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협동조합협의회 10주년 맞아
고양형 통합돌봄모델 토론회 열려
[고양신문] 내년 본격 시행되는 '통합돌봄지원법'에 맞춰 고양형 지역사회 통합돌봄 모델 수립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고양시협동조합협의회는 창립 10주년 및 UN이 정한 두 번째 세계협동조합의 해를 맞아 지난 25일 덕양구청 대회의실에서 기념행사 와 포럼을 개최했다. ‘고양시 통합돌봄 함께 만드는 미래’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포럼은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중심이 되어 돌봄의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고, 지역 기반의 실천 모델을 제안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병원 이전에 지역이 건강 돌봐야"- 김기태 소장
첫 발제를 맡은 김기태 한국사회연대경제연구소 소장은 현재 우리나라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돌봄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며, 기존의 병원 중심 시스템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건강보험공단의 자체 예측에 따르면 2060년에는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누적 적자가 60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전 예방 중심의 지역 돌봄 체계로 전환하지 않으면 의료·돌봄 재정이 국가 재정을 마비시킬 수 있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내년부터 본격 도입되는 정부 통합돌봄 정책 또한 이러한 배경 속에서 시행된다고 할 수 있다. 김기태 소장은 통합돌봄지원법 시행에 맞춰 고양시의 통합돌봄 모델이 성공적으로 안착될 수 있도록 네 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먼저 도농복합시 특성을 활용해 로컬푸드와 돌봄을 연계한 '먹거리 돌봄'을 활성화할 것을 제안했다. 그 외 사회적협동조합 중심의 중간지원조직을 통해 돌봄 자원을 조정하고 지원하는 구조를 만들 것, 도시형과 농촌형 돌봄 모델을 구분해 맞춤형 전략을 수립할 것, 민·관·의료·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통합 거버넌스를 구축할 것 등을 제안했다.
또한 김 소장은 "통합돌봄을 영리기업에 맡기면 건보 재정적자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며, 비영리 협동조합과 마을 공동체 중심의 공급 체계 구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회복형 돌봄시설, 치매 친화적 커뮤니티, 지역 포괄지원센터 등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며 고양시가 선제적으로 실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짚어줬다.
"조합원 스스로 만드는 '살아있는 공동체 돌봄'" -최순옥 이사장
이어 은평구에서 활동 중인 최순옥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조합원 출자와 자발적 참여로 운영되는 의료·돌봄 공동체의 활동 사례를 공유했다. 최 이사장에 따르면 살림의료사협은 가정의학과·한의원·치과 등을 포함한 의원과 데이케어센터, 방문요양사업소 등을 조합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조합원들의 자발적 건강실천, 치매안심교육, 사전연명의료의향 교육 등 다양한 돌봄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조합원이 직접 기획·운영하는 '돌봄살롱'과 '케어러 살롱'은 돌보는 사람들의 심리적 회복과 네트워크 형성에 기여하고 있으며, 은평구와 함께 운영 중인 '치매안심마을 교육'은 주민 인식을 개선하고 조기 예방 효과를 높이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최 이사장은 "건강하고 존엄하게 살다 죽고 싶다는 개인의 바람을 함께 실현하는 공동체가 바로 통합돌봄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조합원 2000명이 모이면 병원을 세울 수 있다"는 원칙을 언급하며, 고양시에도 의료복지사협과 같은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고 싶다고 전했다.
돌봄 인프라를 서비스 아닌 ‘관계’로
발제에 이어 진행된 토론 순서에서는 현재 고양시에서 돌봄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여러 협동조합들의 고민과 제안이 나왔다. 유현실 한살림 고양파주돌봄사협 이사장은 통합돌봄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시민들의 낮은 인지도를 지적하며, 제도 시행 전부터 민관의 교육과 공론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현실 이사장은 노년과 돌봄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혐오와 배제가 아닌 '존엄과 권리'의 시선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곱게 늙고 싶다’는 산업적 수사가 아니라 연금수령 노인이 지역활동의 주체로 자리잡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유 이사장은 비혈연 기반의 주거 돌봄, 다양한 공동체 실험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새로운 노년을 발명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어 이정화 자갈자갈협동조합 이사장은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이자 전문가로서, 발달장애인의 돌봄이 '개별성과 전생애 관점'에서 설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화 이사장은 "발달장애는 아동부터 노년까지 존재하므로, 단순히 장애인 돌봄 범주로만 묶을 수 없다"며 “특히 영유아기와 청소년기에 교육·정서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이 나이·문화차로 인해 외면받는 현실을 지적하며, 하드웨어만 있는 공간이 아니라 세대 특성에 맞는 섬세한 콘텐츠 설계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장애가족은 단순 수혜자가 아니라 돌봄 정책의 공동 설계자여야 한다”고 말하며, 자기결정권 교육의 중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안희정 화전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이사는 돌봄 거점의 물리적 기반 마련과 주민 주도 운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안희정 이사는 노령인구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고 낙후된 화전동의 현 상황을 이야기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을에서 돌봄실험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 이사는 “화전동의 경우 복지관, 복지센터가 있지만 접근성과 참여율이 낮은 상황”이라며 “주민이 운영하고 이웃이 참여하는 ‘작은 돌봄공간’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무원이 아니라 시민이 주도해야 할 때
종합토론에서는 발제자들과 토론자들이 제안한 모델을 종합하며, 지역 통합돌봄 실현을 위해 다음과 같은 과제가 제시됐다. 먼저 고양시 내 각 구와 동 단위에 적합한 맞춤형 돌봄 센터 설립 및 중간지원조직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 둘째로 돌봄 관련 조례 제정과 법 개정 운동에 대한 지역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 마지막으로 협동조합·공공·의료기관이 상시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실무형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점 등이다.
김기태 소장은 "돌봄은 우리 모두의 문제"라며, “2~3년의 시행착오를 감내하며 시민과 공무원이 함께 준비하지 않으면 결국 영리기업 중심의 돌봄 체계로 가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그는 “지역사회가 자발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선 공동체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럼을 주최한 허선주 고양시협동조합협의회 대표는 “이번 포럼을 통해 고양시가 통합돌봄을 단순한 행정서비스가 아닌, 지역의 경제·문화·공동체 기반을 재구성하는 전략으로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내년 통합돌봄 정책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시민과 협동조합 중심의 실천적 모델을 어떻게 구현해 나갈지 계속 고민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