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총장
발전 계획 인정받아 총장으로 선출
개교 70주년 맞아 미래청사진 준비
‘비전 2025’ 선포하고 혁신에 나서
“생존을 위해선 ‘창조적 파괴’ 필요”
[고양신문] “우리는 달에 가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것이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이렇게 결정한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모든 역량과 기술을 한데 모아 가늠해보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 도전이야말로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이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것이고, 우리의 승리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 존 F 케네디, 1962년 9월 12일 휴스턴 연설 中
1962년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달을 조금 더 잘 보기 위해 망원경의 성능을 높이는 대신 아예 달에 갈 수 있는 탐사선을 만들겠다는 창의적인 생각으로 ‘문샷(Moonshot)’ 프로젝트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리고 1969년 아폴로 11호를 발사해 마침내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발을 디뎠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혁신적인 사고를 뜻하는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이라는 개념도 바로 그로부터 비롯됐다.
한국항공경영학회를 설립해 초대회장을 맡고, 『항공산업론』, 『항공경영학』, 『항공운송산업론』 등 10여 권의 항공 관련 전문서를 써왔던 허희영 교수가 올해 첫날 한국항공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했다. 2018년 ‘드론 산업의 현재와 미래’라는 기획연재를 위한 취재 이후 4년 만에 다시 얼굴을 맞댄 허 교수는 그때보다 오히려 더 젊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지난달 23일 총장실에서 만난 허 총장은 인천 하늘고등학교 진로특강에 자신이 직접 연사로 나선다며 학생들에게 전할 특강 내용 중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도전과 응전에 빗대 한국항공대학교가 펼쳐갈 혁신과 도전, 그리고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항공대 총장으로 취임하게 된 계기는.
10여 년 전에 학생처장, 항공경영대학원장 등 주요 보직을 맡았었는데, 최근 10년 동안은 대학 내부활동보다 주로 연구와 강의 그리고 외부활동을 위주로 해온 듯하다. 돌이켜보니 그 당시 우리 대학을 조금 더 성장시키는 데 부족함이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 정년 1년을 남기고 감히 총장직을 맡아 나의 모교의 변화와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됐다.
총장으로 선출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항공대 총장 선출 과정은 독특하다. 총장 선출 공모 절차를 거쳐 지원자들이 11명으로 구성된 총장추천위원에서 대학발전계획을 직접 발표하고, 그 자리에서 투표를 통해 2명을 선발한다. 그리고 약 한 달 후 15명의 학교법인 이사들 앞에서 다시 세부적인 계획을 발표한 후 과반수의 표를 얻은 사람이 총장으로 선출된다. 항공대를 어떻게 발전시킬지 1년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서 공모에 참여했고, 마침내 최종적으로 총장으로 선출되는 영광과 책임감도 동시에 안게 됐다.
올해 개교 70주년을 맞는다. 본교 출신으로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1976년 입학 당시에는 국립대 시절이었고, 학교에 대한 자긍심도 남달랐다. 사실 개교 55주년과 6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장으로도 일해봤지만, 올해는 총장으로서 70주년을 맞게 되니 감회가 새롭고 책임감도 무겁게 느낀다. 5월 26일에 개교 7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학교 구성원들과 항공우주산업 관계자들을 모두 초청해 우리의 비전을 대내외에 알릴 예정이다. 그날 총장 후보 시절부터 준비했던 ‘비전2025’를 선포하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을 계획이다.
1979년 학교법인 정석학원으로 인수되면서 국립에서 사립으로 전환됐다. 재학 당시 분위기는 어떠했고, 돌이켜봤을 때 사립 전환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물론 학생들 사이에서는 당시 반대가 많았다. 그 진통이 상당 기간 지속했던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장단점이 존재하지만 지나고 보니 국립이라고 해서 반드시 대학이 발전한다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대학이 생존의 갈림길에 선 지금 대한항공이라는 세계적인 항공사가 우리 대학의 모기업이기에 재무 구조가 탄탄하다는 장점이 크고, 사립이 가진 탄력성 등 긍정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더 큰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본다.
올해 신년사에서 ‘VISION 2025’를 위한 지표로 20-20-80을 제시했는데.
