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주기 해야 하나? 고양이는 반려동물인가?”
서울환경연합 ‘온라인 토론회’ 논의 확장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지혜로운 방안 모색
[고양신문] 캣맘들이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게 도시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자체가 개체수 조절을 위해 시행하는 길고양이 중성화사업(trap-neuter-return, 이하 TNR)은 과연 효과가 있는 걸까? 한 유튜버가 제기한 질문에 대한 찬·반 논란이 온라인 공간을 뜨겁게 달구자 환경단체가 나서서 토론의 자리를 마련했다.
14일 서울환경연합이 ‘더불어사는 도시를 위한 심층 세미나-혐오를 넘어 공존으로’라는 타이틀로 진행한 온라인 토론회에는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가 발제를 했고, 논의를 촉발한 유튜버 ‘새덕후’(본명 김어진)를 비롯해 최태영 국립생태원 연구원, 이정숙 북부환경정의중랑천사람들 대표, 최영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이 토론자로 참석해 새로운 논점들을 제시하며 열띤 논의를 펼쳤다.
맨 처음 논의를 촉발한 이는 40만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채널 ‘새덕후’ 운영자인 김어진씨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도시의 야생조류를 촬영한 영상을 올리며 유명해진 유튜버인데, 지난달 28일 ‘고양이만 소중한 전국의 캣맘 대디 동물보호단체분들에게’라는 제목의 영상을 업로드하며 뜨거운 지지와 반발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고양이들이 새끼오리와 청설모, 하늘다람쥐 등을 사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하는 영상을 통해 새덕후는 캣맘들의 급식으로 대표되는 길고양이 돌봄활동이 길고양이 개체수를 감당 불가능할 정도로 늘려 새들과 같은 도시 야생동물들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아울러 현행 TNR이 개체수 조절기능을 전혀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영상이 올라가자 2주 만에 170만 회가 넘게 조회될만큼 커다란 관심을 불러모았고, 한편에서는 다수가 간과했던 문제들을 용기 있게 제시했다며 지지가 이어졌다. 반면 캣맘활동가와 동물보호단체들은 일부 잘못된 정보로 길고양이에 대한 오해를 부추길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권행동 카라’는 ‘새도 소중한 동물보호단체로부터’라는 제목의 대응 영상을 통해 “새덕후의 영상이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고양이 혐오행동의 근거로 활용될 위험이 높다”면서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 대 ‘새를 좋아하는 사람’의 이분법적 대결 양상으로 치달을 위험을 지적했다.
이처럼 길고양이 문제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들과 싫어하는 이들 양쪽 모두의 감정적인 부분을 건드릴 수 있는 예민한 주제이고, 생태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갈리기 때문에 좀처럼 수면 위로 드러내기 쉽지 않은 영역이었다. 때문에 새덕후가 올린 유튜브 콘텐츠에 대한 폭발적 관심, 그리고 서울환경연합이 주도한 토론회의 열기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생산적인 논의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토론회에서 다뤄진 주요 내용들을 몇 개의 질문으로 정리해보았다.
Q. 고양이는 반려동물인가 야생동물인가?
이 문제는 인간이 고양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토대를 제공하는 질문이다. 길고양이들을 ‘사람과 함께 살다가 버려진 존재’로 본다면 생존을 돕기 위해 먹이를 제공해주는 행위가 용인되지만, ‘인간의 공간에 가까이 살아가는 야생동물’로 본다면 야생의 질서에 인간이 개입하는 행위가 부적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태영 연구원은 “길고양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코리안숏헤어’종은 오래 전 한반도에 들어와 마을 주변에서 살아온 야생동물”이라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따라서 버려진 반려동물도, 멸종위기종도 아닌 길고양이에게 불쌍하다고 밥을 주는 것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에서 야생의 본능을 인위적으로 제거하는 TNR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애초에 유튜버 새덕후는 문제를 촉발한 영상에서 “자신이 기르던 반려묘를 무책임하게 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길고양이가 늘어난다”고 성토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동물보호 활동가들로부터 “잘못 알고 있다. 길고양이는 토착화된 야생동물이다”라는 반론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새덕후는 토론회에서 “고양이를 토착화된 야생동물로 인정한다면 먹이를 공급해 줄 이유가 더더욱 없다”고 반박했다.
