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기고]

윤호진 고양시청소년의회의원(풍동중1)

[고양신문] 늦은 밤 학원을 마치고 귀가하려는데 휴대전화 배터리가 꺼져 곤란했던 적이 있다. 부모님께 연락할 수도, 버스 도착 시간을 확인할 수도 없었다. 익숙한 거리였지만 혼자 남겨진 듯한 불안감이 컸다. 스마트폰이 꺼지는 순간 겪게 되는 이른바 ‘디지털 미아’의 두려움이었다.

스마트폰은 이제 연락만을 위한 기기가 아니다. 교통정보 확인과 길 찾기, 결제까지 담당하는 생활 필수 도구가 됐다. 특히 늦은 시간 학원이나 독서실에서 귀가하는 청소년에게는 보호자와 연락하고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중요한 안전 수단이기도 하다.

실제로 본 의원이 지난 9월 23일부터 풍동중학교 학생 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휴대전화 배터리가 20% 이하로 떨어졌을 때 심각한 불안감을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45명, 90%가 그렇다고 답했다. 소규모 조사이지만 휴대전화 배터리 부족을 청소년들이 얼마나 큰 불안 요인으로 받아들이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고양시 일산서구에 설치된 스마트 쉼터.
 고양시 일산서구에 설치된 스마트 쉼터.

고양시는 이미 2021년 시민 제안을 바탕으로 이용객이 많은 버스정류장 100곳에 스마트폰 무선충전기를 설치했다. 이제 기존 충전시설을 청소년과 시민의 안전까지 고려한 ‘스마트 쉼터’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서울 성동구는 2020년부터 냉난방 시설과 휴대전화 충전, 공공 와이파이, CCTV 등을 갖춘 스마트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24년 이용자 만족도 조사에서도 높은 만족도를 기록했고, 같은 해 국제 환경상인 ‘그린애플 어워즈’ 에너지관리·탄소감축 부문 은상을 받았다.

 서울에 설치된 스마트 쉽터에서 윤호진 학생이 디지털 스크린의 정보를 보고있다.
 서울에 설치된 스마트 쉽터에서 윤호진 학생이 디지털 스크린의 정보를 보고있다.

고양시도 청소년 이동이 많은 후곡과 백마 등 학원가를 중심으로 스마트 쉼터를 우선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버스정류장에는 냉난방과 비상벨, CCTV, 휴대전화 충전 기능을 갖춘 쉼터를 만들고, 학교와 학원가 주변 공원에는 비상 충전이 가능한 스마트 벤치를 설치하는 방식이다.

운영상 문제도 보완할 수 있다. 태양광 패널을 보조 전력원으로 활용하고, 충전기 장시간 점유를 막기 위해 짧은 시간 이용하는 비상충전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보안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선충전을 우선 적용하거나 데이터 전송이 차단된 충전 전용 포트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산동구 학원가에 있는 일반정류장.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다.
일산동구 학원가에 있는 일반정류장.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다.

스마트 쉼터는 배터리를 충전하는 시설에 그쳐서는 안 된다. 늦은 밤 청소년이 잠시 머물며 보호자에게 연락하고, 대중교통 정보를 확인한 뒤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휴대전화 배터리가 꺼졌다는 이유만으로 청소년이 어두운 거리에서 불안에 떨지 않고, 부모와 자녀가 서로의 무사 귀가를 확인할 수 있는 고양시가 되었으면 한다. 작은 충전 공간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생활 안전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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