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플로깅 뒤 펼쳐진 가을밤의 음악
'건아들'의 곽종목, 깜짝 무대에 올라
신도시 수변에서 만난 7080 음악의 향수
매주 금·토·일 저녁 버스킹으로 만나요
[고양신문] 완연한 가을 정취가 내려앉은 17일, 고양시 지축역 인근 창릉천 수변이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환경 정화 활동과 1980년대 청춘들의 가슴을 뛰게 했던 그룹사운드의 낭만적인 선율로 가득 찼다.
이날 행사의 시작은 맑고 깨끗한 지역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구슬땀으로 열렸다. 오전 10시, 효자동 주민자치회 주관으로 ‘창릉천 플로깅(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 행사가 개최됐다. ‘한 걸음 한 걸음, 깨끗한 창릉천 만들기’라는 현수막 아래 모인 지역 주민들과 한준호 국회의원, 송규근 경기도의원, 한주연·신지연·김윤재 고양시의원, 윤미옥 효자동장 등은 지축역 인근 창릉천 경관보행교에서 출발해 삼송역 인근까지 왕복 구간을 걸으며 하천 정화 활동을 펼쳤다. 물 맑은 창릉천의 풍광을 누리며 우리 마을을 직접 가꾸는 이들의 발걸음은 오후에 이어질 문화 행사를 위한 쾌적한 무대를 조성하는 뜻깊은 시간이 됐다.
오후 4시부터는 정돈된 경관보행교 앞 버스킹 스테이지에서 효자동 주민자치회가 기획한 ‘북한산 르네상스 버스킹’이 이어졌다.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원형 돌계단 객석을 채운 시민들은 해가 저무는 아름다운 수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열정적인 댄스와 서정적인 바이올린 연주 등 다채로운 공연을 즐기며 주말의 여유를 만끽했다.
하지만 이날 창릉천의 진짜 낭만은 어둠이 깔린 저녁 6시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피어올랐다. 주민자치회의 버스킹 행사에 이어, 매주 금·토·일 저녁마다 열리는 특별한 스테이지가 시작된 것이다.
이 무대를 이끄는 중심에는 1980년대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가 주도하던 청년 밴드 르네상스 시절, 폭발적인 고음과 경쾌한 리듬으로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던 전설의 그룹사운드 ‘건아들’의 보컬 곽종목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이 무대의 메인 출연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곽종목은 후배 뮤지션들이 관객과 만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주기 위해 매주 이곳을 찾아 앰프를 나르고 음향을 세팅하는 등 궂은 일을 묵묵히 도맡아 오고 있다.
그러나 17일 저녁만큼은 달랐다. 후배들의 깜짝 소개로 객석에 있던 그가 즉석에서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올랐다. 편안한 후드티셔츠 차림의 소탈한 모습이었지만, 스탠드 마이크 앞에 선 그의 카리스마는 80년대 전성기 시절 그대로였다.
"나의 꿈 나의 모든 것 / 어여쁜 꽃 한 송이 / ... / 젊음아 퍼져라 / 내꿈 다시 피어나면 / 너와 나의 영원한 젊은 미소 / 밝은 내일 약속하리라"
그의 호소력 짙은 음색과 함께 건아들의 히트곡 '젊은 미소'가 짙은 어둠이 깔린 창릉천에 울려 퍼졌다. 객석을 가득 채운 중장년층 관객들은 찬란했던 20대 시절의 향수에 젖어 열화와 같은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곽종목은 이날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즉석에서 10여 곡의 라이브를 거침없이 소화해 내며, 차가운 도심 하천의 공기를 7080 시절의 뜨거운 낭만과 열기로 가득 채웠다.
오전의 자발적인 하천 정화 활동부터 이웃과 함께하는 한낮의 예술 무대, 그리고 선배가 후배를 이끌며 세대를 초월한 감동을 선사하는 야간 콘서트까지. 이날 창릉천의 풍경은 지역 주민과 예술인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지역 문화의 낭만을 보여줬다.
소박하지만 깊은 감동이 있는 버스킹 무대는 날씨가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전까지 매주 금, 토, 일요일 저녁 6시부터 9시 무렵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지하철 3호선 지축역에 내려 남쪽 창릉천 방향으로 100m 정도 직진하면, 수변을 가로지르는 경관보행교 앞 무대에서 그를 만날 수 있다.
현대적이고 차가운 신도시의 빌딩 숲 사이, 80년대 ‘건아들’의 음악을 기억하고 7080 문화의 따뜻한 낭만을 향유하고 싶다면 주말 저녁 지축역 창릉천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영원한 '젊은 미소'와 함께, 묵묵히 후배들의 길을 닦아주는 관록의 뮤지션이 선사하는 가을밤의 위로가 그곳에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