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행정사무조사 결과보고서
핵심 증인 불출석, 행정 신뢰도 하락
이례적 인허가 절차, 특혜 의혹 제기
실질적 방재 대책 및 경제적 효과 미미
"집행부 후속조치 미흡할 경우 적극 대응 필요"
[고양신문] 고양시 곳곳에서 논란이 되는 데이터센터 건립과 관련해, 지난 제9대 고양시의회가 마지막 회기에서 채택한 행정사무조사 결과보고서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제10대 시의회 출범을 앞둔 현시점에서 채택 시일이 다소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보고서가 지적하는 인허가 특혜 의혹과 시민 안전 문제 등은 향후 시정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중대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16일 공식활동을 마친 시의회 ‘고양시데이터센터건립관련적정성여부에대한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 임홍열, 이하 특위)는 9개월간의 조사 결과를 담은 결과보고서를 공식 채택했다. 해당 문서에는 주민 수용성 부족, 이례적인 인허가 절차, 경제적 실효성 부족 등 행정 전반에 걸친 문제점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핵심 증인 불출석과 엇갈린 답변
특위가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고양시 행정부의 태도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기간 동안 이동환 고양시장과 이정화 제2부시장을 비롯한 핵심 증인들은 출장 등을 이유로 모두 불출석했다.
특히 주요 실무 과장들이 구체적인 이유 없이 '개인 일정'이라고만 적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점은 시의회의 조사 권한을 존중하지 않은 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위 측은 시장 부재로 대신 출석한 공무원들이 일관성 없는 답변을 내놓는 등 행정의 신뢰가 떨어졌다고 지적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한 증인에게는 엄격하게 과태료를 부과할 것을 집행부에 요구했다.
이례적인 행정 지원, 특혜 의혹 제기
인허가 과정에서 불거진 특혜 의혹도 주요 쟁점이다. 보통 민간 사업자가 거쳐야 하는 도로계획시설 결정 절차를 고양시가 직접 진행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사업자는 토지 소유자 80%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기준을 면제받는 이례적인 편의를 얻었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10년 이상 사업 시행자가 직접 해오던 도시계획 심의 제안 설명을 문봉동과 식사동 데이터센터 심의 때부터 담당 공무원이 대신하도록 변경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관할 관청이 특정 사업을 주도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고 밝혔다. 아울러 건축 허가가 나기 전에 수백억원의 선투자가 필요한 도로 굴착 허가를 미리 내준 점 역시 성급한 행정 처리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안전 우려와 미미한 경제적 효과
데이터센터 건립이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었다. 주거지와 학교 인근 도로 지하 1~3.6m의 비교적 얕은 깊이에 154kV의 특고압선이 묻히도록 설계됐지만, 시는 한국전력의 기준만 내세우며 자체적인 안전 검증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야간 냉각팬 소음, 열기 배출, 배터리 화재 시 인근 요양 시설에 미칠 위험성에 대비한 실질적인 방재 계획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이후 인허가를 받은 7개의 데이터센터가 모두 가동될 경우 막대한 전력(총 487MW)이 필요해, 정작 고양시에 필요한 우수 기업 유치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최근 운영을 시작한 데이터센터 3곳이 내는 연간 세금은 고양시 전체 지방세의 0.11%인 7억7000만원 수준이며, 일자리 창출 효과도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위는 주민들과의 소통 과정에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업 시행사가 실질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주민 대표와의 협상은 피한 채, 일부 단체와 접촉해 셔틀버스 운행 등 지엽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데만 그쳤다는 것이다.
위원회 운영 개선 및 구속력 있는 지침 촉구
도시계획위원회 운영 방식에 대한 개선도 요구됐다. 정식 임명 절차 없이 제2부시장이 당연직처럼 위원장직을 수행한 점이나, 안건 상정 요청 다음 날 바로 심의가 열리는 등 절차가 성급하게 진행됐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아울러 특위는 집행부에 향후 1개월 이내에 시정 조치 결과를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 주요 요구 사항에는 △특고압선 5m 이상 깊이 매설 또는 금속제 차폐판 설치 의무화 △중장기 전력 수급 종합 대책 수립 △주거 밀집 지역 내 데이터센터 건립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 제정 등이 포함됐다.
임홍열 전 특위 위원장은 “지난 6개월간의 데이터센터 행정사무조사는 도시계획 행정의 신뢰를 회복하고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며 “집행부의 후속 조치가 미흡할 경우 앞으로 들어서게 될 시의회에서 상급 기관에 감사를 청구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