사실 목표를 숫자로 제시하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목표를 분명히 하기 위해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20-20-80은 ▲입학성적 수도권 상위 20% 이내 ▲대학평판도 전국 상위 20위 이내 ▲취업률 80% 이상의 지표를 총장 임기 내에 달성하고 최고의 특성화 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리더의 혁신 그리고 대학 구성원 모두의 공감과 참여가 있으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학생, 교수, 교직원, 동문회 등 학내외 구성원들과 끊임없이 소통을 이어가려고 하는 이유다.
총장 취임 이후 현재까지 파악한 학교업무 현황은 어떠하고, 최고 책임자로서 학교 발전을 위한 원칙과 복안은 무엇인지.
한마디로 말한다면 우리 대학이 보유한 잠재력은 풍부한데 그걸 한껏 발휘 못 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항공이라는 모기업, 항공우주산업 분야에 구축한 네트워크, 우수한 교수진과 학생 등 거의 모든 요소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학의 인지도나 평판도는 전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학교를 이끄는 리더십이 약했고 대한항공이라는 모기업과 함께 하는 브랜딩도 부족했다.
우리 학교는 글로벌 항공사 대한항공과 함께 하는 대학이다. 앞으로 대한항공과 브랜딩을 함께 하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항공우주산업 전문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자 원칙이다. 교직원뿐 아니라 교수들도 함께 새로운 조직문화를 창출하며 ‘비전 2025’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하나하나 실행해 간다면 항공대가 아시아 최고의 항공우주특성화 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항공대는 ‘경계를 넘어, 혁신을 선도하는 항공우주 특성화 대학’을 표방하고 있는데, 가장 주목할 만한 학과와 특징을 든다면.
당연히 70년 전통의 항공운항학과가 항공대를 대표하는 학과다. 많은 졸업생이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 외국 항공사, 공군·해군 조종사, 그리고 항공 관련 기관에서 눈부신 활약을 하는 명실공히 ‘항공운항분야 글로벌 리더’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다. 항공교통물류학부 또한 항공교통과 물류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위상을 가진 학부로 성장했다. 항공운송산업과 물류 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또한, 항공대는 항공우주 분야 특성화된 대학으로서 전통적인 항공우주기계, 항공전자통신, 신소재 등 항공우주 관련 전공학과는 물론 AI융합대학의 잠재력도 매우 크다. 인공지능, 무인항공기, IoT 등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인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항공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령인구의 감소로 대학이 큰 위기에 처해있고 코로나19로 인해 대학교육 시스템에 대한 대 변혁도 요구되고 있다. 기존 대학들이 과연 미네르바 스쿨과 같은 혁신 시스템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지.
디지털 대전환과 메타버스 환경은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다. 전 세계의 대학의 교육과정이 메타버스에서 공유되며 학생들은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최고의 강의를 듣게 되고 그러면서 스타 교수들도 배출될 것이다. 이제 대학이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가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만 한다.
학령인구의 급감으로 이제는 학생이 대학을 선택하는 시대가 됐다. 국내 350여 개 대학 중에서 앞으로 최소한 30%는 문을 닫게 될 것이다. 대학이 낡은 옛 틀을 깨고 ‘창조적 파괴’에 나서야만 이유다. 분명 위기의 시대지만 항공대에게는 항공우주 시대에 맞는 항공우주특성화라는 강점이 큰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믿고 모든 구성원과 함께 고통스럽더라도 혁신의 길로 나아갈 것이다. 이제 교수로서가 아니라 그 혁신의 길을 인도하는 CEO이자 최고 행정가로서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픈 말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마라톤 풀코스를 13번 완주했고, 철인3종경기에도 도전했다. 42.195km의 마라톤 코스에는 인간이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인생이 담겨 있는 듯하더라. 완주를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하는 마의 구간에 들어서면 눈물을 흘리는 사람, 찬송가를 부르는 사람, 군가를 부르는 사람 등 참 다양한 모습을 보게 된다. 굴뚝같이 솟아오르는 포기하고픈 마음의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저마다의 노력 아닐까 싶다.
마라톤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점 중 하나는 너무 멀리 보며 달려서도 안 되지만 바로 눈앞만 보고 달려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나는 적당하게 앞을 보고 달리면서 ‘나는 최종 결승점을 반드시 통과할 수 있다’라는 자기 최면과 믿음으로 마의 구간을 통과하고 완주해왔다.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며 배운 교훈과 각오라면 항공대의 ‘VISION 2025’ 역시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열심히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달려갈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