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특파원 생생통신]

K-컬처 페스티벌 열기로 오슬로 첫눈 녹여
한국전 참전용사 사진전부터 K-뷰티 화장품까지
북유럽 시민학교엔 한국문화 K-팝 학과 인기

[고양신문] 가을하늘 아래 낙엽들이 긴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노란 낙엽이 하나, 둘 지기 시작하는 10월 중순, 노르웨이 지자체에서는 겨울을 준비하며, 늦가을을 아쉬워하는 마을 행사가 곳곳에서 열린다.

오슬로 가을, 비겔란조각공원 호숫가 오리.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오슬로 가을, 비겔란조각공원 호숫가 오리.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 갑작스런 첫눈이 비와 함께 내린 가운데 주말을 맞아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주민들과 재외동포들이 한데 어우러진 '한국문화축제(Korean Culture Festival)'가 성황리에 열렸다.

노르웨이에서 진행된 한국문화축제 현장.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노르웨이에서 진행된 한국문화축제 현장.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 다음날 진행된 코리안컬처페스티벌(Korean Culture festival)은 북유럽에 스며든 한국 문화의 오늘과 내일을 알아보는 뜻깊은 자리였다.

노르웨이 한국문화축제 행사 소개 자료. 노르웨이 한인회 제공
노르웨이 한국문화축제 행사 소개 자료. 노르웨이 한인회 제공

노르웨이 한인회(회장 김미정)가 주관한 한국문화축제 행사는 오슬로 서부 포르네브(Fornebu) 지역에서 토요일 오전 11시에 시작했다. 행사 당일 비와 함께 첫눈이 내려 야외 행사에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K-컬처 열기는 날씨 영향을 받지않았다.

코리안컬처페스티벌을 찾은 현지인과 교민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코리안컬처페스티벌을 찾은 현지인과 교민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한국문화행사는 오프닝 행사에 이어 K-팝 경연대회, 태권도, 한복 입어보고 한국문화 즐기기, 한국 음식 체험 등 다채로운 행사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흥을 돋웠다.

주노르웨이대한민국대사관 서민정 대사(왼쪽)가 노르웨이 한국문화행사 축하 연설을 하고 았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주노르웨이대한민국대사관 서민정 대사(왼쪽)가 노르웨이 한국문화행사 축하 연설을 하고 았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실내에서 진행된 K-팝 경연대회는 10개 팀이 참여해 열전을 벌였다. 한복을 입고 노래를 부르고, 귀여운 저승사자 옷을 입고 율동을 하고, 그리운 대한민국의 노래가 이어지며 한인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무엇보다 객석에서 응원봉을 흔들고, 스마트폰으로 공연을 촬영하며, K-팝 노래와 춤을 따라하는 초·중등 학생들의 떼창이 이어질 때면 한국 문화의 위상을 실감케했다.

K-팝 경영대회 현장.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K-팝 경영대회 현장.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축제 무대에서는 현지 청소년들과 K-팝 동호회가 준비한 활기찬 K-팝 댄스 경연 대회 등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져 관객들의 큰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았다. 열렬한 응원 속 경연대회 우승은 하데란드 시민학교 K-팝학과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노르웨이에서는 시민들이 꿈을 찾아 가는 시민학교(folkehøgskole)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하데란드 시민학교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한국어과가 있어 한국문화 성지로 알려져있다.

노르웨이 시민학교, K-팝학과(왼쪽)와 한국어 한국문화학과(오른쪽) 소개 자료. 하네달란드 시민학교 홈페이지 자료 캡처
노르웨이 시민학교, K-팝학과(왼쪽)와 한국어 한국문화학과(오른쪽) 소개 자료. 하네달란드 시민학교 홈페이지 자료 캡처

특히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고, 한국으로 학습여행을 떠나는 한국어문화학과와 한국 대중음악을 통해 춤과 공동체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K-팝 학과를 운영해 인기가 높다.

