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일 1세대 독립애니메이션 기획·제작
고양에서 벌어진 비극적 사건 '금정굴 이야기'
크라우드 펀딩 통해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고양신문] “금정굴 사건이라는 아픈 역사를 다양한 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해 시각적 언어로 재구성해보고 싶었어요. 이번 작업을 통해 평화와 인권의 가치가 새롭게 부각됐으면 좋겠습니다.”

금정굴에서 발생했던 대규모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을 주제로 한 단편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이 제작을 앞두고 있다. 작품 제목은 ‘금정굴 이야기’. 작년 고양시 후원으로 발간된 소책자 ‘항아리가 지켜준 아이’를 원작으로 하는 이번 작품은 유족들의 실제이야기를 15분 내외 런닝 타임에 담아낼 예정이다. 이중 가장 큰 비극을 겪은 서병규 전 금정굴 유족회 회장과 안종호 할아버지의 구술기록이 시놉시스의 중심을 이루며 이를 통해 그동안 이념이라는 단어로 감춰지고 은폐된 70여년 전의 참혹했던 금정굴 학살을 다시 이야기한다. 

이번 다큐애니 제작을 기획한 주인공은 우리나라 독립애니메이션 1세대 감독으로 손꼽히는 전승일 감독<사진>이다. 지난 29년간의 작품 활동을 거치며 5.18민주화 운동, 세월호 사건, 한국전쟁 민간인학살 문제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뤄왔던 그가 이번에 금정굴 사건을 주제로 삼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금정굴 사건에 대해서는 전부터 잘 알고 있었어요. 과거 고양시에 사는 동안 합동위령제에도 꾸준히 참여했었고 유족들과 대화도 나누면서 이 사건이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고 공유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저 개인적으로 창작자다보니 이 내용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을 계속 갖고 있었어요.”

금정굴 사건에 대한 문화 예술적 기여를 고민해왔다는 전승일 감독. 좀 더 직접적인 계기는 몇 년전부터 오마이뉴스에 시민기자 이름으로 그림연재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다양한 주제로 연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금정굴 사건에 대한 작품들도 하나씩 쌓여갔고 이를 통해 이 사건을 다큐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통해 대중들에게 시각적으로 전달하면 좋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 고민됐던 스토리텔링 문제는 작년 발간된 ‘항아리가 지켜준 아이’라는 그림책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고.

'금정굴 이야기' 다큐애니 원화이미지. [제공= 전승일 감독]
'금정굴 이야기' 다큐애니 원화이미지. [제공= 전승일 감독]

전 감독은 “기존 연구서와 학술서는 아무래도 사실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보니 스토리텔링이 쉽지 않았는데 작년 금정굴인권재단에서 낸 그림책을 보고 나니 인물이 보이고 그들의 삶과 이야기가 그려지기 시작했다”며 “제노사이드(민간인 학살)를 주제로 한 3부작 다큐 애니를 기획했고 그 첫 번째로 이번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

애니메이션 ‘금정굴이야기’는 2D그래픽, 컷-아웃, 스톰 모션, 포토 콜라주 등 다양한 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한다. 이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잇고, 예술적 치유와 회복의 가능성을 모색하며 희생자 유족들과 사회공동체와의 연결과 재구성을 추구한다. 전 팀장은 “일반적인 기승전결 방식의 픽션 애니메이션과 달리 이번 작품은 ‘Animated Realism’이라는 복합적이고 다양한 시각 이미지 포현전략을 통해 좀 더 숨겨진 진실에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이를 통해 사회적 공동체 회복을 위한 기억의 재구성과 애도의 시각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내년 3월까지 제작예정인 '금정굴 이야기'애니 포스터(가안)

제작비를 전액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금하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총 800만원을 목표로 진행 중인 펀딩(https://tumblbug.com/genocide)은 현재(8일 기준) 54명의 후원자가 참여한 가운데 80%(645만3000원)가 채워진 상태다. 아직 모금기간이 두 달 정도 남은 만큼 목표 액수는 초과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승일 감독은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공공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추진하게 됐다”며 “단순히 제작비 모금차원을 넘어 관심을 높이고 제작과정에도 참여하는 일종의 시민제작위원회로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금정굴 이야기’는 내년 3월까지 제작을 마친 뒤 상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 감독은 “제작이 마무리 되면 전문 배급사를 통해 독립영화관 뿐만 아니라 다양한 채널을 통해 배포될 것”이라며 “특히 이번 작품을 통해 금정굴 사건에 대한 고양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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