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공유자산화와 고양시 도시재생의 미래

겐트의 공원. 사진: Dimitris Kamaras (CC-BY 2.0). 커먼즈 전환도시계획을 시행하고 있는 벨기에 겐트시는 지역 토지 및 건물의 임시 사용을 용이하게 하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곳은 Driemasterpark 로서, 이 곳은 전에는 산업 지구였던 곳으로, 가난한 동네에 위치해 있고, 전적으로 근처 주민들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공원이다.

[고양신문]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도시재생정책이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한국사회에서 급속도로 진행된 도시화의 여러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도시재생 사업은 작년부터 전국 500여 곳의 낙후지역에 5년 간 총 50조원이 투입돼 추진되고 있다. 고양시의 경우 작년 원당, 화전 두 곳의 지역이 대상지로 선정된 데 이어 올해 하반기에도 두 곳 정도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도시재생정책이 원주민의 내몰림과 배제, 불평등 같은 성장형 도시개발정책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여러 문제점도 내포하고 있다. 지역 활성화로 인해 필연적으로 야기되는 해당 지역의 임대료 상승과 이로 인해 임차인들이 비자발적으로 떠나게 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 현상이 대표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상생협의체 구축, 상생협약 마련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강제성과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 등으로 인해 여전히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적 전략으로 도시재생을 통해 발생되는 지대상승 등 유무형의 가치들을 지역주민과 참여자들이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공유자산화’ 전략이다. 여기에는 소유구조와 방식에 대한 전환을 비롯해 개발, 사용 그리고 처분에 따르는 이익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까지도 포함된다. 해외의 경우 공동체 토지신탁(CLT)이나 토지은행제도, 공동체이익회사 등 다양한 방식의 공유자산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유자산화의 내용과 주요 사례들을 살펴보기 위해 고양신문은 이번 호부터 7회에 걸쳐 ‘공유자산화와 고양시 도시재생의 미래’라는 주제로 기획연재를 진행한다. 첫 순서로는 공유자산화의 이론적 토대인 커먼즈(Commons) 담론과 주요 사례 등을 소개하고 현재 고양시에서 진행되는 도시재생사업의 진행과정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도시 문제의 대안적 움직임 커먼즈 운동
혹자는 한국의 도시개발 과정을 ‘약탈의 역사’로 정의한다. 과거 수십년간 국가의 직간접적 개입을 통해 발생한 투기적 개발과 공간의 사유화로 인해 도시공간에 수많은 인클로저가 일어났으며 이로 인해 도시 불평등 문제가 심각한 상태에 이르게 됐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는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도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회적 위기에 저항하는 움직임 중 하나로 최근 유럽 등지에서 이른바 커먼즈(Commons)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커먼즈는 우리말로 공유재, 공유지, 공동자원 등 다양한 용어로 번역 가능하며 일반적 의미로는 ‘공동체의 규칙과 규범에 따라 공동으로 이용하고 관리되는 공유된 자원’으로 정의할 수 있다. 여기에서 자원은 물과 토지 같은 자연뿐만 아니라 문화적 산물이나 지식 같은 공유된 자산 혹은 창조적 작품들도 포함된다.

『공유인으로 사고하라(Think Like a Commoner)』의 저자인 David Bollier는 ‘커먼즈’라는 용어에 대해 “유무형의 자원뿐만 아니라 어떤 특정한 공동체가 자원을 관리하기 위해 적용하는 일련의 사회적 관행, 가치, 규범까지 합쳐진 패러다임”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즉 단순하게 설명하면 커먼즈는 ‘자원+공동체+일련의 사회적 규약이 결합된 시스템’인 셈이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커먼즈 운동은 도시에서 나타나는 공동체 파괴, 불평등 심화 등의 문제를 막기 위해 시민들이 직접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원을 재사회화해 공동으로 이용, 관리, 책임지는 일련의 과정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국유화, 사유화를 넘어 ‘공유자산화’로 
커먼즈 운동이 새롭게 주목되고 있는 이유는 특정 자원에 대한 국유화나 혹은 사유화 방식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부작용의 대안으로 새로운 소유형태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시민들이 공동으로 이용해 그 혜택을 나누고 동시에 공동으로 관리하고 책임지는 방식이다. P2P재단 활동가인 Lucie Evers는 여기에 대해 “커먼즈는 하늘이나 물과 같은 ‘열린 보편적인 것’이 아니며 경제적 측면에서 개인 소유의 인프라도 아니다. 다시 말해 ‘국유화’와 ‘사유화’ 사이, ‘국가’와 ‘시장’ 사이에 위치한다”고 설명한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커먼즈 운동은 유럽을 중심으로 크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이중 벨기에 겐트시의 경우 도시정부 차원에서 커먼즈 전환을 시도하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곳은 더 나은 미래 도시를 위해 다양한 배경의 도시민들이 모여 핵심 전환 협의체를 구성했으며, 커먼즈와 전환적 사회혁신 네트워크를 꾸려가고 있다. 여기에는 공동체 토지신탁, 협동조합주택, 혁신적인 공동-주택 프로그램, 식량전환워킹그룹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러한 과정들을 시정부가 주도하기보다는 시민, 활동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며 기술과 도구를 공유하는 프로그램들을 공동창출하고 있다.

