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운 제13대 고양문화원장 인터뷰

고양 정체성 살린 플랫폼 설계
시민 곁에 머무르는 공간 구축
전통·현대 아우르는 문화원 실현
고양문화아카데미 내실 더 강화

[고양신문] “고양은 오래된 마을의 기억과 새로 조성된 도시의 리듬이 함께 흐르는 곳입니다. 들과 마을을 중심으로 이어져 온 삶의 결은 일산신도시 조성 뒤 빠르게 달라졌지만, 그 안에 쌓인 정신과 정체성까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지난 3월 1일 제13대 고양문화원장에 취임한 이봉운 원장은 이 지점에서 고양문화원의 새로운 역할을 찾고 있다. 전통문화의 보존과 계승이라는 본래의 책무를 지키되, 오늘의 시민 감각에 맞는 방식으로 문화를 풀어내겠다는 뜻이다. 전통을 과거의 유산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시민들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만나고 즐길 수 있는 살아 있는 문화로 되살리겠다는 의지다.

 제13대 고양문화원장에 취임한 이봉운 원장. 시민들이 재미있고 편안하게 찾는 공간을 그리고 있다.
 제13대 고양문화원장에 취임한 이봉운 원장. 시민들이 재미있고 편안하게 찾는 공간을 그리고 있다.

고양은 오랜 농촌의 결 위에 신도시의 속도가 더해진 도시다. 오래된 마을과 아파트 단지, 공동체의 기억과 현대도시의 변화가 한 공간 안에 공존한다. 이런 도시에서 문화원이 맡아야 할 역할은 분명하다. 사라져 가는 전통의 흔적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의 삶과 이어지게 하는 일이다.

이봉운 원장은 “고양문화원의 변치 않는 존재 가치는 전통문화의 보존과 계승, 발전입니다. 그 바탕 위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시민들이 재미있고 편안하게 찾는 공간으로 가꾸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시민이 편하게 드나드는 문화 사랑방
이봉운 원장이 그리는 고양문화원의 모습은 ‘사랑방’이라는 말에 담겨 있다. 시민이 부담 없이 드나들며 문화를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생각을 나누는 공간이다. 어렵고 멀게 느껴졌던 전통문화가 일상의 가까운 자리에서 다시 숨 쉬게 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같은 방향은 주요 사업 구상에서도 드러난다. 고양문화아카데미를 고양의 정체성을 배우고 알리는 인재 양성의 장으로 키우고, 수료 뒤에도 동문 활동을 이어가며 지역문화를 북돋는 후원자이자 전파자로 성장하도록 돕겠다는 계획이다.

이봉운 원장이 지난 3월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이봉운 원장이 지난 3월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부원장과 감사, 이사들이 돌아가며 원장 역할을 맡는 ‘1일 문화원장제’는 문화원이 특정 개인의 공간이 아니라 함께 꾸려가는 공동의 장이라는 인식을 넓히기 위한 시도다. 청소년 국악합창단과 국악오케스트라 운영, 다문화가정과 북한이탈주민, 노년층 등 문화 향유 기회가 적었던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구상도 같은 흐름 속에 있다. 전통문화의 문턱을 낮추고 더 많은 시민과 만나겠다는 뜻이다.

전통문화단체와 지역사회 잇는 상생의 길
이 원장의 시선은 문화원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고양의 전통문화단체와 두레패가 보다 안정된 기반 위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일도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다. 공공지원에 기대는 방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지역 기업과 전통문화단체를 연결하는 길도 살필 계획이다. 기업 후원과 자매결연, 기부 확대 등을 바탕으로 문화원의 자생력을 키우고, 전통예술인들이 더욱 존중받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도시 이미지가 강한 고양에서 전통문화를 말하면 자칫 과거로 돌아가자는 뜻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원장이 강조하는 것은 복원이 아니라 조화다. 선조들이 남긴 정신문화와 생활문화의 자산은 오늘의 도시 안에서도 새롭게 살아날 수 있다는 믿음이다. 문화원 야외무대를 활용한 전통예술 공연과 마당도 그런 방향 위에 놓여 있다. 시민이 오가며 자연스럽게 보고 듣고 즐기는 자리 속에서 전통은 비로소 현재의 문화가 된다.

고양문화원의 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봉운 원장 취임으로 지역 문화인들의 새봄도 시작됐다.
고양문화원의 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봉운 원장 취임으로 지역 문화인들의 새봄도 시작됐다.

행정과 의회, 공공기관을 두루 거친 경력도 이런 구상에 힘을 보탠다. 고양시 제2부시장과 고양시의회 부의장, 고양국제꽃박람회 대표 등을 지낸 경험은 협력의 폭을 넓히는 자산이다. 문화원이 제 역할을 하려면 행정과 의회, 지역사회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고양문화원이 제대로 뿌리내리고 활력을 얻으려면 고양시와 시의회의 든든한 협력이 꼭 필요합니다. 지역기업과 문화단체를 잇는 문화기업 연계 매칭사업도 구상하고 있어요. 기업과 문화단체가 서로의 가능성을 키우며 지역사회를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상생의 길이 될 것입니다”이라고 말했다.

고양 토박이인 이봉운 원장(맨 아랫줄 가운데). 지역의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문화토박이이기도하다.
고양 토박이인 이봉운 원장(맨 아랫줄 가운데). 지역의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문화토박이이기도하다.

기록과 소통으로 여는 고양문화원의 새 변화
이 원장이 공을 들이려는 또 하나의 분야는 역사문화 아카이브 구축이다. 현재 고양의 역사와 문화를 다룬 기록은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어 시민이 한눈에 접하기 쉽지 않다. 문화원과 시, 도서관 등이 보유한 자료를 엮어 체계를 갖춘 기록 기반을 세우는 일은 지역의 뿌리를 지키는 일과 맞닿아 있다. 우선 온라인 기록 정리부터 시작하고, 여건이 마련되면 오프라인 축적도 넓혀갈 계획이다.

소통 방식에도 변화가 읽힌다. 취임 뒤 원장실 구조를 회의실처럼 마주 앉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고, 로비에서 바로 드나들 수 있도록 동선도 손봤다. 누구나 편하게 찾아와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해 전통문화의 가치를 지금 세대의 언어로 전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떡메치기를 하는 이봉운 원장(왼쪽). 회원, 시민, 관객들과 함께하기 위해 전통 공연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
떡메치기를 하는 이봉운 원장(왼쪽). 회원, 시민, 관객들과 함께하기 위해 전통 공연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

“문화원의 소프트웨어는 결국 전통문화이며, 그것이 곧 고양의 정체성입니다. 이 소중한 자산을 오늘의 시민들이 친숙하게 만날 수 있도록 새로운 매체와 방식을 더 많이 고민하겠습니다.”

고양문화원이 그리는 방향은 분명하다. 시민이 반갑게 찾고, 자연스럽게 역할을 떠올리는 공간으로 자리 잡는 일이다. 전통의 품격을 지키면서 현대도시의 감각을 더해, 오래된 마을의 기억과 새로운 도시의 리듬이 만나는 문화의 접점을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전통문화는 과거를 기념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오늘의 삶속에서 다시 불리고,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해석될 때 비로소 살아 있는 문화가 된다. 이봉운 원장이 그리고 있는 고양문화원의 변화도 바로 거기서 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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