점점 높아지는 한국문화 열풍으로 노르웨이 시민학교엔 한국문화와 K-팝을 배우려는 현지 학생들로 관련 학과가 추가로 생기고, 한국학 지원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어와 문화를 배우고 한국으로 졸업 여행을 다녀오고, 한국으로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려는 꿈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또한 북유럽 젊은이들에게 요즘 K-뷰티는 대세다. 오슬로에 한국 화장품만 전시 판매하는 코리안 뷰티 매장이 새롭게 생겼고, 어느 화장품 가게를 방문하든 한국화장품 코너가 메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케이컬쳐 공연장 뒤편 K-뷰티 코너.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케이컬쳐 공연장 뒤편 K-뷰티 코너.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한편 야외 행사장은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부스가 차려졌다. 첫눈이 비로 바뀌며 을씨년스런 날씨였지만, K-푸드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한국 김치는 금세 동이 났고 떡볶이, 김밥, 잡채, 호떡, 불고기 등 모든 한국 음식이 행사가 끝나기도 전에 완판됐다. 

야외 K-푸드 행사장에 첫눈과 함께 비가 내렸지만 한국음식 코너 대기줄이 이어지고 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야외 K-푸드 행사장에 첫눈과 함께 비가 내렸지만 한국음식 코너 대기줄이 이어지고 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특히 실내공간 3곳과 야외공간에서 함께 진행된 이번 행사 중 한국 전통 문화행사와 함께 한반도의 분단현실과 평화를 알리는 한국전쟁 당시 사진전 행사가 함께 진행돼 의미를 더했다.

6·25 한국전쟁에 참전한 '노르웨이 이동외과병원, 노르매시(NORMASH, Norwegian Mobile Army Surgical Hospital)' 특별 사진전도 열려 현지인들의 관심을 모았다. 벌써 80여 년의 세월이 흐르다 보니 평화를 기원하는 사진전은 젊은이들보다 중장년, 노년 층과 아이들을 데려오는 부모들의 관심이 높았다.

'노르매시 6.25 참전용사 사진전' 입구에 행사 소개자료가 비치돼 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노르매시 6.25 참전용사 사진전' 입구에 행사 소개자료가 비치돼 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노르매시(NORMASH, Norwegian Mobile Army Surgical Hospital)는 6·25 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에 파견됐던 노르웨이 623명의 남녀 의료진과 참전용사들이 1951년부터 의정부, 동두천 등지에서 운영한 이동외과병원(야전병원)을 의미한다.

노르매시 참전용사 사진전에 20여 점의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노르매시 참전용사 사진전에 20여 점의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노르매시는 3년여의 운영기간 동안 9만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하고, 9600여 건의 수술을 집도해 군인과 민간의 생명을 구했는데,  한국군, 유엔군, 북한군, 중국군 구별하지 않고, 한국 민간인 환자와 어린아이들까지 국경과 신분을 가리지 않고 부상자 치료로 대한민국을 도왔다. 현재는 한국전 참전용사 대부분이 돌아가셔서 이번 사전전의 의미는 더욱 더 절실하고 중요하다.

'노르매시 첨전용사 사진전'에 참석한 전직 의사 피터 드베르스달(Peter Dvergsdal.).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노르매시 첨전용사 사진전'에 참석한 전직 의사 피터 드베르스달(Peter Dvergsdal.).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노르매시 6·25 참전용사 사진전'에 참석한 전직 의사 피터 드베르스달(Peter Dvergsdal, 84세)은 "세계 평화를 생각하며 사진 전시회에 왔다"며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강조했다. 

그는 어린시절 2차 세계대전과 독일군의 노르웨이 식민지배를 경험했다. 또한 그의 스승을 포함한 많은 노르웨이 의사, 간호사들이 한국전에 참가해 한국인과 부상자를 치료했다며, 다시는 한국전쟁과 같은 슬픈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르웨이 의료진은 한국전쟁 후 스웨덴, 덴마크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과 함께 서울에 국립중앙의료원(National Medical Center)을 설립하는 기초를 마련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북유럽협의회가 만든 평화통일홍보대사 핀배지.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북유럽협의회가 만든 평화통일홍보대사 핀배지. 이철규 북유럽특파원

사진전 관람 후엔 한반도의 분단 현실을 알리고 평화외교 활동을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평화인터뷰를 진행하고, '평화통일 홍보대사' 핀배지를 전달하며, 전쟁의 시대에 살고있는 우리 모두가 평화의 외교관임을 강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은 장난감처럼 홍보대사 핀배지를 가슴에 달고 평화롭게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과거의 슬픔과 아픔을 잊지 않는 냉철한 기억 위에서 참된 평화가 싹튼다. K-컬처 열풍이 끊이지 않는 북유럽의 한류 문화와 평화의 바람이 작은 울림이 되고, 온기가 돼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경을 넘어 세계인의 마음속에 평화의 꽃을 피워내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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