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경제포럼 – 홍남기 항공대 석좌교수
한국경제 한 단계 점프업을 위한 6개의
매듭과 해법, 그리고 사회적 자본 축적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경제 위험 증대
잠재 성장률도 2% 밑돌 것으로 전망
사회 곳곳에 고도압축성장 그늘 짙어
성장과 분배 조화로 양극화 완화하며 
총요소생산성 높이고 포용 성장 나서야

홍남기 한국항공대 석좌교수는 올해 첫 고양경제포럼에 연사로 나서 “저성장을 극복하고 잠재 성장률을 높이려면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다”며 “큰 틀을 바꾸기 위해 사회적 대토론을 통한 협약으로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양신문] 지난해 12월 3일 밤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현직 대통령이 내란을 시도한 초유의 사태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다. 달러 환율은 지난 연말 한때 1472원을 기록하면서 1500원을 넘는 거 아니냐는 공포를 낳았다. 해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으면서 한국경제의 앞날에 켜진 빨간불은 영 가실 기미가 없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8일 내놓은 KDI ‘경제동향 1월호’에서 “생산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경기 개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는 모습”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하면서 특히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 상황으로 인해 경제 심리도 악화하고 있다고 강조한 이유다.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인용되고, 새 대통령이 선출되고 나면 과연 한국경제에 드리운 구름이 걷히고 밝은 빛이 비칠까. 설혹 단기적으로 그러한 먹구름이 걷힌다고 하더라도 한국경제가 갑자기 회복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IMF가 2025년 세계 경제가 3.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한국경제는 1.8% 성장할 것으로 보는 것이 우리 정부의 견해다.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의 불공정이나 부의 집중 문제 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과거처럼 성장을 이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한국경제의 잠재 성장률이 앞으로 2%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와 있고, 1%나 심지어 0%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국제 투자은행까지 있을 정도다.

사회적 자본 축적이 새로운 성장 원천
“한국경제가 한 단계 점프업 하려면 노동 투입을 늘리고 생산성도 높여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사회적 자본의 축적입니다. 세계은행(World Bank)이 사회적 자본이 10% 증가하면 경제 성장률은 0.8%p 증가한다고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것에서 보듯 우리도 저성장을 극복하고 잠재 성장률을 높이려면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합니다. 그러면 한국경제에 새 변화를 일으키고, 새로운 혁신을 이루며 닥친 난관을 경쟁력 있게 돌파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고양경제포럼(회장 이상헌)이 8일 소노캄 고양에서 개최한 올해 첫 정기모임에서 연사로 나선 홍남기 한국항공대 석좌교수가 탄핵 정국이라는 당장 상황을 넘어서 한국경제가 중장기적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홍 교수는 ‘한국경제 한 단계 점프업을 위한 6개의 매듭과 해법, 그리고 사회적 자본 축적’이란 제목의 강연에서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를 맡는 등 37년간 정부의 요직을 거치며 국가의 각종 정책을 이끌었던 풍부한 경험에 더해 대학에서 쌓은 연구를 바탕으로 한국경제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최근 글로벌 경제 상황을 진단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위해 사회적 자본 축적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이날 그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분석과 진단을 바탕으로 중기적 관점에서 구조 개혁 방안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이어갔다. 핵심 내용을 요약해 전한다.

하락하는 성장률 속 대내외 여건도 악화 
“성을 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내는 자는 흥한다.” 몽골 고원을 중심으로 대제국을 건설했던 명재상 빌게 톤유쿠크의 비문에 있는 마지막 문장이다. 개발연대 초기 한국은 ‘열린 세계’를 지향하며 대외지향, 수출주도 전략을 펼치며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그 결과 1988년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일하게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원조를 제공하는 국가로 전환됐다.

우리가 이룬 성과는 눈부시다. 1996년에 OECD에 가입하고 2019년엔 마침내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다. 5년 만기 유로화 외평채를 첫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할 정도로 역대 최대 외국인 투자 유치(2020년) 역대 최고의 국가신용등급(2021년), 세계 9위 수준인 4135억달러의 외환보유고(2024년), 사상 최초로 6838억달러 수출달성(2024년) 등 대외적으로 한국경제는 높은 신뢰를 받으며 짧은 기간에 글로벌 개방형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고도압축성장의 그늘이 짙어졌다. 경제력이 집중되면서 소득 양극화가 심화하고 부의 재분배가 악화하면서 삶의 질이 떨어졌고, 그 결과 성장률이 점차 하락하면서 경제 성장이 지속 가능한가에 대한 물음표가 커지고 있다. 

현재 우리 경제는 대내외적으로 거대한 3각 파도의 한복판에 직면해있다. 대내적으로는 △저성장 문제 △양극화 문제 △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 구조문제에 더해 대외적으로는 △성장의 발판이 됐던 글로벌 밸류 체인 약화 △급속한 디지털·AI 혁명 △인플레 등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라는 거대한 폭풍까지 휘몰아치고 있다. 

Fast Follower에서 First Mover로 변신해야
그러한 파도를 넘고 폭풍을 헤쳐나가면서 한국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안팎에서 한국경제를 휘감고 있는 근원적 문제를 6가지 매듭으로 정리하고 그 매듭을 풀 수 있는 해법에 대한 깊은 성찰과 사회적 합의 모색, 그리고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첫 번째 매듭은 저성장 문제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잠재 성장률은 5년마다 1%씩 떨어지고 있는데, 상당 부분이 생산성 하락에서 기인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키워드는 혁신이다. ‘혁신 기술, 혁신 인재, 혁신금융’이라는 혁신 자원을 바탕으로 기존 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고 차세대 먹거리 산업을 발굴해야 한다. 

