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주영 새빛안과병원 진료과장의 <건강칼럼>

곽주영 새빛안과병원 진료과장

[고양신문]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이 있듯이 눈 검진을 통해 미리 발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전신 질환들이 있다. 눈은 바깥으로 돌출되어 있는 신경 조직이지만 안구 가장 깊숙이 위치한 망막은 여러 가지 신경세포와 혈관이 풍부하게 존재한다.

당뇨병, 고혈압, 신장질환은 우리 몸에 존재하는 모든 혈관, 특히 미세 혈관에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다양한 전신질환들이 눈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특히 당뇨병이 첫손에 꼽힌다. 

당뇨는 망막혈관에 다양한 변화를 일으켜 시력장애를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 질환 중 하나로, 3대 실명 원인 중 하나인 당뇨망막병증을 초래한다. 당뇨병이 발병한 후 20년이 지나면 1형 당뇨병 환자의 99%, 2형 당뇨병 환자의 약 60%는 당뇨망막병증이 발병한다. 당뇨망막병증은 초기 자각증상이 없기 때문에 당뇨병 발병 이후 초기에는 1년에 한 번, 증상이 발견되면 수개월마다 한 번씩 안과 정기검진을 받으며 관리해야 한다.

고혈압은 몸 전체의 혈관을 손상시키며 망막혈관에도 영향을 미친다. 구체적으로는 망막출혈, 부종, 혈관폐쇄 등을 야기하며 시력저하를 유발하는 심각한 손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대개 고혈압이 15년 이상 지속되면 망막병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쇼그렌증후군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의 경우 시신경염 또는 시신경병증을 일으키기 쉽다. 또한 다발성경화증은 시신경염을 유발하며, 에이즈 같은 감염병은 눈의 감염력을 떨어뜨려 다양한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동맥경화의 정도 역시 안저 검사를 통해 미리 예측할 수 있다. 또한 신장 질환도 안과 검진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말기신부전증 진단 후 혈액 투석 중인 많은 수의 환자에게서 망막의 미세혈관 변화 및 시신경층 손상이 관찰되기도 한다. 심혈관 질환의 가족력이 있거나 발병 위험률이 높은 사람인 경우 정기적인 눈 검사를 통해 당뇨병, 고혈압 및 신장 질환의 진단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안과 검진을 통해 뇌하수체 종양이 발견되어 신경외과로 의뢰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뇌종양 및 기타 뇌질환뇌하수체는 뇌의 중앙에 있는 콩알 크기의 기관으로 갑상선호르몬 및 성장호르몬을 비롯한 여러 가지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뇌하수체 종양은 전체 뇌종양의 10~15%를 차지한다. 

뇌하수체 종양은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아 발견이 늦어져 추후 여러 가지 합병증을 유발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뇌하수체 위로는 시신경이 지나가며 종양이 커지면서 시신경 압박으로 인한 퇴행성 시신경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시신경 단층촬영, 시야검사 시신경 모양 등을 통해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또한 뇌종양이나, 뇌경색 및 기타 뇌질환에 의해 뇌압이 상승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기적인 안저검사를 통해 시신경 부종을 미리 발견 할 수 있다.

치매 및 파킨슨병치매 및 파킨슨병은 고령층의 삶의 질을 많이 떨어뜨리는 진행성 신경 퇴행 질환이다. 이러한 치매 및 파킨슨병을 CT나 MRI를 시행하지 않고 간단한 안저 검사를 통해 미리 진단하는 기법이 최근 많이 연구되고 있다. 

뇌와 척수 등 중추신경계에 발생하는 난치성 질환인 다발성경화증의 경우 시신경염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원인을 알 수 없는 시신경염이 발생한 환자 중 약 40%는 다발성경화증이 발병한다. 즉 원인을 알 수 없는 시신경염 환자는 다발성경화증에 걸렸는지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시신경척수염과 관련된 시신경염의 경우는 시력 예후가 좋지 않아 적극적인 치료를 필요로 한다.

이 외에도 시력이 떨어지고 망막에 출혈이 일어나면 드물지만 백혈병과 같은 혈액질환의 가능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백혈병으로 인해 백혈구가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하면 감염에 취약해지고 혈소판이 부족하기 때문에 혈액의 응고가 지연되어 출혈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에 노출되는데, 이로 인해 망막에서 출혈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전신질환 등 다른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복용하는 약물이 심각한 안과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결핵약인 에탐부톨은 독성시신경병증을 일으킬 수 있고, 류마티스관절염 등에 사용되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망막의 황반에 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 스테로이드가 백내장, 녹내장 등을 일으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고, 안구건조증을 악화시키는 약물도 여럿이다. 

안과 질환뿐 아니라 다른 전신 질환들을 간단하고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적어도 1년에 한 번씩 정기적 눈 검사 시행을 권장한다.

곽주영 새빛안과병원 진료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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