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고양 마을숲 생태탐사 (6) 산황산

해발 62m 불과하지만 숲 울창
참나무 밤나무 잣나무 사이로
고라니, 청설모 월동 준비 분주

들머리에 690살 ‘용뿔’ 느티나무
주민들 10년째 골프장 반대운동
공사땐 257종 생물 사라질 위기

마을숲 탐사대원들이 지난달 25일 산황산 들머리 용뿔 느티나무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마을숲 탐사대원들이 지난달 25일 산황산 들머리 용뿔 느티나무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양신문] 북한산과 한강 사이에 자리한 고양시는 한반도의 축소판처럼 동고서저 지형이 뚜렷하다. 시의 동쪽 끝에는 해발 837m의 북한산을 비롯해 개명산, 노고산 등 제법 높은 산들이 여럿 있지만 서쪽 한강변에는 덕양산(125m), 정발산(88m) 등 야트막한 언덕 수준의 마을숲이 도심 속 섬이 되어 힘겹게 생존하고 있다. 
고양시의 가운데에는 산황산을 중심으로 북쪽에 견달산(132m), 남쪽에 영주산과 묘하나골산 등 100m 안팎의 산들이 자리한다. 이 산들은 한북정맥 도봉지맥의 견달산 자락으로 고양시의 생태를 연결하는 중요한 녹지축 구실을 하고 있다. 하지만 높이가 낮아 삽질하기에 만만한 탓에 도시가 팽창하면서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와 356번 지방도, 고양대로 등으로 갈라져 생태축이 단절되었다. 
고양시 한복판에 자리한 해발 62m의 산황산은 지난 10년간 생태 보전과 개발이 충돌하는 지점에 끼어 고양시 환경 관련 최대 이슈가 되었다. 고양신문 마을숲 생태조사팀은 지난 10월 14일 골프장 증설을 둘러싸고 논란의 중심에 선 산황산의 생태 현황을 조사했다. 이어 같은 달 25일 고양시민 3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마을숲 탐사를 진행했다. 

지난달 25일 마을숲 탐사대원들이 산황산 들머리에서 용뿔 느티나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달 25일 마을숲 탐사대원들이 산황산 들머리에서 용뿔 느티나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하늘을 날듯 용틀임하는 느티나무 
산황산 들머리인 산황동 마을 어귀에 들어서니 690살이 된 웅대한 느티나무가 탐사단을 맞이했다. 무학대사가 새 도읍지 후보로 북한산 아래 땅을 살피다가 이곳에 묘목 세 그루를 심었는데 그중 이 나무만 살아남아 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높이와 가슴둘레가 각 11m인 이 나무는 두 줄기에서 뻗어난 가지가 용의 뿔을 닮았다 하여 용뿔나무라 불린다. 수천 개의 작은 잎들을 달고 용틀임하는 노거수의 자태가 금방 하늘을 날 듯이 꿈틀거렸다. 느티나무 주변에는 1982년 고양시 1호 보호수로 지정되었다는 안내판과 함께 골프장 확장을 반대하는 펼침막과 제를 올리는 막걸리가 놓여있었다. 
마을숲 생태조사를 주관하고 시민탐사단을 안내하는 사단법인 에코코리아의 이은정 사무처장은 “옛사람들은 마을 주변에 오래 사는 느티나무를 심어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나 당산나무로 삼았다. 나무는 한 줄기로 자라는 게 생존에 유리한데 어린 시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두 줄기로 갈라진 채 690년을 살아온 나무가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의 설명을 들어보면, 느티나무의 잎은 끝이 뾰족하고 아래가 넓적한 물방울 모양인데 가운데를 접으면 비대칭이며, 큰 가지와 작은 가지가 겹치는 법이 없다. 이는 광합성을 높이기 위한 에너지 효율 전략으로 어미가지가 겹치는 어린 가지를 잘라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백 년간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으며 살아온 노거수의 장수 비결이다.

마을숲 탐사대원들이 용뿔 느티나무 앞에서 산황산 보전을 소망하는 글귀를 매달고 있다.  

