·파주장로합창단과 고양YWCA여성합창단이 성가와 가곡 등 장르를 넘나드는 노래선물로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이바다 교우·서정석 연주자의 색소폰 합주, 바이올리니스트 김민지, 북향민 기타리스트 유은지의 감동적인 연주가 화사한 봄날 오후를 아름다운 선율로 채웠다.
마지막에는 출연진과 참가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옆사람과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을 합창했다. 특히 2절에서는 남북 공동번영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담아 “우리의 소원은 평화”를 노래했다.
공연을 진행한 안재영 장로(DMZ평화교육원 대표)는 “작년까지만 해도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청각을 고문하는 확성기 소음을 주고받았는데, 오늘은 아름다운 노래를 북녘땅에 전하니 너무 기쁘다”면서 “북쪽에서 어떤 화답이 돌아올지 기대해 보자”고 말해 웃음을 선사했다.
어느 교회 부럽잖은 1주년 잔치를 벌였지만, 사실 임진강언덕교회는 교우 숫자가 채 열손가락을 채우지 못하는 작은 교회다. 일산은혜교회에서 은퇴한 강경민 원로목사(평화통일연대 이사장)가 설교자로 봉사하고 있고, 설립자인 안재영 장로, 이바다 평화누리 상임대표, 현재진 평화누리 사무총장, 박경만 고양신문 발행인, 그리고 김기자·손미향·손혜숙·이현주 교우 등 9명이 교인의 전부다.
하지만 임진강언덕교회가 보여준 지난 일 년의 행보는 지나친 보수성에 매몰돼 사회적 소명을 망각하고 있는 오늘날의 한국교회에 작은 본보기가 될 만하다. 예배와 공동식사, 교제, 기독교의 기본 진리 공부 등을 함께 하며 ‘예수를 제대로 알아가는’ 신앙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함께 팔레스타인 난민을 위한 예배에 참석하기도 하고, 광주 5·18묘역도 방문했다. 지난달에는 온 교우가 울릉도와 독도를 찾아 국토와 역사에 대한 배움과 체험을 나눴다.
사역보고를 한 박경만 교우는 “우리 교회는 기존 교회에 실망해 교회 출석을 포기한, 이른바 가나안(안나가) 교인들이 돌아오는 교회”라고 자랑했다. 이어 “공의가 넘치는 사회적 기운을 내뿜는 교회, 평화의 기운이 샘솟아 마침내 남과 북이 하나 되는 역사적 사명을 감당하는 교회가 되려고 한다”며 임진강언덕교회의 소망을 밝혔다.
예배 처소인 DMZ평화교육원 마당 한쪽에는 군사분계선을 딛고 서서 통일 한반도를 맞이하는 미래세대를 표현한 조형물을 얹은 ‘분단시계’가 서 있었다. 창립기념일 분단시계는 ‘한반도 분단 후 80년 8개월 25일…’이 흘렀음을 시·분·초 단위까지 보여주고 있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멋진 공연에 더해 선물을 두 개나 더 받았다. 하나는 교회에서 창립 1주년을 기념해 발간한 강경민 목사 설교집 『임진강 언덕에서』다. 복음주의적 신앙과 선지자적 소명이 깊고 높은 경지에서 만나는 설교문 35편이 실렸다. 마지막 선물은 야외 마당에서 함께 나눈 맛있는 저녁식사였다. 봄날 저녁 공기는 빠르게 식어갔지만, 임진강 너머 북녘땅으로 저무는 석양을 바라보는 마음에는 내내 따뜻한 감동이 차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