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의 슬기로운 고양생활(9)

아파트 중심 개발을 넘어
한강습지와 연결하는 녹색도시로
고양의 미래 경쟁력 설계해야

AI로 만든 도시공원 이미지
AI로 만든 도시공원 이미지

[고양신문] 국토교통부가 9월 21일 대곡역세권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고양시민과 정치권에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대곡역세권에 자족시설을 집중 배치하겠다더니, 또 아파트냐? 고양시는 영원히 베드타운으로 남으라는 말이냐? 이런 문제제기다. 실은 도시 생존이 걸린 문제다. 그래서 제안한다. 어차피 아파트 단지를 지을 요량이면, 센트럴파크부터 조성하자!
세계 최고의 상업도시 뉴욕의 최대 명물은 센트럴파크다. 고층 빌딩만 즐비했다면, ‘I LOVE N.Y.’이란 구호는 그저 허명에 그쳤을지 모른다. 도시로서 가치도 지금처럼 높지 않았을 터다. 일산신도시도 호수공원 조성계획이 포함되지 않았더라면, 초기 입주민 유인 효과가 떨어졌을 것이다. 공원은 이처럼 설계하기에 따라 입주 욕구는 물론 도시의 가치까지 결정한다.
최근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JYP엔터테인먼트 신사옥 예정지 옆 공원부지의 용도를 상업용지로 변경해 논란이다. 공원을 염두에 두고 공원에 가까운 쪽으로부터 서서히 상승하는 멋들어진 구조로 설계까지 마쳤는데, 갑자기 그 공원에 고층 상업용 건물이 들어선다고 하니 JYP엔터테인먼트로서는 입주를 꺼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중요한 대목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의 결정이다. JYP엔터테인먼트 신사옥이 들어서면 주변 공원부지의 개발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이 부지의 용도를 전환해 팔면 큰 수익을 남길 수 있다. 바로 이런 상업적 판단이 작용한 결과일 테지만, 오판이다. JYP엔터테인먼트가 입주를 철회하면서, ‘게도 잃고 구럭도 잃는’ 결정이 되고 말았다.
이재명 정부가 최근 주택 공급에 속도를 높이는 속에 진행되더라도, 고양시민의 오랜 숙원인 자족기능 강화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도 반대에 나섰는데, 과도하게 정치적으로 접근할 일도 아니다. 센트럴파크부터 짓자는 필자의 제안은 모두가 이기는 상생전략이다.
대곡역은 일반적인 역세권과 다르다. GTX-A를 비롯해 여러 광역철도망이 만나는 수도권 서북부 최대 교통 거점이다. 많은 사람이 쉽게 찾아올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바로 이곳에 수도권 최대 규모의 도시생태공원을 조성한다면 어떨까? 그 도시생태공원 주변 아파트나 오피스에 입주하고 싶지 않을까? 그런 욕구를 유발하는 데 성공한다면, 새로 생길 수도권 다른 지역의 아파트 단지와 차별화도 가능할 전망이다. 뉴욕에서도 센트럴파크 주변은 뉴욕시민이 가장 선호되는 지역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대곡역세권 중심지를 거대한 녹색공간으로 만드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한강습지까지 연결하는 구조다. 대곡역에서 시작해 도시공원과 녹지축을 지나 한강습지로 이어지는 녹색생활권을 만들자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대곡역은 개발지역의 중심이 아니라 메가 공원의 현관이 된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도심형 공원에서 자연생태공원으로 이어지는 장관이 펼쳐지는 셈이다. 
그렇다고 대곡역세권을 저밀도 도시로 만들자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공원은 크게 확보하되 그 주변으로 주거와 업무시설을 압축적으로 배치해 상업성도 갖추는 것이 지속가능한 동시에 실현가능성이 높은 개발 방식이라고 본다. 다만, 여기에 한 가지 아이디어를 더 얹길 희망한다. ‘수평공원 더하기 수직공원’ 개념이다.
최근 벽을 활용한 수직화분이 원예조경 분야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는 중이다. 대곡역세권 센트럴파크에 접해 지어질 아파트와 상업용 건물에도 이와 유사한 수직공원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센트럴파크 쪽 건물 외벽에 수직화분을 설치하는 것을 포함해 테라스와 옥상정원 그리고 공중정원까지 갖춘다면, 볼수록 감탄할 수밖에 없는 사상 최초의 완전한 명물 ‘3D 입체공원’이 탄생한다.
이와 연계해 아파트도 ‘전원주택형 아파트’로 설계하길 권고한다. 아파트의 편리함은 유지하면서 전원주택의 마당과 정원이라는 장점을 포함시키는 방식이다. 세대별로 넓은 테라스와 정원 공간을 제공하고, 단지 내부에는 공동정원과 숲길, 텃밭, 어린이 정원 등을 배치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대곡역세권 아파트의 주거환경은 기존 아파트와 완전히 달라진다. 당연히 서울과 다른 수도권 도시의 아파트 단지와 차별화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단순히 경관을 아름답게 만드는 문제가 아니다. AI와 로봇이 일상화되어 직주근접이 무의미해지는 미래도시의 지향점하고도 연결이 된다. 앞으로 도시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는 단순히 얼마나 많은 사무실과 공장을 가지고 있는가에만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이 어디에서 살고 싶어 하는지, 얼마나 좋은 자연환경과 문화환경을 누릴 수 있는지가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대곡역세권 개발은 미래산업과 녹색환경을 대립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AI와 로봇, 콘텐츠, 바이오·헬스케어, 에너지, 모빌리티 등의 산업을 공원도시 안에 집어넣는 방식으로 가야한다. 이 과정에서 고양시의 ‘꽃의 도시’ 이미지도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 대곡역세권의 수평공원과 수직공원 자체가 원예조경 산업의 거대한 실증공간으로 활용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든 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발의 우선 순서다. 먼저 공원의 위치와 규모, 녹색축과 생태축을 결정한 뒤 그 주변에 주거와 업무, 상업시설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공원이 도시의 부속물이 아니라 도시의 골격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대곡역세권에는 공원 곧 센트럴파크부터 조성하자!
대곡역세권을 굳이 ‘제2의 판교’나 ‘또 하나의 신도시’로 만들 필요는 없다. 이미 수도권에는 비슷한 형태의 신도시가 많다. 대곡역세권만의 경쟁력은 오히려 압도적인 광역교통과 일산의 주거환경, 고양의 화훼·문화자원, 한강과 습지라는 자연자원을 동시에 연결하는 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대곡역세권을 기획한다면, 자연 속에서 생활하고 일하는 그래서 정말 살고 싶은 수도권 최고의 미래 신도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