Q. 고양이가 다른 동물들의 생존을 위협하나?
주제발표를 맡은 김산하 대표는 해외의 관련 논문들을 다수 제시하며 “사냥 본능을 지닌 길고양이가 조류를 비롯해 다른 동물들에게 상당히 심각한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도시의 새와 포유류의 사망 요인 중 고양이의 공격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조사자료를, 영국의 경우 1200만 마리의 고양이가 분포하는 영국의 경우 매년 고양이들이 2억7000만 마리의 동물을 죽인다는 자료를 제시했다. 이유는 고양이의 개체수가 자연상태의 먹이사슬 균형에 비해 월등히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 김 대표의 분석이다. 김 대표는 “고양이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인정한다는 전제 하에 밀도 저감과 행동권 관리 등의 조치가 인도적 방식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Q. 길고양이 중성화사업(TNR)은 효과가 있나?
TNR을 앞장서 시행한 서울시는 “이 사업으로 길고양이 개체수가 실제적으로 줄어들었다”고 홍보하고 있는 반면, 새덕후는 서울시의 이러한 주장을 영상을 통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수많은 해외의 연구자료들을 살펴보면 TNR이 효과를 거두려면 전체 개체수의 75%에 해당하는 개체수에 시술이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현실에 비추어 이는 도저히 실현 불가능한 비현실적 수치라는 것. 따라서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TNR을 지속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현행 TNR 정책이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에는 대부분의 토론자들이 동의했다. 하지만 당장 중단하기보다는 점진적인 논의를 이어가며 먹이주기 논란과 TNR, 인식개선을 아우르는 종합적 방법론을 찾아가자는 신중론도 도출됐다.
Q. 안락사, 선택 가능한 옵션 중 하나인가?
이날 토론에서는 ‘안락사’라는 민감한 문제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제는 용기를 가지고 길고양이를 생포해 안락사시키는 문제를 여러 옵션 중 하나로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는 최태영 연구원이었다. 최 연구원은 생태적 우수성을 유지해야 하는 국립공원이나 섬 지역 등 제한된 범위에서 엄격한 기준 하에 안락사를 고려하고, 주민들의 고양이 사육금지 조치도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섬의 경우 바다를 건너느라 방어능력이 저하된 철새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생태적으로 희귀한 종들이 고양이의 공격에 취약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Q. 왜 고양이만 특별대우를 받아야 하나?
우리나라에서 ‘고양이 문제’에 대한 토론이 쉽지 않은 이유는, 그만큼 고양이를 사랑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특별 생물종에 대한 편애가 도시생태계 전체의 균형으로 시선을 돌리지 못하는 장애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이날 토론에서도 고양이를 중심으로 한 종차별주의 문제가 제기됐다.
유튜버 새덕후는 “인간들에 의해 대규모 살처분 조치를 당하는 동물들의 죽음에 대해서는 묵인하면서 왜 고양이에 대해서만 특별 대우를 해야 하나”라고 질문했다. 김산하 대표는 “고양이는 자연의 진화가 만든 가장 뛰어난 포식자”라며 “사람들이 고양이의 이런 독특함에 매료됐다면, 그에 따르는 영향력도 인정해서 생태계 전체의 다른 동물들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Q. 고양이가 사라지면 정말 새들은 잘 살게 될까?
최영 팀장은 이날 참석자 중 유일하게 조금은 다른 목소리를 냈다. “고양이가 사라지면 정말 새들은 잘 살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진 최 팀장은 고양이가 조류 멸종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며, 조류생물 다양성이 감소하는 보다 거시적이고 본질적인 위기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꺼비가 사라진 우면산 야생생물보호구역, 도룡뇽이 사라진 백사실계곡 생태경관보전지역 등의 사례를 소개한 최 팀장은 “고양이가 포식자인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동시에 길고양이를 포함한 모든 생명들이 기후위기와 도시개발로 생존 위협에 내몰린 피해자라는 것을 인정하고,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Q. 입장의 간극 좁혀질까?
이날 토론회에는 새덕후가 올린 영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동물보호단체 측과 TNR 사업의 주체 중 하나인 서울시 관련부서가 참가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일각에서는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전반적으로 길고양이가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견해에 동의하는 이들로 구성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날 토론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이번 논의가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진영 간의 갈등이 증폭되거나, 특정 집단을 공격하고 매도하는 양상으로 전개되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이들고, 새를 사랑하는 이들도 모두 선한 마음으로 인간과 공존하는 종들을 보살피려는 이들이라는 것이다. 동시에 자신의 입장에만 매몰돼 생산적 논의조차 가로막는 태도 역시 경계했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은 “혐오의 확산이 아닌 공존의 씨앗으로 전환하고자 긴급히 세미나를 개최한 것”이라며 “생물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넓혀가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열린 토론의 장을 지속적으로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