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의료의 길을 묻다 - 태재미래전략연구원 포럼

현행 의료 체계는 한계에 봉착
AI 접목 의료기술 눈부신 발달
의사가 AI의 도움을 받는 시대
치료에서 예방으로 인식 대전환
의료·건강관리는 지역 단위에서

[고양신문]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지난해 18.9%를 기록한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2030년엔 25%를 넘게 되고 2050년이면 40%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현행 의료시스템으로는 급격한 인구 고령화로 인해 늘게 되는 복합 만성질환 환자들을 제대로 치료하고 관리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첨단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가 의료 서비스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급부상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병원’ 중심의 현재 의료 체계 대신 ‘사람’ 중심의 스마트 건강 도시를 구축할 수 있도록 의료시스템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내용은 태재미래전략연구원(원장 김성환)이 11일 한국고등교육재단 컨퍼런스홀에서 ‘AI 시대, 의료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서 홍윤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의 기조 발제를 통해 공론화됐다. 

홍윤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스마트 건강 도시와 AI 시대의 미래의료체계’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태재미래전략연구원]
홍윤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스마트 건강 도시와 AI 시대의 미래의료체계’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소비자·예방 중심 헬스케어 확대
홍윤철 교수는 ‘스마트 건강 도시와 AI 시대의 미래의료체계’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심각한 인구구조의 변화뿐 아니라 지역 간 의료 인프라의 격차로 인한 건강·수명 불평등,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과 산업의 발전과 전인적 의학의 필요성 증대 등 의료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며 “미래 의료시스템은 스마트홈, 스마트건강관리센터, 주치의 센터, 스마트 커뮤니티 병원, 3차 종합병원 등의 네트워킹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책임지는 사람 중심 스마트 건강 도시를 구축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1990년대부터 인터넷이 보급되고 2010년대에 들어서 스마트폰이 보편화하면서 이미 의료 서비스의 새 패러다임은 시작됐다. ‘병원과 치료중심’에서 ‘소비자와 예방 중심’으로 변화하며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건강을 관리하고 증진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면서 헬스케어 수요가 급증했고, 원격진료나 치료 관련 기술도 발전했다. 특히 최근 AI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면서 관련 시장도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끝없는 혁신을 통해 관련 기술이 고도화하고 제품도 세분화하면서 개인 건강관리, 진단, 치료 등의 분야에 변화·융합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흉윤절 교수가 제시한 사람 중심의 스마트 건강도시 구축 모델 [이미지 출처 =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유튜브]
흉윤절 교수가 제시한 사람 중심의 스마트 건강도시 구축 모델 [이미지 출처 =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유튜브]
 

AI로 스마트홈 메디컬 클리닉 가능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CES 2024에서도 모든 테크의 중심인 인공지능(AI)이 모빌리티, 헬스케어 등의 전산업에 도입되며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고, 의료 분야 역시 AI 기술 등이 접목된 디지털전환이 가속되면서 앞으로는 의료시스템이 개인화된 소비자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줬다.

태재미래전략연구원이 이날 포럼을 연 것도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의료 서비스의 제공 방식이 달라지고 있고, 의사와 환자의 관계나 의료 윤리 등 전반적인 의료 체계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 논의를 할 때가 됐다는 판단에서다.

예방의학계 권위자이자 디지털 기술을 반영한 총체적 의료 서비스를 앞서 기획하며 국민 건강 증진에 노력을 기울여온 홍윤철 교수는 “스마트홈에서 혈압계, 혈당계 뿐만 아니라 스마트 거울, 스마트 변기와 욕조, BMI 매트 등 AI 기술이 반영된 기기를 통해 생성된 디지털 정보를 바탕으로 혈압과 혈당, 체성분, 체온 등을 체크하고 모니터링한 한 후 스마트 건강관리센터에서 AI를 통해 데이터처리를 해 치료나 예방을 위한 의료 서비스를 받는 스마트홈 메디컬 클리닉이 가능하다”며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기반으로 스마트홈과 주치의 센터부터 상급 종합병원까지의 수평적·수직적 진료 의뢰와 회송 그리고 협력을 통해 의료 서비스와 건강관리 서비스 등이 지역 단위에서 완결적으로 이루어지는 의료 체계를 구축해 지역 간 의료격차를 해소하고 의료 사각지대도 줄여나가자”고 제안했다.

홍윤철 교수가 제시한 스마트홈과 미래 의료체계 네트워크 구조 [이미지 출처 =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유튜브]
홍윤철 교수가 제시한 스마트홈과 미래 의료체계 네트워크 구조 [이미지 출처 =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유튜브]

글로벌 디지털 헬스 시장 고속 성장
홍윤철 교수의 발제 후에는 국내 첫 의료 AI 기업 루닛의 박선영 사업전략실장, 디지털 치료제(DTx) 및 웨어러블 개발 스타트업 웰트의 강성지 대표,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를 이끄는 나군호 소장이 차례로 나와 AI를 활용한 의료 수준의 향상과 질병 예방 역량 강화 방안에 대해 각 사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 영역과 사례를 중심으로 토론을 이어갔다.

