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마크로 기대 받았던 초고층 빌딩 왜 ‘없던 일’ 되어 버렸나
88층 초고층 빌딩에 오피스텔·업무빌딩 채워
분양·임대로 수익 모델 찾겠다는 CJ 측 요구
이재준 전 시장, 용도변경 승인 선거 후로 미뤄
이동환 현 시장 때 경기도 감사로 모든 것 중단
[고양신문] 약 1조8000억원 규모의 K-컬처밸리 사업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공무원들의 적극 행정이 아쉬웠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아레나 공연장, 테마파크, 호텔만으로는 사업성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에 K-컬처밸리 사업 시행자인 CJ라이브시티는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아야 했고, 그 돌파구가 분양·임대를 통해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오피스텔·업무시설을 도입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분양을 통해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오피스텔 허용을 머뭇거리는 등 공무원의 소극행정이 결과적으로 K-컬처밸리 사업성을 위축시킨 한 요인이었다는 비판이다.
2022년 4월경 발표되면서 큰 기대를 받았던 88층 규모의 초고층빌딩 계획 역시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일환이었다. 최고층에 전망대를 세워 일산의 랜드마크가 될 시설을 짓는다는 명분도 있었지만, 88층 빌딩 일부에 오피스텔 등을 채워 수익을 거둬들이겠다는 실리적인 목적도 다분히 있었다. 분양을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K-컬처밸리의 다른 시설에 투자하겠다는 복안이었다. CJ 관계자는 ““앞서 호텔, 레지던스, 오피스, 컨벤션 시설 등과 함께 오피스텔을 도입하는 모델을 검토하기는 했었다. 그러나 88층 초고층 랜드마크타워 계획이 취소됨으로써 최종적으로 도입 여부가 결정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88층 초고층빌딩이 계획됐던 부지(A6-2)는 K-컬처밸리부지에 인접해 있는 숙박시설용지다. K-컬처밸리 사업시행자인 CJ라이브시티가 또 다른 숙박시설용지인 A6-1부지(이 부지는 K-컬처밸리부지에 포함되어 있었음)와 함께 A6-2부지를 2016년 7월 조성원가로 매입했다. CJ라이브시티가 매입할 당시 숙박시설 용지(A6-1·A6-2)에 2000석 규모의 소규모 공연장과 테마파크와 공연장 방문객을 위한 호텔을 짓는다는 것이 경기도와 CJ라이브시티 간 맺은 기본협약(2016년 5월)이었다. 그런데 4차 사업계획 변경(2022년 1월)을 통해 이곳에 소규모 공연장을 짓는 대신 지하 2층·지상 15층 규모의 업무시설 설치로 CJ라이브시티는 임대수익을 꾀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지하 2층·지상 15층 규모의 업무시설 계획은 승인을 받았지만,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또 다르게 추진되던 88층 규모의 초고층빌딩 계획은 진척되지 못하고 흐지부지 됐다. 그 이면에는 자칫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공무원들의 ‘몸 사리기’가 있었다. 빠르게 추진될 수 있었음에도 시장 이하 공무원들이 머뭇거렸던 것이다.
이재준 고양시장 재임 마지막 해였던 2022년 4월경, 88층 규모의 초고층빌딩 내에 오피스, 쇼핑몰, 호텔, 오피스텔, 레지던스 등 숙박·문화시설을 복합조성한다는 세부계획이 확정됐다. 숙박시설부지에 88층 초고층빌딩을 지을 수 있도록 용도변경하는 일만 남았었는데, 결국 용도변경에 대한 최종 승인은 이뤄지지 않았다.
88층 초고층 빌딩을 위한 용도변경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해 6월 고양시장을 뽑는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당시 고양시장 후보였던 이재준 전 시장은 88층 초고층 빌딩을 짓는 것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재준 전 시장은 고양신문과의 당시 인터뷰에서 “88층 빌딩에 글로벌 콘텐츠 비즈니스 센터와 호텔 등과 함께 업무시설 등이 들어서는 만큼 본사(ENM) 유치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해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고양시민들은 이동환 시장을 선택했다. 이동환 시장 때에는 88층 초고층이 지어지는 곳인 숙박시설부지(A6-2) 내에 용적률 완화 등의 논의는 있었지만, 결국 88층 초고층빌딩은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고양시 관계자는 “이재준 시장 시절 이춘표 부시장 주도로 88층 초고층빌딩이 추진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 지구단위계획에는 88층 내에 숙박시설을 70% 이상을 설치하도록 되어 있었다. 나머지 30% 미만에 대해서 오피스텔 을 포함해 어떤 것으로 채울 것인가에 대해서 논의가 있었다. 그런데 이동환 시장 때인 2023년 초부터 경기도에 대한 감사가 시작되며 모든 것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1월 발표된 경기도에 대한 감사결과서에는 ‘숙박시설(A6-1·A6-2)에 대한 사업계획을 승인(변경)할 때는 조성원가로 공급한 취지를 고려해 관광숙박시설과 부대시설 이외의 다른 시설을 설치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주의요구가 기술되어 있다.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공무원들의 보신주의가 88층 규모의 초고층빌딩 계획 무산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이재명 전 경기도 지사를 압박하기 위한 경기도에 대한 전방위 감사는 88층 초고층빌딩을 기대했던 고양시민 들에게는 불행한 일이었다.
하지만 감사가 시작되기 이전 2022년 당시 이재준 전 시장과 이동환 시장이 좀 더 과감한 결단을 통해 용도변경 결정이 이뤄져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 88층 초고층빌딩 계획부터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한 인사는 “나중에 특혜시비 에 걸려 담당 공무원이 다쳤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은 결과론이다. 당시 용도변경을 통해 88층 초고층 빌딩 계획에서 빠르게 진척이 됐더라면 전체 K-컬처밸리 사업이 좀 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기업에 특혜를 제공하는 대신 기업도 지역에 공공기여할 수 있고, 실제로 그런 규정도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