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약사가 들려주는 약 이야기]
감기약은 치료제가 아닌 증상 완화제
무분별한 복용, 면역 체계 혼란 우려
최고의 감기약은 ‘휴식과 영양 섭취!’
[고양신문] 감기는 바이러스로 인해 목과 코부분을 포함한 상부호흡기계에 발생하는 질환으로, 기온이 들쑥날쑥하고 건조한 요즈음은 조금만 방심해도 걸리기 십상이다. 증세가 심하면 병원을 가지만 가벼운 환자는 약국을 이용하기도 한다. 요즘은 증상에 따라 다양한 제형의 의약품들이 출시되고 있는데 광고효과로 인해 환자들이 특정제품을 지명 구매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감기는 동양의학적 용어로 상한(傷寒) 혹은 상풍(傷風)이라고 하는데, 찬 기운이나 바람에 몸이 손상을 받았다는 뜻이다. 즉, 찬 기운이 몸에 들어와서 질환을 일으켰다는 뜻이다. 인간은 항온(恒溫)동물이기 때문에 찬 기운이 몸에 들어오면 몸의 항상(恒常)성 유지를 위해 이를 내보내려는 노력을 한다. 그 중의 하나가 ‘열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감기에 대한 전통적인 민간요법이 대부분 몸을 덥히는 방법들인 것도 이에 비춰보면 다 일리가 있다. 즉, 파뿌리, 생강, 레몬, 달걀, 천연약제 등을 뜨겁게 달여서 복용하거나 닭고기 스프, 고골모골, 뱅쇼 등과 같은 음식으로 감기를 다스리는 것이다.
감기는 초기에 흔히 재채기, 기침, 콧물, 코 막힘, 인후통, 발열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며, 증상에 따라 코감기, 기침감기, 목감기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에 비해 독감은 크게 보면 감기의 일종이지만, 40도 이상의 고열, 오한, 근육통, 피로감 등의 전신 증상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예전에는 이런 증세가 나타나면 집에서 며칠 쉬면서 몸조리를 하여 감기를 이겨내었다. 하지만 바쁘고 각박한 현대의 생활 속에서는 불편한 증상을 빨리 해소하고 초기의 증상을 감추기 위해서라도 감기약을 복용하게 된다.
감기약 복용, 의사·약사와 반드시 상담해야
감기약은 감기의 증상을 완화하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약이다. 증상에 따라 진해제, 거담제, 항히스타민제, 비충혈제거제, 해열진통제 등이 있지만 중이염, 기관지염, 폐렴 등의 합병증으로 이어질 경우, 처방전을 받아 항생제도 함께 복용해야 한다. 약 3년째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의 증세도 감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유행이 확산되었을 때는 감기와 관련된 전문, 일반의약품들의 공급이 부족해 약국마다 감기약을 확보하느라 한바탕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약국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감기약은 보통 여러 성분이 함께 들어 있는 복합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여러 감기약을 먹을 땐, 같은 성분을 중복해서 복용할 수 있으므로 의사, 약사 등의 전문가와 꼭 상의해야만 한다. 또한 고혈압이나 당뇨, 전립선비대증 등의 병력이 있는 경우도 그렇고, 연령대에 따라 주의사항이 다른 감기약 성분들이 있어서 소아나 고령자도 감기약 복용 전에 전문가와 꼭 상의하는 것이 좋다.
우리 약국을 자주 이용하는 중년의 남자분이 계셨다. 갑자기 어지럼증이 생겼다고 상담을 요청하여 복용하는 약을 살펴보니 전립선약이 예전의 2배로 용량이 증량되어 있었다. 말씀을 들어보니, 감기에 걸려 콧물 감기약을 5일 정도 복용하였는데, 소변이 갑자기 힘들어져 비뇨기과에 상담하여 복용하던 전립선약을 증량하여 처방받았고 이후로 전립선약의 부작용으로 어지럼증이 생겼던 것이다.
우려스러운 습관성 의약품 구매 경향
이미 알려진 데로 감기약으로 처방하고 판매되는 대부분의 의약품들은 치료제가 아니고 대증요법(對症療法)제이다. 이런 약들은 잠시 증세만 완화시켜 줄 뿐 과량복용은 치료에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사용되는 해열제와 항히스타민제 등은 몸이 스스로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면서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사용하는 약이다. 현대는 이렇게 감기약을 복용하는 행동이 거의 습관적으로 되는 것 같아서 아쉬운 느낌이다.
일반의약품에도 습관성이 있다. 그래서 약국에 자주 오는 분들은 약국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어떤 약을 구매할지 어느 정도 예상되는 분들이 있다. 아 저분은 소화제를 구매하겠지!, 저분은 두통약, 변비약, 그리고 감기약 등….
감기약을 자주 구매하는 분들은 작은 감기 증세만 나타나도 대부분 즉시 감기약을 복용한다. 열이 조금만 나도 그렇고, 적은 콧물에도, 약간의 기침과 목이 조금만 칼칼해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감기약에 대한 광고도 많이 하므로 감기약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다. 감기약으로 유명한 ‘판피린Ⓡ’이란 제품은 출시된 지 50년이 지났고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특유의 목소리를 담은 CF가 크게 성공해서 감기약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이 제품은 약국에서 정말 많이 판매되기도 하지만 노인들끼리는 가볍게 서로 선물을 할 정도로 대중화되어 있다.
그러나 이렇게 감기약을 자주 복용하는 것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감기약은 감기가 치유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래, 기침, 콧물, 발열 등의 증상을 억제함으로써 마치 감기가 치료된 것처럼 보이게 할 뿐이다. 주위에 외국 여행을 자주 하는 분들의 이야기만 들어도 감기약을 우리나라처럼 자주 복용하는 곳도 없는 것 같다. 외국의 경우 주로 병원에서 비타민C만 처방하는 경우도 많이 있고, 천연 차의 형태나 휴식을 통해 감기를 이겨내려 한다.
면역력 강화가 가장 좋은 감기치료제
인체는 언제나 질환의 치료에 대한 자구적인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감기의 증세들은 나름대로 의미를 갖고 있다. 즉, 몸에서 열이 나는 것은 열을 통해 찬 기운에 강한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함이고, 콧물과 가래는 체내의 독소를 체외로 내보내기 위함이고, 기침은 바이러스와 그로 인한 이물질을 체외로 뱉어내려는 인체의 몸부림이다. 때문에 감기약의 복용은 3~4일 앓고 나면 나을 감기를 오히려 더 오랜 기간에 걸쳐 앓게 할 수도 있다.
무분별한 감기약의 복용은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혼란시키고 이는 면역계의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더구나 자주 사용되는 항생제는 세균을 죽일 수는 있지만, 바이러스는 전혀 죽이지 못한다. 그리고 유익균까지 없애기도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몸이 아프면 반드시 약을 먹어야 한다’는 도식에 심리적 의존이 되어 있는 듯하다. 편의점에서 까지 일반상비약으로 쉽게 감기약을 구입할 수 있는 현실은 의약품에 대한 접근도를 높여 약물부작용의 거부감을 쉽게 잊어버리게 한다.
"감기 치료제는 없다!"
충분한 휴식과 영양 섭취로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이 최고의 감기치료제인 것이다.
※ 조기성 약사는 원당시장 앞에서 17년째 한국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우리동네 약사님’이다.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에 대한 공부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병을 이기는 건강법은 따로 있다』, 『감기는 굶어야 낫는다』 등의 저서를 펴냈다. 현재 고양시약사회 감사, 대한약사회 한약위원장을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