의료 인공지능 기업으로 의료 분야 AI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루닛의 박선영 실장은 “질병의 치료에서 예방·관리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함에 따라 보건의료 서비스와 ICT 기술이 접목되고 있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고, 글로벌 디지털 헬스 시장도 고속 성장해 2020년 1520억 달러이던 시장 규모가 2027년엔 5000억 달러, 그리고 2032년엔 98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의료계에서 AI는 반복 작업을 수행하며 의사의 판단을 보조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오히려 의사가 AI의 도움을 받아 신속하게 환자를 분류하고 진단·치료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영 루닛 사업전략실장 
박선영 루닛 사업전략실장 

박 실장은 이어서 루닛의 AI 기술을 활용하면 폐암이나 유방암 같은 질환에 대한 판독 정확도는 20% 향상되고 진단 효율성이 50% 증가하면서 재검사율은 30% 감소시키는 효율성을 나타냈다고 설명하며 “이를 통해 임상적으로 환자의 진단과 치료 효과는 높아지고, 의료진이나 의료 기관의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는 동시에 보험자나 정부 기관의 의료비용을 줄여주는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실장은 마지막으로 AI를 활용해 이송 중인 응급환자의 데이터와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해 의료 기관 간 신속한 자원 배분이 가능한 AI 핫라인을 구축하는 등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과 함께 수행 중인 경기 서북부 공공의료기관 연결 인공지능 기반 응급네트워크 구축 과제를 소개하기도 했다.

강성지 웰트 대표
강성지 웰트 대표

디지털 자원 바탕으로 최적의 치료를
의사 출신으로 삼성전자에 근무하다가 웨어러블(wearable) 기기 회사를 창업한 강성지 웰트 대표는 “의사가 환자를 3분간 진료하고 두 달 후 다시 만났을 때 그동안 환자가 어떻게 생활했는지 모른 채 의료 서비스를 해왔지만, 그 기간에 AI가 장착된 각종 기기를 활용하면 환자의 24시간 데이터를 정보화해 효율적으로 치료에 임할 수 있다”면서 “미래의 대표적 병원은 지금과 같은 건물이 큰 대형 병원이 아니라 환자의 디지털 자원을 바탕으로 최적의 치료를 해낼 수 있는 병원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웰트는 제약헬스케어기업 한독과 협업으로 12일부터 환자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면 패턴을 분석해 개인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디지털 치료기기 ‘슬립큐’를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은 교수팀을 통해 처방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나군호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장은 세브란스병원 출신 비뇨의학과 전문의이자 로봇수술의 권위자다. 그는 “산업적 측면에서 가장 뒤처진 분야가 바로 의료 분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4년 전 네이버에 합류했고, 사내 부속병원에서는 AI를 활용해 진료와 치료를 하고 있고, 의무기록 역시 AI를 활용해 작성한다”며 “국내 최초의 AI 전화 돌봄 서비스인 클로바 케어콜이 출시 2년 만에 전국 255개 지자체 중 150개 사용할 정도로 보편화했고,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돌봄의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 소장은 마지막으로 “고령화 사회, 만성질환 중심으로 질병의 변화, 의료 사각지대 해소,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 위협 등 국가·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안을 해결하는 데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해법과 대안을 모색하자”면서 “미래 의료의 방향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논의하는 오늘과 같은 시간을 더 많이 늘릴 것”을 제안했다.

나군호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장
나군호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장

전 세계대상으로 의료 서비스·비즈니스 펼쳐야
이날 토론에서는 AI를 비롯한 첨단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왜 비 의료적 건강관리 서비스와 의료 서비스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따로 놀고 있는지, 또 의대 증원 문제로 인해 촉발된 정부와 의료계 간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한 힌트도 나왔다.

박선영 실장은 “디지털 헬스케어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환자의 동의가 필요하데, 지금 현재 한국은 환자들의 데이터를 대부분 의료 기관이 가지고 있다”며 “데이터 소유권 주체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고 환자의 동의 혹은 비동의 데이터를 활용해 제대로 된 헬스케어가 시행되려면 금융권에서 시행하고 있는 마이데이터와 같은 체계와 세부적인 데이터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하루속히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 출신으로 IT 기업의 연구소장답게 나군호 소장의 진단과 해법은 더욱 선명했다. 그는 “오늘 포럼 주제인 ‘AI 시대, 의료의 길을 묻다’라는 말 속에 답이 있다. 사실 병원에서 보관 중인 의료 데이터보다 애플이나 갤럭시 워치, 만보계, 구글 포토 등 나를 중심으로 분절돼있는 비의료 데이터가 훨씬 더 많고 또 중요하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면서 “제발 의료인들이 의대 정원증원과 필수의료 인력문제, 비대면 진료 허용 등 각론에만 매달리지 말고 AI 기술을 활용해 각종 데이터를 통합관리하고, 또 고령사회나 지역소멸과 같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의료가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임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강성지 웰트 대표는 “오늘과 같은 정부와 의료계 갈등의 출발점은 의료비에 대한 가격통제와 실손보험 도입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희망적인 건 의료가 글로벌화·산업화하면서 의료인들에게도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것”이라며 “AI와 기술의 발달로 언어나 공간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만큼 의료계와 헬스케어 기업들이 국내 시장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의료 인력과 앞선 기술을 활용해 첨단 신약을 개발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고도화하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의료 서비스와 비즈니스를 펼쳐나가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AI 시대, 의료의 길을 묻다’ 포럼의 토론 전경 [사진 제공 = 태재미래전략연구원]
‘AI 시대, 의료의 길을 묻다’ 포럼의 토론 전경 [사진 제공 = 태재미래전략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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