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비염 환자가 90%
호흡기 통로의 기능이 핵심
몸의 온도조절능력 높여야

[고양신문] 우리 몸에서 코의 역할은 막중하다. 기본적으로 후각세포를 통해 냄새를 뇌로 전달한다. 숨을 쉬면서 산소를 몸 안에 공급하고 탄산가스나 수분을 내보내는 호흡작용을 한다. 공기가 폐로 도달하기 전에 온도와 습도를 증가시키고 정화시키는 가습작용, 공기와 섞여 들어온 입자와 먼지를 걸러주는 에어필터의 기능도 한다. 즉, 코는 내 몸의 상태를 나타내는 바로미터이자 외부환경에 대한 거울이다.

요즘처럼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커지는 시기에는 기온 차에 적응하지 못해 콧물, 재채기, 코막힘 등으로 고생하는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크게 늘고, 지긋지긋한 만성 비염에 시달리는 환자들은 더 괴로워진다. 20년간 비염과 아토피 등을 전문으로 치료하고 연구해온 유용우 원장을 만나 비염이 생기는 원인과 근본적인 치료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환절기에 비염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사람은 음식을 섭취해서 얻는 영양분과 호흡을 통한 산소 공급으로 기본적인 에너지를 얻게 된다. 호흡을 통해 가스 공급을 얼마나 쉽고 효율적으로 잘 하느냐가 중요하다. 외부 공기를 흡입해 폐에서 가스 교환이 잘 되기 위해서는 폐에 도달하는 공기의 온도는 36.5도, 습도는 100%포화상태로 맑고 깨끗해야 한다.

환절기에는 기본적으로 체열방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던 우리 몸이 체열 생산에 실패하기 쉽다. 따라서 체온조절이 힘들어지면서 피부와 호흡기계에 부담을 준다. 코의 점막도 외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온도와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하지 못하면서 쉽게 감기와 비염에 걸리는 것이다.

알레르기성 비염과 만성비염의 차이점은.
알레르기 비염은 코 점막이 특정 물질에 대해 과민반응을 나타내는 증상이다. 원인이 되는 곰팡이,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애완동물의 털 등과 같은 외부 인자들을 코에서 제대로 정화하지 못해서 생기게 된다. 전체 비염 환자의 5~10%정도가 알레르기 비염이다.

실제 비염환자의 90%이상은 심한 코막힘과 콧물 증상이 나타나는 혈관운동성 비염, 가습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코가 메마르며 갈라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위축성비염 등과 같은 만성비염이다. 항원에 의한 자극이 아니라 담배연기, 온도, 기후의 급격한 변화 등의 외부 자극 요인에 의해 주로 나타난다. 심해지면 부비동 내부를 덮고 있는 점막 염증인 축녹증(부비동염)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비염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내부적 요인은 우리 몸의 내부 환경을 말한다. 코는 산소를 공급해주는 통로의 역할을 한다. 코를 통해 산소가 공급될 때 온도조절, 습도조절, 알레르기물질 조절 등을 해주어야 하는데 호흡량이 많아지면 그 조절이 힘들어 지면서 폐포에서 가스교환의 효율이 떨어지고 산소가 부족해 폐가 약해진다. 심장이 약한 것도 원인이 된다. 심장이 튼튼해야 혈구-산소·이산화탄소 간의 융합과 분해 능력이 뛰어나 폐에서 가스교환을 쉽게 할 수 있다. 반면 심장이 약한 사람은 그 능력이 떨어져 산소 공급을 위해 호흡을 더 많이 해야 하고, 이러한 과호흡은 코에도 부담을 주게 된다. 따라서 코 점막이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비염이 발생하게 된다. 

외부적 요인은 우리 몸이 처하고 있는 환경적 요인이다. 실내 생활을 오래하는 사람은 비염에 걸리기 쉽다. 실외에 비해 통풍이 원활하지 않아 산소가 부족하고 건조하며 공기가 깨끗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깨끗한 실내공간도 매연 차량이 지나가는 야외보다 못하다. 산소가 풍부하고 통풍이 잘되면서 기온차가 적고 깨끗한 공기를 갖춘 환경에서는 비염에 걸릴 일이 없다.