<사진제공 사회혁신리서치랩> 사회혁신리서치랩과 제주도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팀은 작년 10월 제주도에서 국내 커먼즈 운동의 다양한 사례를 발표하는 공동워크샵을 마련했다. 3일간 진행됐던 워크샵의 마지막 순서로 참석자들은 (가칭)'커먼즈 네트워크'를 결성하기로 합의했다.

커먼즈 운동은 한국에서도 맹아적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서울 경의선 구간 국유지를 시민들의 자치적 공유지로 활용하기 위한 ‘경의선 공유지 커먼즈 운동’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참여하는 시민주체들은 지난 5월 “공적자원의 사유화를 막기 위한 대안적 실천으로서의 커먼즈 운동”을 표방하며 ‘경의선 공유지 추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참가자들은 “부동산 사유화와 투기적 이윤을 지향하는 기존의 도시재생방식을 넘어 누구에게나 필요한 열린 공간을 만들어 모두가 공유해 사용하기를 지향하는 대안적 도시재생모델을 만들겠다”고 선언해 관심을 모았다. 

다른 한편, 최근 도시재생사업 과정에서 나타나는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문제 해결과 공공성 회복을 위한 대안으로 이야기되는 ‘공유자산화(혹은 시민자산화)’ 전략도 커먼즈 운동의 차원으로 접근할 수 있다. 국내에서 ‘시민자산화’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전은호 나눔과 미래 연구원은 제주도에서 진행된 커먼즈네트워크 워크숍에서 “기존의 지역개발과정은 지역주민과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역주체의 역량이 강화될 기회가 없었다”며 “지역소유권을 기반해서 (커먼즈 운동의)파급력을 높일 수 있는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고양시도 꿈을 꾼다, 사회적경제와 도시재생융합
고양시는 작년부터 구도심 원주민들의 내쫓김 현상을 막고 도시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재생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작년 문재인 정부 첫 도시재생뉴딜사업 대상지에 원당, 화전 지역이 선정됐으며 올해에도 두 곳 정도가 추가적으로 사업대상지에 선정될 예정이다. 

도시재생 공모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주민주체를 발굴하는 과정부터 사업활성화전략, 이후 지속가능성 확보까지 넘어야 할 산이 첩첩이다. 무엇보다 도시재생사업이 쇠퇴지역의 물리적 환경만을 바꾸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며 사업종료 이후에도 주민들이 자생할 수 있는 기반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다행히 고양시 도시재생센터는 내년부터 도시재생사업 선정지를 대상으로 현장지원센터형 도시재생회사(CRC)·지역공동체이익회사(CIC)를 준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도시재생센터에서 제안한 ‘고양형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모델 프로세스<표 참조>’에 따르면 사업 초기부터 주무부서, 중간지원조직, 사회적기업, 활동가, 지역주민 및 청년이 결합해 마을기업을 준비하고 사업종료시점까지 안정적인 구조를 마련해 지속가능성 확보와 지역공동체이익창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성공적으로 정착될 경우 이 회사는 해당지역의 주요 자원들을 ‘공유자산화’하는 역할도 맡을 수 있게 된다. 

고양시 도시재생센터에서 발표한 현장지원형 도시재생회사(CRC,CIC)모델 프로세스

정광섭 고양시도시재생센터장은 “이러한 주민주도의 도시재생회사·지역공동체이익회사 설립을 통해 주민참여, 지역문제해결, 지역공동체 중심 발전, 다양한 사업모델 활용 등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라며 “궁극적으로 사회적경제와 도시재생의 융합을 통한 지속가능성 확보를 목표로 두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생성이 확보가 된다면 마을 내 유휴공간 등 주요 자원들을 더는 국가나 시장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운영·관리해보는 실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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