산황산은 2010년 북쪽 절반인 24만4000㎡ 땅이 9홀 골프장으로 개발돼 운영 중이다. 사업자는 남은 절반을 포함해 18홀 증설을 추진 중이지만 주민들이 10년 넘게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다. ‘산황산 골프장 증설 백지화 범시민대책위’ 소속 김지영 활동가는 “10년 장기 미집행시설이라 시의회 전원 동의로 시장의 직권해제를 요청했으나, 이동환 시장이 실시계획을 인가해 줘 골프장 증설이 추진되고 있다. 시가 승인을 취소하지 않으면 산황산이 통째로 사라지고 이 나무도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무덤 많아 '훼손된 그린벨트' 꼬리표
몇 가구만 사는 작은 마을을 지나면 곧바로 숲이다. 산의 높이가 62m에 불과하다 보니 평지를 걷는 것처럼 편안한 길이 이어진다. 탐방로에는 유난히 하얀 돌이 널려있어 왜 주변 마을 이름이 흰돌마을이나 백석동이라 불리는지 짐작케 한다.
산황산의 비극은 “산이 훼손되어 보존 가치가 낮고 그린벨트 기능을 못한다”는 행정당국의 평가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막상 숲에 들어가 보니 겉보기와는 달리 안정적으로 발달한 참나무숲이 빽빽하게 하늘을 덮고 있었다. 참나무군락과 잣나무군락의 낙엽 부식층이 발달하며 다양한 버섯류가 출현하고, 곤충과 곰팡이가 살아 숨쉬는 부식토가 초목을 알뜰하게 키우고 있었다. 탄탄한 기초를 바탕으로 30~50년 된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밤나무, 잣나무가 군락을 이루어 낮지만 깊은 산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마을숲 탐사대원들이 숲에서 낙엽과 가지를 주워 자연물 액자를 만들었다.
강해인(장성초 2) 양이 산황산을 지키자는 내용의 글을 종이에 쓰고 있다. 
강해인(장성초 2) 양이 산황산을 지키자는 내용의 글을 종이에 쓰고 있다. 

산황산에는 도시 주변의 여느 마을숲처럼 무덤이 많았다. ‘훼손된 그린벨트’라는 꼬리표가 달린 큰 이유다. 2013년 국토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변경 당시 700개의 무덤이 있다는 의견서가 제출되었으며, 주민대책위에서 자체 조사한 결과 현재 127개의 무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오래된 무덤은 숲의 일부가 되어 양지바른 무덤가에는 엉겅퀴가 많았다. 엉겅퀴는 잎과 줄기, 뿌리가 약재로 활용되는데 겨울을 나기 위해 양분을 저장하는 이맘때가 가장 맛있다고 한다. 엉겅퀴에 가시가 많은 것은 먹이를 노리는 곤충 등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식물의 생존전략이다. 

주변 산과 비슷한 257종 생물 관찰
지난달 14일 실시된 생태조사 결과 산황산에서는 관속식물, 곤충, 양서·파충류, 거미류, 저서생물, 포유류, 조류, 균류 등 8개 분류군에서 총 125과 214속 257종의 생물이 확인되었다. 앞서 고양신문 마을숲 생태조사팀이 지난 9월과 7월 각각 조사를 마친 인근 견달산(134과 247속 294종)이나, 영주산 묘하나골산(145과 230속 282종)과 견줘 전체 분류군 종수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관속식물은 64과 130속 164종이 확인되었다. 참나무군락은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밤나무가 혼합림을 이루어 울창하게 자리 잡았고, 능선을 따라 굴참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가 단독으로 나타났다. 리기다소나무와 잣나무 혼합 군락은 마을과 인접한 구간에서 출현하였다. 참나무군락에는 벚나무, 팥배나무, 물오리나무가 아교목층을 이루고, 붉나무, 음나무, 누리장나무, 개암나무가 관목층을 이루는 것으로 드러났다.
초본은 숲 내부의 무덤 주변에 양지성 식물이 발달했다. 엉겅퀴, 미역취, 큰벼룩아재비, 이고들빼기, 개솔새, 털새 등이 무덤가에 출현하였고 탐방로를 따라 큰기름새, 산부추, 큰까치수염, 선밀나물 등이 선보였다. 한국고유종은 서울제비꽃 1종이 관찰되었고, 생태교란종은 단풍잎돼지풀, 미국쑥부쟁이, 환삼덩굴 등 3종이 확인되었다.
관속식물은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것으로 조사된 견달산(71과 152속 193종) 보다는 조금 낮았지만, 영주산 묘하나골산(60과 121속 157종)보다는 오히려 높았다. 

자연관찰용 카메라에 찍힌 산황산의 고라니 가족. 
산황산은 고라니를 비롯해 많은 생명을 품은 작지만 깊은 숲이다.