비염으로 인한 합병증은 어떤지.
‘만병의 시작은 감기’라는 말처럼 모든 병은 호흡기 계통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발병한다. 비염이 심해지면 축농증, 중이염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인후에도 부담이 가서 기관지염, 천식, 더 심하면 폐렴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 만성 비염은 부비동에 둘러 쌓여있는 눈에도 영향을 주어 눈 밑에 다크써클이 생기고, 눈물주머니에 염증이 생기는 누낭염, 결막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 코에서 공기의 온도를 높이는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염증으로 막혀 있으면 밤에 잠을 푹 잘 수도 없고, 산소공급도 부족해지면서 뇌에도 영향을 주어 두통을 유발하게 된다.  

검진과 진단은 어떻게 하나.
진단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코의 구조다. 어린이·청소년 비염은 구조적 문제가 거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성장기에 있기 때문에 자라면서 코 구조는 개선될 수 있다. 두 번째는 환자의 일반건강 상태다. 오장육부 어디에라도 문제가 있으면 호흡기와 코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수면습관과 수면의 질을 파악한다.

성인의 경우에는 직업으로 인한 외부적 환경 노출 여부, 과거병력 등 전반에 걸친 내용으로 진단한다. 내시경을 통하면 직접 코 안의 구조와 코점막 상태, 부비동염(축농층) 여부도 검사할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은 피부검사나 면역성검사 등을 통해 진단하기도 한다.

보통 비염은 완치가 어렵다고 한다.
조물주는 우리 몸이 50%의 기능만 해도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 놨다. 콧구멍 하나만 있어도, 팔 하나만 있어도 살아갈 수 있지 않나. 그런데 비염 증상이 생겼다는 것은 이미 코의 기능이 50%이하로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방이건 한방이건 단기 치료는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다. 간단한 치료로 10~~20%정도 끌어올려 몸의 기능을 다시 50% 이상으로 회복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정작 더 중요한 것은 그 상태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느냐 인데 조금만 증상이 나아져도 우리 몸이 다시 50% 이상의 기능을 발휘하니까 방심하기 때문이다.

수술을 통해 치료할 수는 없는지.
코막힘이 심한 경우에는 비갑개 절제술 같은 수술적 치료를 하기도 하는데 코의 다른 점막 세포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코의 구조나 형태에 문제가 있는 경우 등처럼 제한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좋다. 

근원적인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원래 사람의 몸은 스스로 조절하고 균형을 이루게 되어 있다. 질병이 발생하는 것은 그 균형이 깨져 내 몸의 기능을 방해하는 요소가 생긴 것이라고 보면 된다.

비염은 외부환경을 적절하게 조절해주면서 우리 몸이 최상의 준비 상태에서 호흡기 통로가 일을 잘 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다. 따라서 우리 몸의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고 대사능력을 끌어올려 코 점막의 가온·가습 기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양의학과 한의학의 차이는 질병을 증상으로 접근하느냐, 원인으로 접근하느냐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양방에서는 비염 치료를 교감·부교감·신경전달 등의 관점으로 접근하고 항히스타민제, 국소 스테이로이드 등을 이용한 약물치료를 하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주로 대장과 비장의 관점으로 접근한다. 우리 몸의 혈액순환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대장과 부신이다. 대장과 부신이 튼튼하면 혈액 순환이 잘되고 몸의 기운이 넘친다. 대사능력은 췌장과 부신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대사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췌장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적절하게 음식을 섭취하고 운동을 통해 몸 전체의 체력을 끌어 올려야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 몸의 온도조절능력과 면역력이 높아져 비염을 극복할 수 있다. 

[비염 관리 생활 Tip 5]
1. 한 시간 일찍 자자. 깊게 잘 수 있어 밤사이 코가 회복된다. 
2. 하루 30분 유산소 운동을 하자. 말단순환이 원활해져 코점막이 건강해진다. 
3. 한 수저를 적게 먹자. 호흡이 편안해진다.
4. 따뜻한 차를 마시자. 수분공급으로 점막소통이 좋아진다.
5. 한방 패치를 활용하자. 자는 동안 경혈을 자극해 코를 뚫어준다.

[유용우 유용우한의원 원장 프로필]

- 경희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은빛한의원 원장(국내 최초 어린이전문 한의원)
- 도원아이한의원 네트워크(19개점) 공동대표원장
- 전)비염치료 네트워크[숨길을열다] 30여개 점 대표원장(~2012)
- 현)유용우한의원 원장
-『한방으로 키우면 훨씬 건강해요』(1997) 유용우, 채기원 공저
-『발로 뛰어 찾은 한방명의 20』(2011)에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