또한, 서비스 산업의 부가가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이니만큼 우리 서비스 산업도 생산성을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만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총요소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면 잠재 성장률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디지털·AI 혁명이라는 두 번째 매듭을 풀기 위해서는 AI 등 지능화 핵심기술을 선점하고 융복합을 통해 신산업생태계를 활성화해야 한다. 특히 생성형 AI는 경제 프레임을 바꿀 핵심 요소로서 산업 전반에 접목돼 새로운 시장과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될 것이기에 과거 우리의 특기, 즉 새로운 제품·기술을 빠르게 쫓아가는 Fast Follower 전략을 탈피해 새로운 기술과 제품으로 시장을 창출하는 First Mover가 돼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속도전쟁에서 앞서나가야만 한다. 

한국경제 점프업을 위한 6개의 매듭과 해법
1. 저성장 문제 ▶ 혁신을 바탕으로 총요소 생산성 증대
2. 디지털·AI 혁명 대응 ▶ First Mover로 속도 경쟁 주도
3. 고용문제 ▶ 좋은 일자리 만들고 청년 창업 지원
4. 인구 구조변화 ▶ 이민청 신설과 정년 연장 등 근원 대응 
5. 양극화 문제 ▶ 성장·분배 조화와 희망사다리 만들기
6. 사회적 자본 ▶ 사회적 대타협과 포용 성장으로 신뢰 자본 축적 

고용 없는 성장 시대 과감한 정책 필요 
세 번째 매듭은 고령층 일자리 창출과 청년 일자리 문제 등 고용문제의 해결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특징은 고용 없는 성장이다. 미국도 2027년이 되면 노동자의 대부분이 프리랜서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한국은 노동시장의 안정성은 물론 유연성까지 낮은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유연한 노동시장-탄탄한 사회 안전망-적극적인 노동 정책이라는 덴마크식 성공적 황금 삼각형 모델을 도입해 고용의 질을 높이면서 괜찮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과감한 정책 개발과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 세계가 창업 전쟁 중인만큼 우리도 청년들이 창업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창업기술을 제공하고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 또 노인 일자리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이 많지만, 노후 보장 체계가 미흡한 고령층을 위한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튼튼히 하는 방법이라고 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의 최대 위협으로 다가온 초저출산율과 초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변화라는 네 번째 매듭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 한국은 2023년 0.72명이라는 세계 최저의 합계 출산율을 기록했고, 올해 노인 인구 비율이 20.3%가 되면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이로 인해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고 지역이 소멸하는 축소 사회로 변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60세로 돼 있는 정년의 65세로 조정과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은 물론 외국 인력 유치를 위한 이민청 신설 등 인구 증가와 생산가능 인구 확충을 위해 ‘적극적 대응’에 나서는 것과 더불어 고령 친화 신산업 육성과 지역소멸 대책 등 ‘적응적 대응’도 동시에 해야만 한다.

포용적 성장하며 사회적 대타협 나서야
양극화라는 다섯 번째 매듭을 풀기 위해서는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사실 양극화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화 ‘기생충’이나 ‘조커’,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킨 이유가 바로 양극화의 비극을 내러티브로 삼았기 때문 아니겠나.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통해 양극화 문제를 완화하고, 비록 지금은 내가 가진 것이 적어도 노력하면 더 나은 계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

마지막 매듭은 앞에서 말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과 축적이다.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란 경제(물적) 자본이나 인적 자본과는 다른 제3의 자본으로, 한 사회가 축적한 원칙과 기준, 공정과 보상, 투명과 예측, 상생과 타협, 합리와 포용 등을 모두 사회적 자본이라 보면 된다. 

스위스, 노르웨이, 미국과 같은 사회적 자본 축적이 큰 나라일수록 정보의 취득, 사회적 연대와 결속이 강해 생산성과 1인당 소득이 높다. 세계은행이 고소득 국가들의 부는 천연자원(2%)이나 물질자원(17%)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월등히 높은 사회적 자본(80%)으로부터 창출된다고 분석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념 갈등, 노사 갈등, 지역 갈등, 공공갈등 등 갈등 요인은 높은 데 비해 그러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갈등 관리 수준은 가장 낮은 국가에 속한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적 자본 축적이 더디다 보니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Social Cost)도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력한 만큼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고, 공정, 형평, 신뢰가 기본 바탕이 돼야만 거래비용이 감소하기 마련이다. 또 예측 가능성이 클수록 사회적 미용이 줄어든다. 

큰 틀을 바꾸기 위해 사회적 대토론을 통한 협약으로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는 사회라야만 상생할 수 있고 합리적 의사결정과 포용성에 바탕에 둔 안전망 강화와 양극화 해소로 포용 성장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눈부신 첨단기술의 발달로 변화를 좇아가기가 너무나 어려운 시대다. 한국경제가 한 단계 점프업을 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제시한 6개의 매듭을 풀며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고 발 빠르게 속도 경쟁에 나서야 한다. 변화와 혁신을 이어가며 좌고우면하지 않고 강력한 실행을 이어가야 한다. 특히 우리 사회에 너무나 취약한 사회적 자본 축적에 더욱 속도를 내야만 한다. 

단기적인 경제적 어려움은 정부 정책과 기업, 민간의 노력으로 개선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적인 문제 해결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정책적 노력과 더불어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와 사회적 분위기 개선이 꼭 필요하다.

지난 8일 소노캄 고양에서 열린 제63회 고양경제포럼에는 기업인, 정치인, 공무원, 시민 등 약 40명이 참석했다.
지난 8일 소노캄 고양에서 열린 제63회 고양경제포럼에는 기업인, 정치인, 공무원, 시민 등 약 40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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