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동주민자치회, 주민 평안과 마을 안녕 기원
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 지정 따라 내년부터 장소 이전
[고양신문] 덕양구 효자동 주민자치회는 지난 11일 음력 8월 초하루를 맞아 북한산 자락에서 지역 주민들의 평안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북한산 산신제’를 봉행했다. 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 지정에 따라 이곳 청담골에서의 마지막이 된 산신제에는 효자동 주민자치회 위원과 행정복지센터 관계자, 지역 주민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제례는 맑은 날씨 속에서 전통적인 절차에 따라 경건하게 진행됐다. 박상준 주민자치회장이 헌관을 맡아 제례를 주관했으며, 조종철 전 위원이 축문을 낭독했다. 참석자들은 직접 소원지를 작성해 기원했으며, 제례 후에는 음복과 함께 덕담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제사에 쓰인 음식은 효자동 부녀회 회원들이 준비했다.
이번 산신제가 열린 장소는 과거 '사기막골' 또는 '청담골'로 불리던 곳이다. 사기를 굽던 사기막이 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조선시대 독락재 구시경(1637~1699) 선생이 '청담초당'을 짓고 후학을 양성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송시열, 홍석보, 겸재 정선 등 당대의 인물들이 드나들었으며, 일제강점기에는 한국 최초의 야수파 화가 구본웅이 화실을 세우고 작업했던 장소다.
이곳에서 열리던 북한산 산신제는 북한산동 주민과 산성 밖 주민, 등산객의 안전을 기원하는 행사로 이어져 왔다. 특히 북한산 산신령을 여자를 뜻하는 호랑이로 여겨 과거에는 수소를 통째로 바쳤으나, 현재는 도축법에 따라 정육점에서 구입한 소의 머리, 갈비, 겹간, 소족 4개 등의 부위를 제물로 올리고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명맥을 이어온 청담골 산신제는 내년부터 장소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립공원공단이 2026년 1월 19일 자로 사기막골 일원을 국립공원 내 자연생태계 보전을 위한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출입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과거 성 안팎 주민들이 모여 성대하게 치르던 산신제는 이제 행사 개최 여부를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국립공원공단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 측이 효자동장 앞으로 보낸 협조 요청 공문에 따르면, 해당 지역(9사단 유격장 일원)은 자연공원법 제28조(출입금지 등)에 의거해 일반인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다. 공단은 공문을 통해 “산신제 개최 협조는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면서도 “해당 행사가 주민자치회 및 효자동의 공식행사이며 과거부터 지속된 점을 고려해 금년도 행사에 한하여 조건부 허용한다”고 통보했다. 또한 “차년도 행사는 관련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위치를 재선정하여 개최하라”는 조건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효자동 주민자치회는 내년부터 산신제를 이어갈 새로운 장소를 물색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대체 장소를 찾지 못할 경우 지역 고유의 전통문화가 단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종철 주민자치회 기획운영분과장은 “주민들과 함께 우리의 소중한 전통을 이어가며 산신제를 올릴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며 “주민 모두가 건강하고 평안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미옥 효자동장 또한 “주민들이 함께 정성을 모아 산신제를 봉행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산신제가 주민들이 화합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행정동인 효자동은 예부터 박태성 효자비로 인해 '효자리'로 불려 왔으며, 현재 지축동, 효자동, 북한산동을 아우르고 있다. 지역 사회가 환경 보전이라는 규제 속에서 향토 제례의 전통을 이어나갈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