고라니 새끼 번식했을 가능성 높아
곤충류는 24과 36속 38종이 확인되었다. 숲 내부 무덤 주변에서 메뚜기류, 여치류, 사마귀류가 주로 서식하였다. 나비류는 숲에서 흰줄표범나비, 줄점팔랑나비 등이 관찰되었고 마을 주변에서는 푸른부전나비, 박각시, 노랑나비 등이 관찰되었다. 이밖에 왕사마귀와 넓적배사마귀 등의 알집이 다수 관찰되었다. 한국고유종은 우리벼메뚜기 1종이었고, 기후변화생물지표종은 넓적배사마귀 1종이 확인되었다. 
곤충류는 9월 조사한 견달산(40과 63속 66종)과 7월 조사한 영주산 묘하나골산(41과 61속 62종)과 견줘 크게 적었으나 기온이 내려가면서 다양한 곤충을 관찰하기 어려운 계절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양서·파충류는 숲 입구에서 참개구리가 관찰되었으며 무덤주변에서 유혈목이와 줄장지뱀이 관찰되어 총 3과 3속 3종이 확인되었다.
포유류는 청설모와 고라니, 두더지 등 3종이 관찰되었다. 잣나무 숲에서 청설모가 잣 열매를 섭식한 흔적이 다수 관찰되었으며, 탐방로 주변에서 고라니 배설물과 족적이 다수 확인되었다. 탐방로 전 구간에 두더지와 설치류의 흔적이 광범위하게 관찰되었다. 야생동물 관찰용 무인센서 카메라 2대를 설치해 12일간 운영한 결과 고라니와 청설모가 야간에 먹이를 구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촬영되었다. 특히 고라니는 새끼와 어미가 함께 먹이 활동하는 모습이 관찰되어 산황산에서 번식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하지만 산림 내에 샛길이 많고 밤을 주우려는 사람들이 숲을 마구 헤집고 다녀 야생생물의 서식지가 교란되고 있었다.

자연놀이를 하는 마을숲 참가자들.
자연관찰용 카메라에 촬영된 청설모.

조류는 15과 18속 21종이 확인되었다. 숲가장자리(임연부)에서 산림성 조류가 다수 관찰되었고, 숲과 연결된 마을에서 제비와 때까치, 힝둥새, 딱새가 관찰되었다. 철새들의 이동 시기에 따라 큰기러기, 방울새, 밀화부리가 집단으로 이동하였고, 참나무 숲과 잣나무 숲 경계부에서 도토리와 잣을 나르고 있는 어치가 관찰되었다. 기후변화지표생물은 제비, 법정보호종은 큰기러기 1종이 각각 관찰되었다.

주민들이 오랜 기간 가꿔온 마을숲
마을과 숲이 맞닿은 산황산은 잣나무군락이 발달하고 밤나무를 비롯해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류와 음나무가 많아 주민들이 오랜 기간 숲을 이용하면서 가꿔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잣이나 밤, 도토리를 먹이로 하는 조류, 포유류가 많이 출현하여, 도심의 마을숲이 조류와 포유류를 부양하고 있었고, 낙엽 부식층에 다양한 버섯류가 출현하여 물질순환이 양호한 생태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심 주변에 위치하고 산이 낮다는 이유로 개발 압력에 휘둘리고 있다. 산황산의 절반은 이미 9홀 규모의 골프장으로 개발되었고 산 전체가 골프장으로 개발될 계획에 놓여있다. 또 견달산과 연결되는 생태축과, 영주산과 연결되는 생태축이 모두 도로로 단절되어 있어 중대형 야생 포유류의 이동이 제약을 받고 있다.

탐방로 옆 나무에 '산황산은 공기다'라고 쓰인 리본이 매달려 있다.

마을숲 조사를 담당한 에코코리아는 “산황산은 고양시의 생물다양성 풍부 지역이자 개발 압력이 높은 생물다양성 핫스팟이므로 정기적인 생태모니터링과 관리, 시민 인식 증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정 사무처장은 “고양대로로 단절된 견달산과 산황산의 생태축을 복원하기 위한 정기적인 시민 모니터링과, 산림 내 주 탐방로 이외의 샛길은 폐쇄하여 야생동물 서식지 분절화를 최소화하고, 답압에 의한 토양생태계가 교란되지 않도록 탐방로를 정비해야 한다. 또 산황산을 중심으로 5개의 자연부락이 남아 있고, 690년 된 느티나무에 얽힌 역사와 문화가 풍부하므로 기록하여 홍보물로 제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활동가는 “마을숲이 파괴되면 숲에서 사는 수많은 생명은 물론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과 기억까지 송두리째 잃을 수 있다”며 “오는 8일 산황산 용뿔 느티나무에서 고천제가 열리고, 9일 산황산 지키기 문화제가 열리니 많이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마을숲 탐사에 네 번째 참가한 김시윤(가람초 3) 군은 “작은 산인데 멋진 게 너무많다. 산황산을 꼭 지켜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취재도움: (사)에코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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